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니 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나나니 춤

0 개 3,776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삼십년만의 큰 태풍이란다. 홍수에 집이 잠기고 고목이 뿌리째 뽑혀 벌렁 누운 모습도 보게 되는 그런 특별한 겨울이다. 이 나라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깊숙이 갇혀 버렸는지 거센 비 바람이 끊일 줄 모르고 계속된다. 그만저만 끝날 때가 되었다 싶은데도 물주머니가 터진 듯 뭉턱 뭉턱 쏟아 내곤 해서 지루하고 짜증스럽다. 춥고 음침한 집 속이 마냥 답답해도 쭉지 잃은 새가 되어 웅크려 앉았을 수 밖에...

이렇게 우중충한 날에는 철저히 속물이 되는 수 밖에 없다. 활기차고 산뜻한 TV 프로라도 뒤져서 기분 전환을 해야 한다.

주변 섬나라들의 춤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마치 물오른 대나무처럼 싱싱하게 뿜어내는 젊음의 활기가 전율처럼 짜릿하게 전해져 온다. 번들번들한 피부, 부릅뜬 눈동자 불거진 근육, 격렬하고 위협적이고 정열적인 춤사위. 그 힘이 그 열정이 과연 섬나라 사람들답다고 생각되었지만 그렇게 모두가 드러내 놓고 흔들고 뛰는 게 전부여서 정서라던가 예술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 게 아쉬웠다. 물론 문화의 이질감에서 오는 내 무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럴 때 내 머리 속에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던 한국 춤 하나가 떠오른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뒤늦게 고전 무용을 배우는 친구를 따라 "인천의 춤"을 본적이 있었다. "인천 종합 문화 예술 회관"의 위용에 우선 놀라웠고 시립 무용단의 정기 공연이라는데 그 규모의 어마어마함에 가위 눌렸었다. 지방 문화의 활성화가 이렇듯 대단하다니...

하늘 하늘한 의상 속에 유연한 몸짓, 휘황한 조명아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 같다는 첫 느낌이었다. 불교의식 무용으로 특별한 동작이 많은 "명발 바라춤"은 배우기가 어려운 매우 힘든 춤이라고 하며, 나비가 애벌레로 기어 다니다가 마침내 날개를 얻어 날았을 때의 환희를 조용한 동작으로 표현한다는 일명 해탈부라는 춤은 "운심게 나비춤"이라는 제목으로 여덟명으로 구성한 춤이었고 법고 춤이나 타주무는 스님춤으로 남자들의 것이었다.

승무, 소고춤, 흥춤, 입춤, 두드리라의 북치기는 한국춤의 대표적인 것이지만 무속 무용의 성주풀이 춤과 인천의 향토 무용인 "나나니 춤"이 그 중 이색적이고 재미있었다. 인천지방 무형문화제 3호로 지정된 "나나니 춤"은 그 이름부터가 흥을 돋우어 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 지방 특유의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두드러졌는지도 모른다. 인천의 갯가(섬) 여인네들 사이에서 놀이 노래로 전승된 나나니 타령의 춤으로 일인 춤, 이인 대칭춤, 삼-오인의 장난끼 섞인 해학의 춤, 일체감을 풍기는 단체춤이 타 지역의 향토춤인(강강술래)와 다르게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한 마당에서 흥과 멋을 살려 내는 특징이 있어 친근감을 더해 주었다. 섬 여인들의 허름한 옷차림으로 몽탁하게 추켜 올린 치마며 의상부터가 특이하고 재미 있었다. 여인들이 모여 노는 수다스러움이며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 것 같은 갯네 물씬 풍기는 향토 무용다워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정통 무용에서 창작품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한국춤의 참 멋과 신명을 일깨워 주는 교육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 감상의 기회로 내 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준다는 취지가 부럽다.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서가 메말라 가는 내 가슴속에 오랜만에 단비로 촉촉해 지는 순간이었다.

당 지역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 주며 지역 문화 예술의 활성화와 시민들에게 건전한 주말 문화 공간을 마련해 풍요로운 문화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토요상설 공연을 펼친다니 더더욱 부러울 뿐이다.

공연장을 빠져 나와 들뜬 기분으로 늦은 저녁을 먹으러 휘황한 밤거리를 취한 것처럼 배회하던 우리들 모습이 그리움으로 다가든다. 그 찬란한 춤의 도시, 거대한 빌딩숲에 묻힌 인천의 밤거리, 나나니 춤을 추던 갯가의 여인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향토 무용으로서의 가치가 그래서 더한 게 아닌지? 오래오래 전승보전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친구여 당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춤판에서 굳어가는 근육을 풀면서 춤사위를 익히겠지, 언제인가 멋진 학 춤이라도 한판 선사하시게.-----

나나니 춤과 한판 잘 놀고 나니 문을 흔드는 거센 비바람소리가 춤판에서 두드리는 북소리 같아 정겨워서 맑은 정신이 되살아 났음은 물론이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134 | 7시간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84 | 7시간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372 | 5일전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370 | 8일전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284 | 10일전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01 | 10일전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378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

고요

댓글 0 | 조회 92 | 10일전
시인 도 종환바람이 멈추었다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고요는 침착한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내 육신야말로 얼마나 가난하지… 더보기

사찰음식의 잠재력, 전 세계로 확산될 것

댓글 0 | 조회 124 | 10일전
-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 더보기

훼방꾼은 비켜가고 . . . “안녕 하세요?”

댓글 0 | 조회 308 | 10일전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을 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전화벨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이런 시간에 웬 전화? . . 오늘밤 단잠은 틀… 더보기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06 | 10일전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인류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174 | 10일전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칠레 해안에서 약 3,700km 떨어진 외딴 섬 — 이스터섬(Easter Island), 혹은 라파누이(Rapa Nui). 이 작고 고립된 … 더보기

때에 맞는 도구를 써라

댓글 0 | 조회 123 | 10일전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 더보기

궁금해서 찾아본 영주권과 영구 영주권

댓글 0 | 조회 957 | 2025.11.25
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도 이민법의 특정한 조항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세부조항들이 궁금해… 더보기

사고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오를까?

댓글 0 | 조회 468 | 2025.11.25
–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아마 많은 교민…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178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17. 루아페후 산과 타우포 호수의 사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5
뉴질랜드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타우포 호수(Lake Taupo)는 마오리 전설…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 대법원 판결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5
예전 칼럼에서는 우버드라이버가 우버에 고용된 피고용인라는 고용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우버가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고용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우버의 청구… 더보기

유학을 결정하기 전, 가족이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34 | 2025.11.25
: 아이의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유학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80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트리플데믹’ 경고

댓글 0 | 조회 616 | 2025.11.21
요즘 이른 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어스(RSV•Respiratory Sync… 더보기

Year 8–9 전환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832 | 2025.11.17
Year 8에서 Year 9로 넘어가는 시기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직 Year 8의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2월의 컬리지 입학이 가… 더보기

우리 아이 글, 무엇이 부족할까? 글쓰기 성취 기준 이해하기

댓글 0 | 조회 461 | 2025.11.14
글쓰기 평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열심히 쓰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Achieved인가요?”, “Merit과 Excellence의 차이가 무… 더보기

NCEA, IB, Cambridge - 글쓰기가 보여주는 다른 학습 철학

댓글 0 | 조회 447 | 2025.11.13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는 하나의 교육체계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립학교 대부분이 채택한 NCEA, 일부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IB, 그리고 영국식 교육 전통을 바탕으… 더보기

Welcome to 유학월드와 최대 2M 사투비자

댓글 0 | 조회 348 | 2025.11.12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의 시각으로 보는 요즘의 뉴질랜드 정부와 이민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보여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