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그 나무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심혜원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73] 그 나무님!

0 개 3,187 KoreaTimes
  티티랑이 언덕길 위에 우뚝 서 있는 기품있게 잘 생긴 한 그루의 고목. 아무리 나무가 잘 자라주는 이 나라라고 해도 백 년은 훌쩍 넘었음직한 위용을 갖추어 지체 높은 어르신을 대할 때처럼 믿음직스럽고 존경스럽다. 주변에 그 흔한 벤취하나 마련못한 쓸쓸한 홀대에도 아랑곳 않고 철따라 잎을 피우고 낙엽도 떨구며....

  내가 이 나라에 처음와서 제일 먼저 정 붙이고 친구한 그 나무를 쉽게 잊을 수가 없다. 민들레처럼 홀씨하나 바람타고 날아와 외롭기 그지없는 이방인을 다정하게 받아주고 감싸 준 너그럽고 편안한 어른 나무님. 길 옆에 쳐진 목책 위에 걸터앉아 답답한 가슴을 긴 한숨으로 토해내며 하늘 끝에 닿은 듯 키가 마냥 높은 가지들을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노라면 산들산들 잎새를 흔들어 땀도 식혀 주고 허허로운 마음을 잘도 다독여 주었다. 얼기설기 비늘 잎사이로 비추는 찬란한 금빛 태양을 내 쳐진 어깨에 힘을 실어주어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 아무도 특별하게 돌아보지 않는 외로움에 그 쪽도 내가 반가웠을까? 밀림처럼 침침한 나무 숲속 길을 꽤나 가보고 싶은 호기심을 무던히도 참아 내던 어느 날이었다. "나무님 산책 같이할 친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모든 주문을 다 들어 줄 것 같아 응석처럼 아무말이나 잘도 지꺼린다. 호젓하게 묻혀 있는 외진 집에서 낯선 인기척에 뛰쳐나올 늑대처럼 큰 개도 무섭고 사방에서 지저귀는 거친 새들의 합창도 예사롭지가 않아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를 낼 수가 없어 기도하듯이 조용히 보채 보는 것이다. 못 견디게 그리움에 허기질 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길게 누운 뿌리에 올아 않아 그 믿음직한 몸체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 그 누구의 품에 안긴 듯 착각에 빠져 지각없는 어린 아이가 되어 현실을 잠시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 버린다. 그게 좋아서 그 위로가 달콤해서 산책길 발걸음이 늘 가벼웠는지도 모른다.

  "나무님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요 바람도 산뜻하구요"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모처럼 환한 내 모습이 그 쪽도 반가웠을까? 그런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오늘은 서울 친구들한테 편지를 써볼까 해요. 나무님과 이야기 나누며 살아가는 일들을 쓰려구요"(그거 좋겠네요 편지를 쓸 수 있으니 부럽군요). 분명 그런 말을 했을 나무님. "나무님 미안. 미안. 사람들은 욕심이 많지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 올라도 그는 묵묵히 내려다 볼 뿐이다. 그 과묵함이 좋아서, 스스로 묻고 답을 얻을 때까지 들어주는 편안함이 좋아서 둘만의 비밀로 밀애를 하듯 교감하며 깊은 절망감 속에서 서서히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온통 낯선 얼굴 서툰 말 속에서 입술은 무겁고 녹슬어 가던 언어가 돌파구를 찾아 얼어붙던 가슴이 조금씩 따뜻해져 갔다. "나무님 오늘은 시티를 나가 볼까해요. 혼자서 수영장에도 갈꺼구요"(그럼요 그래야지요. 그렇게 그렇게 살게 되는 거랍니다). 간사한 동물이 사람이라던가 그 때부터 나무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이고 영원히 그럴 것이니 걱정 말아요) 그를 배반한 것은 물론 나였지만 그 미안함조차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을 너무 잘 안다.

  이제 나는 그 나무를 아주 잊을 만큼 모든게 여유로워졌고 낯설음도 많이 멀어졌다. 지금은 오히려 말로써 다칠 상처가 두려워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말보다 마음으로 통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움을 알아가고 있다. 뿌리없는 나무처럼 잘려나온 사람들의 근거를 모르니 이민사회란 참(眞實)이 어떤 것인지 사실 가려 살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 잊고 살던 그 나무가 다시 생각나는 것은 웬 일일까? 영원히 반 벙어리로 살아야 하는 서러움을 속 시원히 허튼 소리로 떠들어 보고 싶어서일까? 말 무서운 세상에 혼자 듣고 묻어 두는 그 보다 더 믿어운 친구가 어디 또 있을까? 어쩌다가 스치고 지나치는 길에 차창 밖으로 바라보면 여전히 변함없이 우뚝서서 품위를 지켜 가는 그 님 위용에 조용히 머리가 숙여진다.

  모진 풍상에도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만 품으면서 내색없이 살아가는 그 님. 그 의연함이 존경스럽다. 나도 과묵하게 그 님을 닮아 살고 싶다. 자기 삶에 충실해 조금도 흔들림없이 굳건한 자신감. 누가 관심가져 주지 않아도 투정 않는 너그러움. 크게 커서 작은 것들을 감싸 안고 튼튼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대단한 희생. 멀리 보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 겸손함. 위풍당당 너무 잘 생겨서 오만함이 있을 법도 한데 전혀 도도하지 않은 내면의 아름다움. 자연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베푸는 넉넉함 등등.....

   또 한해가 저물고 새 해가 열렸다. 금년에는 그 나무님을 많이 생각하며 아주 조금이라도 그를 흉내내며 살아 보련다.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82 | 5시간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60 | 5시간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371 | 5일전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369 | 8일전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284 | 10일전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00 | 10일전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377 | 10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

고요

댓글 0 | 조회 92 | 10일전
시인 도 종환바람이 멈추었다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내가 얼마나 외로운 영혼인지 알게 한다고요는 침착한 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게 하고내 육신야말로 얼마나 가난하지… 더보기

사찰음식의 잠재력, 전 세계로 확산될 것

댓글 0 | 조회 123 | 10일전
-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 더보기

훼방꾼은 비켜가고 . . . “안녕 하세요?”

댓글 0 | 조회 307 | 10일전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었다. 단잠을 청하고 있을 때 갑자기 세찬 전화벨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이런 시간에 웬 전화? . . 오늘밤 단잠은 틀… 더보기

700만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을 묻다

댓글 0 | 조회 206 | 10일전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맞은 아랍에미레이트(UAE) 동포간담회에서 한인회장은 “한국인의 저력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교민이 있다”며 “주변에서 ‘한국인이어… 더보기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인류가 남긴 거대한 수수께끼

댓글 0 | 조회 174 | 10일전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칠레 해안에서 약 3,700km 떨어진 외딴 섬 — 이스터섬(Easter Island), 혹은 라파누이(Rapa Nui). 이 작고 고립된 … 더보기

때에 맞는 도구를 써라

댓글 0 | 조회 123 | 10일전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 더보기

궁금해서 찾아본 영주권과 영구 영주권

댓글 0 | 조회 956 | 2025.11.25
살다 보면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요.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도 이민법의 특정한 조항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세부조항들이 궁금해… 더보기

사고도 없는데, 왜 내 보험료는 오를까?

댓글 0 | 조회 468 | 2025.11.25
–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아마 많은 교민… 더보기

게을러져서 좋다

댓글 0 | 조회 178 | 2025.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회를 마치니늦잠을 잔다 해도눈치 볼 일 없어 좋다일찍 눈 떠지는 날은할 일이 없어도괜히 부지런한 것 같아그것도 좋다수염은 게으른 몫으로 두… 더보기

17. 루아페후 산과 타우포 호수의 사랑 이야기

댓글 0 | 조회 124 | 2025.11.25
뉴질랜드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호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타우포 호수(Lake Taupo)는 마오리 전설…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 대법원 판결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5
예전 칼럼에서는 우버드라이버가 우버에 고용된 피고용인라는 고용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우버가 항소법원에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이 고용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우버의 청구… 더보기

유학을 결정하기 전, 가족이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들

댓글 0 | 조회 234 | 2025.11.25
: 아이의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유학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 더보기

열 마디만 해야지...

댓글 0 | 조회 180 | 2025.11.25
세상의 대부분은 길어야 좋다. 수명이 길어야 좋고, 키도 가방끈도 길면 좋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 길어 좋은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는 5분을 끄… 더보기

‘트리플데믹’ 경고

댓글 0 | 조회 616 | 2025.11.21
요즘 이른 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어스(RSV•Respiratory Sync… 더보기

Year 8–9 전환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832 | 2025.11.17
Year 8에서 Year 9로 넘어가는 시기는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아직 Year 8의 학사 일정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2월의 컬리지 입학이 가… 더보기

우리 아이 글, 무엇이 부족할까? 글쓰기 성취 기준 이해하기

댓글 0 | 조회 461 | 2025.11.14
글쓰기 평가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열심히 쓰고 분량도 충분한데 왜 Achieved인가요?”, “Merit과 Excellence의 차이가 무… 더보기

NCEA, IB, Cambridge - 글쓰기가 보여주는 다른 학습 철학

댓글 0 | 조회 446 | 2025.11.13
뉴질랜드의 고등학교에는 하나의 교육체계만 존재하지 않는다. 공립학교 대부분이 채택한 NCEA, 일부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IB, 그리고 영국식 교육 전통을 바탕으… 더보기

Welcome to 유학월드와 최대 2M 사투비자

댓글 0 | 조회 348 | 2025.11.12
2009년부터 뉴질랜드 공인이민법무사로 활동해 온 저의 시각으로 보는 요즘의 뉴질랜드 정부와 이민부가 지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로 보여집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