쉼표없는 낭만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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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없는 낭만이정표

0 개 1,987 오소영

‘코리아 포스트’가 지난달 6월에 창간 28번째 돌을 맞았다고 한다.


늦었지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21번째로 접어든 내 필력(筆歷)도 자축을 겸한다.


‘생활정보’와 처음 인연이 된게 1999년이었으니 이제 20년지기가 되었다. 일곱살 어린아이의 그를 만나서 성년으로 함께 자라왔으니 대단한 인연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감회가 새삼스럽다.


십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두번이나 달라진 세월을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그가 성년이 되는 동안 나는 늙은이가 되었고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스스로의 책임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무슨 힘이었을까? 어쨌든 고맙고 대견스럽다.


늘 만족스럽지 못한 졸고였음에도 지면을 할애해주신 당 잡지사에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사랑과 격려로서 반갑게 맞아주시는 교민 독자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오늘을 맞을 수가 있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시고 건강을 허락해주신 나의 하느님께는 더더욱 큰 감사를 드린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한눈 팔지않고 오직 한 길만을 고집하면서 살아왔다. 그게 잘 사는건지 잘못된 것인지는 아직도 판단이 어렵다.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의 좋은 말씀을 평생의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려 노력했을 뿐이다. 


공부 잘하는 우등상(賞)보다 근면한 정신의 개근상이 더 뜻깊은 것이라고 늘상 강조하셨던 선생님. 그 말이 내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일생 다 할 때까지 그 정신상태 그대로 변함이 없기를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1999년. 어느날 모처럼 편지지가 아닌 원고지에 글을 썼다. 미지의 주소로 우편함에 넣었다.


가슴 설레는 ‘생활정보’지 와 첫 인연의 시작이었다.


글쓰는게 좋아서 혼자 참 많은 이야기들을 끄적이며 살았다. 뒤늦게 본의 아닌 누군가에게 등떠밀리듯 정식 등단을 하게 되었다. 60을 넘긴 나이였다.


늦깎이 초년생이 외국에 나와서 그렇게 과감하게 생활정보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낯선 이민을 살아낼 두려운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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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사장님의 답신을 받았다.


글이 좋아서 교민들과 함께하고 싶어 게재하겠다는 말씀. 그리고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어달라는 좋은 부탁의 말이었다.


답답한 삶의 돌파구를 찾은 셈이 되었다. 머리속에 솟구치는 에너지를 원고지에 차근차근히 담아냈다.


세월이 증명하듯 ‘코.포’는 처음 ‘생활정보’에서 ‘코리아타임즈’로 다시 ‘코리아포스트’로 이름을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름이 바뀐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가면서 선물로 필명을 지어준 것이었다. 주제넘은 것 같아 망서리다가 그 분의 성의가 고마워서 ‘소영’이란 필명을 쓰기로 했다. 지금까지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건 아마도 그 이름덕인가싶다. 예쁜 이름을 선물 해주신분께 고맙다는 생각을 잊지 않는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귓가를 자극하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상큼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했다. 메마른 도시에서 지축을 흔들던 차들의 소음이 머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인데 여기는 어느 시골일까? 시야에 들어오는 푸르름도 새로움을 더해줬다.


마당을 나서니 뒤뚱거리는 오리 가족들의 행렬이 너무 귀여웠다. 조르르 어미뒤를 따르는 병아리들의 모습이 동화속 풍경처럼 재미있었다. 마치 외국 영화속에서 경험하는 생소한 그림속에 내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산책길에 나서면 발길이 더디도록 붙잡는게 있었다. 집집마다 입구에 서 있는 작은 우편함이었다. 가느다란 기둥위에 마치 인형의 집처럼 앙증스럽게 귀여운 집이 얹혀져 있는가 하면 장난감같은 자동차가 공중에 메달려 있었다. 여러가지 형태의 재미있는 그 조그만 구조물들은 처음보는 색다름이었다. 과연 여기가 외국이구나 아이처럼 그것들을 즐겼다 .


해질녘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가 축축한 공기속에 실타래처럼 풀려 사라진다. 코끝에 와닿는 나무타는 냄새가 낯설었지만 싫지 않았다.


노을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어둠속에서 하나 둘 꽃처럼 피어나는 불빛들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향수에 가슴이 젖어들기도 했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외출할 일도 없었다. 쭈그리고 앉아서 그런 낯선 풍경들을 그리듯이 편지지에 쓰고 또 썼다. 고국의 그리운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보내는 것이 매일의 일과에 전부였었다.


어느 날 낯선 책자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가 들고온 교민잡지 ‘생활정보’ 였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편지지에 쓰던 글을 원고지로 바꿔서 쓰기 시작한게 바로 그 때 부터였다.


남의 땅에 발붙여 살려니 우리와는 다름이 많았다. 좋은 것도 있었지만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 하나하나가 좋든 아니든 모두 글 소재가 된 셈이다.


우리말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 “안녕하세요”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가웠다. 우체국 창구에서 일을 하는 그 사람은 한국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이 거침없이 우리말을 하니까 더 반가웠다. 혹시 와이프가 한국인인가? 물어보지 못한걸 후회했다.


사실 글쓰는 작업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읽어내리는 단 한줄을 쓰기위해 어느때는 몇날씩 머리를 싸매고 힘들어 하는 때도 있다. 세상일이 하나같이 어렵듯이 내 속엣말을 남에게 편히 전달한다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러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행복하다.



그동안 참으로 긴 세월이 흘러갔다. 오래 살다보니 이젠 고국이 외국같아 옛날의 삶이 그리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요즘은 그 절절한 그리움을 작품에 담아내기를 좋아한다. 스스로를 달래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화살처럼 지나가는 세월이라더니 엊그제같은데 훌쩍 20년이 지나가 버렸다.


꽃 떨구고 새움튼 이파리처럼 싱싱했던 초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때는. 여성의 완숙미를 풍기던 60대가 이제 백발의 팔십대 할망구가 되었다.


눈도 침침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기만도 힘이든다. 뇌가 아직 건재한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고마워서 끈질기게 부려먹는다.  


일을 시작하고 처음 얼마쯤 지났을 때 였다. 편집자분께서 원고지를 잔뜩 보내주었다. 곧이어 우표가 생략된 회사봉투까지... 오래 많이 써내라는 응원의 메세지였을까?


새내기 이민자에겐 더 크게 힘을 보태주는 고마운 친절이었다.


그게 빌미였다. 겁없이 주절이 주절이 많이도 써왔다.


한참을 지나서 고정 지면을 맡으라고 했을 때 고민을 좀 했었다. 지금까지의 자유기고는 부담없는 내 맘대로였다. 어느날 내 머리에서 글샘이라도 막히면 어쩔건가? 또한 체력의 한계도 생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긴 세월 무슨 수다를 그리도 많이 떨었는지... 나이 먹어갈수록 말이 많아진다는데 내 글이 부질없는 수다였을까봐 겁이 난다.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을 아직도 놓지못하고 사는지?... 허허실실 웃음이 나온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게 행복해서다.


한편의 작품을 탈고했을 때의 밀려드는 환희로움과 보람. 농부가 한해의 수확을 끝내고 느긋해 하는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가진게 넉넉치 않아도 마음 부자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 속에 내가 있다.


코리아포스트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의 독자분들께도 변함없는 응원 부탁드리며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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