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은 영어에서 찰떡같은 영어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개떡같은 영어에서 찰떡같은 영어로

0 개 3,095 김임수

키위 앞에서 말문이 막힐 때 얼굴이 붉어지며 식은 땀이 나시는가? 그렇다면 여러분의 신진 대사 활동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은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로 세팅되어 있는 몸과 마음을 통째로 리부팅 (다시 켜기)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영어는 시험’이라는 심리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심리안에서 영어 대화는 긴장감 속에 치러야 하는 구술시험이다.  대화 중 실수 하나 하나가 뼈아픈 감점이 되니 식은 땀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거나 비웃는 태도까지 보인다면 나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져 우울증까지 걸릴 지 경이다. 이같은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면 근처에서 영어 소리만 들려도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한다. 소위 진단명 ‘영어 울렁증’. 

 

그러나, 상대방의 무례한 태도마저 나의 부족한 영어때문에 달게 받아야 하는 처벌(?)로 받아들인다면 그 피해의식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그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은 그들의 비루한 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 내가 상대에게 미안해 하거나 스스로를 비하할 이유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 성적주의’에 물들어 있던 나의 관점을 바꾸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80년대 초반 미군 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미군 한 명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분에 못 이겨 씩씩대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한쵸 (반장)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내가 겟 이븐 (get even) 해 줄께!’ ‘네??!! ’말 뜻을 몰라 멍하니 있던 나에게, ‘대학 다니다 온 놈이 이 말 뜻도 몰라? 네가 당한 만큼 내가 그 녀석 손 좀 봐주겠다고!!!’ 

 

책 속에만 매몰되어 있던 나의 알량한 지식영어가 몸으로 체화된 살아있는 영어에 한방 먹은 것이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까막눈 한쵸아저씨. 그는 어린 나이에 접시닦이 하우스 보이로부터 시작해서 40대 중반에 이르러 300여명 미군 병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요리사로까지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아저씨는 평소에도 늘 새로운 영어 말을 배워서 아들뻘 되는 나에게 자랑스럽게 가르쳐 주시곤 했다. 그 분의 영어학 습법은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과 같았다. 상대방의 말을 귀로 듣고 흉내내서 입으로 말하고, 실수를 통해서 고치고, 그것을 암기하여 비슷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활용하는 방식 바로 그것이었다. 그 분의 배움의 자세에는 어떠한 주저함이나 수치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듯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말을 흉내 내는 과정이다. 그러니 말을 하지 않고 말을 배울 재간이 없다. 책을 통해서 눈으로 아무리 단어를 외운다고 해도 입으로 뱉어 말로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것은 마치 피아노나 당구를 배울 때 교습서로만 공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나는 그 분을 보면서 영어에 대한 나의 편견을 반성했다. 영어로 말을 한다는 것이 꾸준하게 반복된 연습의 결과일 뿐, 개인의 교육 정도 및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척도(시험)가 아니라는 것. 결국, 영어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대화의 도구요 감정의 매개체라는 것이었다. 

 

이론은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나는 여전히 ‘영어 울렁 증’과 ‘영어 성적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어쩌면, 한국식 입시교육을 받은 우리 세대에게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지난 호 글에서 영어 뒤에 있는 불안감과 수치심을 돌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쯤에서, 나만의 자기 암시 비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나의 ‘영어 애증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잘 하면 잘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입을 열어 말을 시작하자. 내가 개떡같이 말한다고 해도, 상대는 찰떡같이 알아들을 것이니 꺼리낌없이 계속 말을 하자. 자꾸 하다 보면 찰떡같이 말하는 순간이 오겠지. 나의 영어스승인 한쵸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 문제는 영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32747e8168419d66fa96197c79efc915_1524551525_4249.jpg

11 Great Walks 600여km, 풍광을 카메라에 담다

댓글 0 | 조회 360 | 5시간전
1993년, 낯선 땅 뉴질랜드(New Zealand)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이 나라의 자연이 내 삶 깊숙이 스며들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환경… 더보기

추파카브라 전설

댓글 0 | 조회 100 | 5시간전
— 공포와 현실 사이,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의 이야기1990년대 중반, 푸에르토리코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아침이 되자 농장의 염소와 … 더보기

뜰안의 민들레 꽃처럼 . . .

댓글 0 | 조회 119 | 6시간전
달게 잘 잤는데도 깨어나면 기분이 깔끔하지가 않다. 나만 그런가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거의가 다 비슷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인가?어쨌든 또 하… 더보기

마지막 퍼팅의 압박 –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6 | 6시간전
골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라운드 내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마지막 퍼팅 하나로 모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1미터, 아니 50cm 퍼… 더보기

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

댓글 0 | 조회 96 | 6시간전
시인 문정희내가 세상을 안다고 생각할 때얼마나 모르고 있는지그때 나는 별을 바라본다.별은 그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벌레이거나아무 의도도 없이 나를 가로막는 돌처럼나… 더보기

뉴질랜드 이민 삶 44년을 회고하며

댓글 0 | 조회 550 | 7시간전
1982년, 키위 구두약의 나라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딛다내 글의 변(辨): 나의 한계를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글은 44년 뉴질랜드 이민사의 흔적 단면을 기록한 것… 더보기

뉴질랜드 입법부&행정부와 사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댓글 0 | 조회 397 | 12시간전
예전에 한국의 계엄령 관련 칼럼을 다루면서, 뉴질랜드는 완전한 삼권분립이 되지 않는다는 주제도 잠깐 다룬 적이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일단 3년마다의 선거를 통해 … 더보기

궁극적으로 괴로움을 없애는 유일한 길

댓글 0 | 조회 248 | 12시간전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비 오는 조계사를 바라본다. 시내를 오가다 보면 불교신자든 아니든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활기를 가진 절이다. 한동안은 절 마당… 더보기

25. 마우이와 태양을 붙잡은 산 – 기스본의 전설

댓글 0 | 조회 84 | 12시간전
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 더보기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767 | 1일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탄생한 특별 영주권제도를 통하여 영주권을 받게 된 분들로부터 근래 들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제가 코로나로 영주권…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439 | 1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현재 유학생…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248 | 1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진 연주 씨는 부모와 함께예배에 한 번도 빠짐이 없는 아가씨입니다연주 씨네 집이 이사하여 심방예배를 드리러 갔습니다성탄절이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92 | 1일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인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고용분쟁 시스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피고용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27 | 1일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갬블링은 생각보다 가까운 여가 활동이다. 주말에 친구들과 스포츠 결과를 예측하거나 여행 중 카지노를 방문하…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110 | 1일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전문가들이 모였음에도 답을 찾지 못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물동량이 늘어나자 말(馬…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108 | 1일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어떤 것’은… 여전히 살아 있다.”프롤로그 - 2014년 3월 8일, 새벽 1시 21분쿠알라룸푸르 관제탑.레이더 화면에서 …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209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2026년 오클랜드 의료계열 입시 기준 Dean’s Determinati…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86 | 5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1392년 조선(朝鮮)을 건국한 이래 1910년 멸망할 때까지 518년 동안 조선은 총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조선 시대 …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48 | 7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년, 2026년)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를 요약해보고자 한다. 2026년 입시는 2025년 지원한 학생들을 뜻하며 20…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90 | 9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21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최신 정보’를 알고 정확하게 준비를 하는것이다. 필자는 매년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을 만나며 최신정보를 수…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5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1994년 뉴질랜드 이민을 준비하면서 마침 딸의 권고로 뉴질랜드 영화 ‘피아노(The Piano)’를 감상하였다. …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9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윤회할 주체인 “나”라는 게 일단 본질적 의미에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인식이 죽…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73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서 바람이 눈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그때 누군가 발자국을 발견한다. 사람의 것보다 훨씬 크고, 그러나 분명 두 발로 걸어간 흔…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5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이’어둠이 존재함으로 우리는 비로소 빛을 만난다. 추석 보름을 앞두고 차오르던 달빛도 구름에 모습을 감춘 날, 가로등조차 없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