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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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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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시골에 살다 보니 가끔 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친구들, 사회친구들, 사람들은 고향친구가 그리울 때가 많다는데 나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오는 바람에 고향친구들은 거의 없지만 일찍 사업을 시작한 탓에 20~30년지기 사회친구들은 많은 편이다.

초등학교 때 친 했던 친구는 교직에 있는데 몇 년 전에 뉴질랜드로 이민오고 싶다고 칭얼거리곤 하였다. 그래서 일단 한 번 다녀가라 했더니 방학을 맞아 뉴질랜드에 왔었다. 나는 뉴질랜드 상황을 두루 보여 주고 친구에게 말했다.

"네가 여기와서 뭐 해 먹고 살래? 평생 선생질만 하던 네가 여기선 할 게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네가 나처럼 재주가 좋길하냐, 인물이 받쳐주길하냐~ 반성 좀 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이나 열심히 가르치거라~ 알았냐?"

그렇게 친구는 돌아갔는데 요즘 또 병이 돋았나 이민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 달라고 성화를 부리고 있다.

중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에 대해서는 추억이 참 많다. 우리는 1시간이나 걸리는 학교를 매일 같이 걸어 다녔다. 친구는 돈이 생기면 과자를 사서 나누어 주었고 과자를 먹으면서 학교를 가면 지루한 줄 모르고 금방 학교에 도착하곤 하였다. 사실 친구 집이나 우리 집이나 너무 가난해서 과자를 사 먹을 용돈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지만 학용품 비용에서 조금씩 삥땅을 치곤하였다.

어느날 친구는 삥당 친 돈을 다 써 버렸는지 나에게 돈을 꾸어 달라고 하였다. 내가 돈이 없다고 잡아떼자 친구는 돈을 꾸어 주면 과자를 사서 절반을 주겠다고 말하였다. 돈은 다음에 받고 과자는 지금 먹을 수 있고, 꿩먹고 알먹고,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가 돈을 꾸어 주기 시작했다. 나는 과자를 얻어 먹을 수 있는 기쁨 때문에 항상 꾸어 줄 돈을 마련하곤 하였다. 그렇게 꾸어 주기 시작한 돈의 액수는 점점 불어났다.

과자를 먹고 싶어도 꾹 참고 더 이상 돈을 꾸어 주지 않자 어느날 친구가 나에게 제의를 했다. 피혁회사에 다니는 아버지에게 작은 워커를 선물받았는데 꾼돈 대신에 그 워커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나는 그 워커가 신고 싶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또 돈을 꾸어 주기 시작하였지만 받은 기억은 없다.

10여년 전 이었던가, 그 친구가 나의 사업장으로 찾아왔다. 친구는 자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오백만원을 빌려 달라고 했다. 문득 어린시절이 생각이 나서 친구에게 물었다.

"아니, 과자값이 오백만원이나 필요해?" 친구가 웃으면서 며칠 후에 갚는다고 하였다. 친구는 정말 며칠 후에 오백만원을 가져왔다. 그리고 한달 후에는 육백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달이 지날수록 친구는 조금 더 많은 돈을 빌려 갔고 며칠 후 갚곤 하였다.

그런데 천 만원을 빌려 갔을 때 친구는 돈을 갚으러 오지 않았다. 이상해서 소주 한잔 하기로 하고 만나서 물어 보니 그동안 신용카드 돌려 막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은행 빛에 사채도 좀 쓰고 있고 사는게 말이 아니었다. 나는 친구에게 내 돈은 신경쓰지 말고 너 살 궁리나 잘 해 보라고 말했지만 참 답답할 뿐이었다. 어릴 때 얻어먹은 과자값 치고는 꽤 비싸게 갚은 셈이었다.

얼마 전 루아카카에서 목재공장을 하는 강사장이 한국을 다녀왔다고 전화가 왔다.

"형님, 어저께 친구랑 같이 왔는데 한국에서 맛있는거 가져왔으니 놀러 오세요."

강사장은 친구의 건강이 안 좋다며 어쩌면 뉴질랜드로 온 것이 친구의 마지막 여행길이 될지도 모른다며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어릴 때 친구가 준 낡은 주판을 꺼내 보여 주기도 하고 친구집에서 놀았던 이야기, 말썽피웠던 이야기들을 늦은 시간까지 뒤적거리고 있었다.

"형님~ 저는 친구라고는 죽마고우들 밖에 없어요. 이 친구 갑자기 무슨 일 생기면 어떻해요. 그래서 뉴질랜드 우리집에 와서 좋은 공기도 좀 마시며 한 달간 푹 쉬라고 데려왔어요. 잘했지요, 형님~~"

"암~ 세상으로 소풍을 나왔으면 이곳 저곳 구경 많이 하고 돌아가야지, 뉴질랜드가 살기는 답답해도 잠시 소풍은 다녀 갈만한 곳이지~ "

나도 뉴질랜드로 데려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의 매제는 바닷가에서 자라서 낚시도 좋아하고 손재주도 좋고 착한사람이었는데 뉴질랜드에 와서 낚시를 하고 싶어했었다. 몇달 전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내가 병원으로 전화를 해 보니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며칠 후 겨우 정신을 차린 매제와 통화를 했다

"형님, 저 이제 많이 좋아졌어요. 얼른 나아서 뉴질랜드로 낚시하러 갈께요."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며칠 후 그는 이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 버렸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뉴질랜드 소풍은 오지도 못 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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