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 사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메밀묵 사려∼∼

0 개 4,203 코리아포스트
동지가 지나 열흘쯤 되면 그 짧던 해도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했다. 엊그제 입춘도 지난 모양이니 낮이 제법 길어지고 계절은 벌써 봄으로 접어든 것 같다. 하지만 깊은 고요속에서 무딘 청각을 통해 목련꽃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 교교한 밤. "메밀묵 사려~~"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반짝 정신이 들어 잠은 더 멀리 도망가고 환청속에서 헤매게 된다. "찹쌀떡~~" 겨울밤 아름다운 정취로 떠오르는 나 어렸을 적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따끈한 아름목자리 요밑에 발묻고 둘러앉아 매일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재미 있었을까? 그때는...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 밭에는 당추심고 뒷밭에는 고추심어...." 엄마의 조용한 넋두리 노래가 시작되면
"고추 당추 맵다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나무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누이 하나 뾰족새요 남편하나 미련새요....
우리는 깔깔거리며 합창을 해 버린다.

"시아버님 따뜻한 눈길하나 믿고 살았는데 왜 그리도 빨리 가 버렸는지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지같이 어려우랴) 이 대목에서 늘상 가사를 바꿔 만들어 부르시던 어머니였다. 할머니 시집살이 설움받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아주 옛날 남의 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재미있어서 철없이 깔깔거리고 좋아했던 시절. 힘든 세월 참을 "忍"자로 살아내고 자식들 요만큼 오순도순 길러 낸 것을 보람으로 우리들 앞에 서슴없이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어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재미로만 들었지만 이젠 깊은 공감으로 그 고통을 마음 아퍼한다(어른이 되어서야 어른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치를 어쩌리)

"이제 그만들 자거라" 밤이 이슥해서 일어서시는 엄마의 치마꼬리를 누군가가 잡고 늘어지면 엄마는 벌써 속으로 짐작하는게 있게 마련이다. "메밀묵 사려~~" 좁은 골목을 돌아나와 저쪽으로 사라지는 소리가 몇번 지나갔고 영낙없이 집앞에서 다시 외쳐대는 큰 소리에 동작빠른 오빠는 벌써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 때마다 내 눈치를 살피던 어머니, 육남매 중 유달리 먹성이 신통찮은 내게 묻는 신호였기에 오빠는 내게 싸인을 보내며 어느새 대문을 박차고 나가 메밀묵 장수를 잡아둔다. 김장김치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양념에 버무린 구수한 메밀묵을 먹던 신나는 그 밤들. 밤참에 찬 것 먹고 탈날세라 더운물 끓여 토렴해서 무쳐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정성을 이 밤 눈물을 흘리며 그리워하고 있는 늙은 딸자식. "찹쌀떡~~" "메밀묵 사려~~" 지금도 어디선가 들려 올 듯 하지만 창문을 스치는 풀잎들의 소란일 뿐 문득 출출해진 뱃속에 허기만 더할 뿐 입속엔 쓴 군침만 돈다.

땔랑땔랑 두부장수의 요령소리를 들으며 어렴풋이 잠이 깨는 아침도 많았다. "두부 사려어~~" "콩나물 사려어~~" 피난시절에 듣던 부산에서의 "재첩국 사-이-소~~"도 아침을 여는 그 시절의 정서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것도 없었다면 피난살이가 너무나 따분하고 고통스럽기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낮의 엿장수 가위소리는 철거덕 철거덕 둔탁한 소리지만 개구쟁이들을 끌어내는 멋진 신호탄이었다. "떨어진 고무신짝. 빈병들... 아버지가 마시다가 남긴 술이 쬐금 들어 있으면 더 좋아요...." 철거덕 철거덕" 온갖 넉살로 고물을 줏어 섬기는 엿장수가락은 징그럽도록 재미가 있었다. 누군가가 아직 신을만한 어른 고무신을 들고 나갔을 때다." 으흠 이놈봐라 엿이 그렇게 먹고 싶더냐? 아버지 신는 신을 들고 나왔네" 한바탕 눈을 부라리고 너스레로 어르고 나더니 잔뜩 겁을 먹고 서있는 아이에게 철거덕 엿을 한동강 끊어 손에 쥐어 주고 고무신도 다시 들려주던 생각이 떠오른다. 엿장수에게도 그럴듯한 낭만이 있고 인심이란게 있었던 세월이었다.

아침 시작부터 밤까지 하루의 생활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된 반세기 저쪽 우리네 삶이었다.

얼마전 한국에서 초청되어 온 "프리모 칸단테"의 공연 중에 한 획을 장식한 "메밀묵 사려~~"를 들으면서 잊혀졌던 옛날 생활 모습이 멋진 해학으로 돌아왔음에 너무나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두부장수, 엿장수 그리고 메밀묵 장수까지 그 현실감나는 익살을 음악 속에 생동감있게 담아 낸것을 보면서 쿵쾅쿵쾅 가슴 뛰는 흥분 속에 몸이 떨렸다.(여기가 지금 어디야?---)

폭우 쏟아지는 어두운 빗길, 불안으로 몇번이나 망서리다가 갔던 것인데 그런 멋진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더니 음악 속에 살아남은 "메밀묵 사려~~" 팔아도 팔아도 다 팔리지 않는 영원한
메밀묵 장수. 한국의 낭만이여.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149 | 8시간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89 | 8시간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374 | 5일전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371 | 8일전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284 | 10일전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01 | 10일전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379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

고요

댓글 0 | 조회 92 | 10일전
시인 도 종환바람이 멈추었다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고요는 침착한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내 육신야말로 얼마나 가난하지… 더보기

사찰음식의 잠재력, 전 세계로 확산될 것

댓글 0 | 조회 124 | 10일전
-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 더보기

훼방꾼은 비켜가고 . . . “안녕 하세요?”

댓글 0 | 조회 308 | 10일전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을 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전화벨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이런 시간에 웬 전화? . . 오늘밤 단잠은 틀… 더보기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07 | 10일전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인류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174 | 10일전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칠레 해안에서 약 3,700km 떨어진 외딴 섬 — 이스터섬(Easter Island), 혹은 라파누이(Rapa Nui). 이 작고 고립된 … 더보기

때에 맞는 도구를 써라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6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 더보기

궁금해서 찾아본 영주권과 영구 영주권

댓글 0 | 조회 959 | 2025.11.25
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도 이민법의 특정한 조항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세부조항들이 궁금해… 더보기

사고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오를까?

댓글 0 | 조회 468 | 2025.11.25
–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아마 많은 교민…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178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17. 루아페후 산과 타우포 호수의 사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5
뉴질랜드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타우포 호수(Lake Taupo)는 마오리 전설…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 대법원 판결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5
예전 칼럼에서는 우버드라이버가 우버에 고용된 피고용인라는 고용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우버가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고용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우버의 청구… 더보기

유학을 결정하기 전, 가족이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34 | 2025.11.25
: 아이의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유학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80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트리플데믹’ 경고

댓글 0 | 조회 619 | 2025.11.21
요즘 이른 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어스(RSV•Respiratory Sync… 더보기

Year 8–9 전환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833 | 2025.11.17
Year 8에서 Year 9로 넘어가는 시기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직 Year 8의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2월의 컬리지 입학이 가… 더보기

우리 아이 글, 무엇이 부족할까? 글쓰기 성취 기준 이해하기

댓글 0 | 조회 462 | 2025.11.14
글쓰기 평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열심히 쓰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Achieved인가요?”, “Merit과 Excellence의 차이가 무… 더보기

NCEA, IB, Cambridge - 글쓰기가 보여주는 다른 학습 철학

댓글 0 | 조회 448 | 2025.11.13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는 하나의 교육체계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립학교 대부분이 채택한 NCEA, 일부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IB, 그리고 영국식 교육 전통을 바탕으… 더보기

Welcome to 유학월드와 최대 2M 사투비자

댓글 0 | 조회 348 | 2025.11.12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의 시각으로 보는 요즘의 뉴질랜드 정부와 이민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보여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