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바보가 되어가는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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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바보가 되어가는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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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우산 떨어졌는데요"
  등 뒤에서 들려 오는 말에 흘낏 돌아보니 어떤 젊은이가 내 우산을 집어서 작은 돌담에 얌전히 걸쳐 놓고 간다.  (어머나 큰일 날 뻔 했네)  "고마워요" 철없는 아이처럼 너스레를 떨며 우리 아이들을 웃기고 즐거움을 준 우산이 아니던가. 무슨 마트였었지. 서울에서 마지막 쇼핑을 하던 날. 떠날 준비에 바쁜 내 곁에서 벌써부터 결별의 아픔을 달래는 표정의 언니 때문에 나는 소풍 가는 가벼운 기분으로 수선을 떨수밖에 없었다. "무슨 선물 같은 것 없나요?" 사은품이 넘쳐 나는 한국이기에 주책없이 보채 본다. "우산 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괜찮으시다면...." 한정된 금액에 미달이어서 곤란하지만 먼 곳에서 오신 분이라 특별히 드리겠다며 엄청 생색까지 낸다. 까짓거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장대같이 긴 케이스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떤 것인지 꺼내 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짐을 다 꾸리고 나니 그것 하나가 남아 썰렁한 자리를 지키고 있질 않은가. 오클랜드에 돌아가면 곧 우기일텐데.... 골프 우산이 시원찮았던 생각이 떠올랐다. 귀찮기는 하겠지만 꾹 참고 가지고 가 볼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살며시 가방 위에 올려 놓았다.

  그 날은 억수같이 비가 퍼부었다. 가방을 끌고 내려오니 이 빗속에도 이사를 오는 사람이 있어서 하얀 차일을 치고 그 밑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차일 밑에 바짝 차를 들이대고 여자들이 낑낑대니 일하던 인부 한 사람이 안쓰러운지 가방을 번쩍 들어 차에 얹어 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려는 순간 우산 생각이 났다. 다시 돌아가 현관 바닥에 버려진 긴 박스를 찾아 짐 위에 걸쳐 놓았다. 꽤나 가로 걸리는 귀찮은 짐이라 용케 가져갈 수 있을런지는 끝까지 의문 부호가 찍혔다.

  인천공항! 딸애를 돌려보내고 배웅 나온 친구와 찐하게 수다라도 좀 떨려고 했는데 허겁지겁 밥 한그릇 먹고 입가심 차한잔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쁘게 헤어져 왔건만 겨우 시간에 맞출 것 같다. 게이트까지 왜 그렇게 멀고 먼지. 무거운 가방을 양손에 끌고 옆구리에 그 우산까지. 팔이 마냥 늘어나서 너무 많이 아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 한거야 다들 나갔나?) 문득 공항에 미아로 혼자 남았다는 바보같은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 때 마침 케어를 한 휠체어 손님과 노약자들이 도착했고 곧바로 개찰은 시작되었다. 그들이 타려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는 것은 내게도 반가웠다. "젊고 건강하신 분은 저 계단으로 내려가셔요"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나 젊지 않아요. 나도 자격있어요". 그 뻣뻣한 체면 자존심 다 어디에 버리셨나 바보같이. 밀고 들어가서 그렇게 비행기에 오르고 보니 내가 일등으로 아무도 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느긋하게 자리를 찾고 짐 칸에 가방까지 넣으니 드디어 살아났구나. 홀가분함에 안도를 했다. 물론 그 길다란 우산도 가로질러 짐 칸에 들어갔다. 짐과의 전쟁이 끝나고 나니 그제서야 억수같은 비 속을 집까지 무사히 들어 갔는지 딸애가 궁금해졌다. 헤어지는 슬픔마져도 깨닫지 못하고 얼떨결에 이별을 했으니 헤어짐은 이렇게 하는겐가. 혼자 씁쓸한 미소를 먹음는데 나중에 탄 사람들이 짐을 넣느라고 법석이다. 몇 사람이 가방을 올려 보다가 다른 곳으로 가져가는 것은 문이 닫히지 않아서였다. 그게 그 우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끔틀 대는 양심에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이제 어쩔건가. 달아오르는 얼굴에 철판을 깐다.

  그렇게 그렇게 그 우산은 여기까지 잘 가지고 올 수가 있었다.
  짐을 모두 풀어 정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그 궁금한 우산을 꺼내 보았다. 새까만 바탕에 끝이 알록이 달록이다. 우산을 펼쳐 든 순간. 와! 멋져라 촘촘하게 열여섯개나 되는 튼튼한 살이 야무진 동그라미를 만드는데 알록 달록이는 빨ㆍ주ㆍ노ㆍ초ㆍ파ㆍ남ㆍ보의 무지개였다. "세상에 이걸 안 가지고 왔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겠나" 아이들은 철없는 애처럼 들떠서 호들갑을 떠는 나를 보며 웃어 죽는다고 야단이다. "우산 하나에 그렇게 좋으세요." 손톱만한거라도 내 맘에 꼭 드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마 그 집에서 쇼핑한 여름 옷가지들보다 별 생각없이 받아 온 이 선물이 더 마음에 드는게 틀림없는 일인것 같다. "이만 이천원에 파는거에요" 우산을 건네주면 하던 주인의 말이 생각났다. 물방울이 또르르르 젖지도 않는 방수 처리까지. 엄청 횡재를 한 것 같은데 그런 값에 여기서는 이런 것 어림도 없지. 한국것의 자부심이 뭉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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