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317] 솔잎 향기 그윽한 추석을 맞다

0 개 2,985 코리아타임즈
바람 몹씨 사납던 지난 주말, 추석을 이틀 앞둔 날이다. 그 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로 공을 날려야만 하는 막힌 데 없는 골프장.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그럭저럭 마무리를 짓고 나오려는데 같이 치던 K가 혼자서 우물쭈물 처지려고 하는 눈치다. 알고보니 사람 보이지 않은 곳으로 가서 솔잎을 따가겠다는 의도였다.(그렇지 송편을 하겠다는 거로구나)

  문득 추석명절을 떠올리는 주부의 바쁜 마음으로 정서가 꿈틀거렸다. 나도 가방에 챙겨 두었던 비상용의 비닐백을 찾아 꺼내 들고 아득히 하늘 끝까지 뻗어 나간 우람한 소나무 밑으로 닥아섰다. 바람에 춤을 추듯 심하게 출렁거리는 가지 하나를 붙잡고 솔잎을 정신없이 뽑아 담았다.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일이다. 장보기의 한몫으로 부지런한 손길로 누군가가 시장에 내다 놓은 풋풋한 솔 몇웅큼 사서 들고 오면 그게 송편 빚기의 시작이었는데…,

  느닷없이 송편을 빚겠다는 묘한 분위기에 쌓이면서 먼 옛날도 잊혀져간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가벼운 흥분으로 설레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내가 주부가 되고 단촐한 가족들을 위해 혼자 쭈구려 앉아서 빚던 그때보다 어렸을 때 어머니 곁에 둘러 앉아서 고사리 손으로 오물조물 주물러 어른 흉내내며 만들어 내던 그 때의 추억이 더 진하게 떠오른다.

  송편을 예쁘게 만들어야 이 다음에 시집가서 예쁜 딸을 낳는다는 엄마 말에 정성들여 예쁘게 만들다가도 나중에는 싫증이 나서 나름대로 동물모양도 만들어 보고 했던 생각이 난다. 밑에 깔려 모양이 변할까봐 손에 들고 있다가 시루 맨 마지막 위에 살짝 올려 놓아야 직성이 풀리던 호기심 많던 소녀, “그게 어디 송편이냐?” 언니한테 지천구를 들어도 그게 재미있는 추석놀이 같았다.

  좀 더 커서는 송편 만들기에 동참하기도 어려웠다. 큰 소쿠리에 소담스럽게 쪄서 장독대에 내어 놓은 참기름 냄새 폴폴 풍기는 송편을 집에 오자마자 콩줏어 먹듯 먹어대기에만 바빴다. 허리 구부리고 온종일 어머니 혼자 빚어 만든 정성의 떡을 정신없이 축을 내도 그게 흐뭇하기만 하시던 어머니.

  오늘날의 여인들은 정말로 너무나 편하게 사는 세상 아닌가. 솔을 뜯었으니 이젠 쌀가루를 사야지. 한국식품으로 차를 몰아간다. 냉장고 안에 얌전히 자리잡고 앉은 쌀가루 한봉지, 중국산인지 태국산인지 노랗게 거피해놓은 반쪽짜리 녹두 한 봉지, 시장바닥에 파랗게 때깔 고운 풋콩이 눈앞에 어른거리지만 계절조차 가을이 아닌 벗꽃 창창한 봄이고 보니 햇곡이 있을리가 없질 않은가. 아쉬운대로 흉내라도 내고 살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여기가 어디인가. 집에 돌아와 솔잎을 얌전하게 다듬어서 깨끗이 씻어 놓았다. 밖으로만 돌아치던 남자같은 내가 쭈구려 앉아서 얌전한 주부가 되려니 벌써부터 허리가 꼬이고 아플게 겁이 난다. 허지만 솔잎냄새 향그러운 맛있고 쫄깃한 송편을 먹어보게 된다는 기대가 만만치 않게 겁을 누른다.(어디 내일 두고 보자)

  체대신 얼레미에 곱게 쌀가루를 내리고 폿트에 물을 끓여 따끈따끈한 익반죽을 한다. 바가지가 끓는 물에 송글송글 할 때 그 물로 반죽을 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시대가 변해서 폿트에 물을 끓여 직접 따라 쓰니 너무 좋다. 팔에 힘을 넣어 반죽을 치대고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놓고 속고물을 준비한다. 냉장고도 비닐봉지도 없던 시절 적신 면보자기에 싸서 놓은 반죽이 자꾸만 말라서 보자기 적셔 덮어 놓는 일도 번거롭기만 했다. 쭈구려 앉아서 허리 아플 걱정도 해결이 되었다. 탁자에 모든 걸 준비해놓고 소파에 앉아 송편을 빚는 신식법이라고나 할까. 옛날 생각을 하면서 솜씨를 내본다.

  “입을 꼭꼭 아물러 놔야 터지지가 않아. 그리고 양귀는 뽀족하게 날이 서야지. 오죽하면 송편 귀로 멱을 딴다고 하지 않든……”

  엄마가 그런 말을 하면 뻥도 너무 심하다 싶어 피~ 하고 입을 내밀던 어렸을적. 어머니도 어른들한테 들은 말이리라. 아뭏튼 통통하게 배가 나오고 양귀가 야무지게 날이 선 어머니의 송편은 그냥 먹어 치우기엔 아깝다는 생각을 늘상 했었다. 그렇게 예쁘게 흉내내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은 내 솜씨가 부족해서 임을 어쩌리. 처음엔 자그마하게 예쁘던게 나중에는 실증이 나서 점점 커지는게 보통이다. 이번에는 크게 시작해서 점점 작고 예쁜 솜씨가 살아났다. 아이구 다행스러워라. 치매는 아직 안 걸리겠군.

  시루 아닌 찜통에서 솟아 나오는 솔잎향기. 그것도 한국 솔잎만큼은 산뜻하고 강하지가 않아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보자기에 찌는 송편 같으랴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송편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을, 많지 않은 것 물에 씻을 것도 없다. 솔잎 뜯어내고 바로 참기름 발라내니 아~ 바로 이 맛이야. 쫀득쫀득한 떡 속에서 씹히는 달지 않고 구수한 녹두의 맛, 익반죽의 독특한 씹힘이며 솔잎으로 찌는 송편의 진짜 맛이 이런 것이다.

  오랜만에 만들어 주는 엄마의 송편에 애들이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엊그제 저이들끼리 했다던 풋콩 넣은 송편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건 아니지만 송편은 송편. 이 엄마의 송편을 한국의 아이한테는 어이 보낼꼬…….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283 | 13시간전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218 | 5일전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593 | 8일전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862 | 9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18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15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

가끔은 Lay-up이 답이다 – 직진보다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 때

댓글 0 | 조회 206 | 2026.04.15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길지 않지만, 앞에는 큰 해저드나 나무가 가로막고 있다. 과감하게 공략하면 한 방에 … 더보기

지금 당장 궁금한 비자심사 최신 정보

댓글 0 | 조회 453 | 2026.04.15
특정비자의 심사기간에 대한 개런티를 뉴질랜드 이민법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기에, “제 비자에 대한 심사가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오늘 저에게 문의하… 더보기

정이 가는 사람

댓글 0 | 조회 258 | 2026.04.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만 생각하며 산다는 사람보다주님만 생각하면 부끄럽다는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정이 간다하늘 아버지께서 다 돌봐 주실 거라며성인처럼 … 더보기

명경과 세경

댓글 0 | 조회 165 | 2026.04.15
얼굴을 보거나 화장을 하려면 보는 것이 거울이다. 오래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잠잠한 물에 비추어 보다가 돌이나 금속을 매끈하게 갈아서 보려고도 했을 것… 더보기

숲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록

댓글 0 | 조회 120 | 2026.04.15
■ 조계산 송광사산사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첫 공간남도의 아름다운 조계산을 사이에 둔 송광사와 선암사. 두 사찰의 송사로 인한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숲에 대한 … 더보기

뉴질랜드 회사법 (Companies Act 1993) 주요 쟁점 정리

댓글 0 | 조회 202 | 2026.04.14
통계자료의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한인과 키위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비즈니스 운영 형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개인 이름으로 운영하는 sole trader 라고 합… 더보기

중위권 성적으로 의대 합격까지, 방향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319 | 2026.04.14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최근 상담을… 더보기

26.바다 위의 길 – 픽톤과 어머니의 항로

댓글 0 | 조회 103 | 2026.04.14
Te Ara Moana o te Whaea – 어머니의 바다 길* 바다와 산 사이의 마을아득한 옛날, 지금의 픽톤 지역 와이투히(Waikawa)라는 마오리 마을이… 더보기

은하수 가을달

댓글 0 | 조회 167 | 2026.04.14
보름인가? 창공에 매달린 달이 유난히 크고 밝다. <은하수와 가을달> 칠십여 년 전 초등학교 때의 어느 습자 시간에 화두로 떠올려졌던 단어다. 그때의 … 더보기

7편 – 바티칸 비밀문서고 : 금지된 장부

댓글 0 | 조회 181 | 2026.04.14
“신은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한 것은 인간이며, 지운 것도 인간이었다.”프롤로그 - 1495년, 바티칸 지하 4층 캔들빛이 흔들리는 오래된 석조 방.한 노신부가 … 더보기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댓글 0 | 조회 163 | 2026.04.14
시인 파블로 네루다당신은 해질 무렵붉은 석양에 걸려있는 그리움입니다.빛과 모양을 그대로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입니다.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부드러운 입술을 가진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66 | 2026.04.12
이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강사 및 컨설턴트)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NCEA, CIE (A Level), IB 모든 뉴질랜드… 더보기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댓글 0 | 조회 651 | 2026.04.10
데뷔 40주년 가수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유열 씨가 폐섬유증 투병과 폐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인터뷰 기사가 조선일보 토요일판(2026년 3월 14일)에 … 더보기

4. 오클랜드의 첫 삽, 흙과 함께 뿌리 내린 우리 집

댓글 0 | 조회 601 | 2026.04.10
정적인 남섬을 떠나 역동의 도시로나의 생활 기반이 남섬 Dunedin에서 1987년 Auckland로 옮겨지니 매 일상이 바빠졌다.드네딘은 오로지 세 가구의 한국…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보건학 POPLHLTH111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845 | 2026.04.07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POPLHLTH111 (대학보건학) A+ 팁과 노… 더보기

3. 더니든에서의 남겨진 이야기들

댓글 0 | 조회 627 | 2026.04.06
제 2편에서 삶의 터전이 더니든에서 오클랜드로 옮겨졌지만, 더니든에서의 홀로 살던 시간 중 빼놓기 아쉬운 부분들을 한데 모아 적어 본다.내가 하던 일은 녹용 가공…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화학 CHEM110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944 | 2026.04.03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CHEM110 (대학화학) A+ 팁과 노하우에 대… 더보기

2. 드네딘의 바다에서 오클랜드의 꿈으로

댓글 0 | 조회 441 | 2026.04.02
나의 첫 사업 도전기: 뜻밖의 인연, 오징어 회와 선식업의 시작가족이 합류하면서 드네딘에도 한국인 가족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Knox 신학대학의 장 목… 더보기

ISAT 의대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737 | 2026.03.31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지난 6년 간 ISAT를 (국제학생 입학시험) 지도하며 느꼈던 점과 해당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하는 정보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