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 City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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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City의 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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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간만에 City에 나와 밤 거리를 걸어본다. 기승을 부리던 낮 더위가 먼 나라 이야기인양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마냥 시원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낮의 활기는 어디로 갔는지 차분하게 내려앉은 어둠이 적막처럼 휘감겨온다.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불빛들 사이로 삼삼 오오 길에 서성거리는 젊은이들의 히히덕거림이 적막을 깨뜨린다.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자동차의 라이트가 섬광처럼 비추며 오고 가고……, 샵 안이 밖으로 너무 환해서 진열된 물건들을 적나라하게 바라보며 여기는 밤새도록 장사를 하나보다라고 의문을 품었던 처음 왔을때의 생각이 나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빈 가계를 지키는 불빛으로 맘껏 드러내 자랑을 하는 멋진 의상들이며 이것 저것들을 싫것 눈요기도 하고 온 천지가 내 것이기라도 한양 마음놓고 즐기는 재미.

  밤 아홉시가 지났는데도 어둠이 내리지 않은 파리의 오월. 그 거리를 헤매듯 걸었던 10년전 어느 날이 문득 떠올라 잠시 착각속에 빠진다. 여자들 넷의 파워가 마치 악동처럼 짖꿋어서 어딜 가도 두려운게 없었지.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본다.

  나는 지금 의기 투합이 잘되는 친구와 모처럼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밤, 낭만에 못이겨 손이라도 꼭 잡고 걸어보고 싶은데 아무리 여기에 와 살아도 정서만은 아직도 한국의 그것을 버리지 못해 동네가 떠들석 할테니 부풀린 감정을 접어둔다.
  문득 어느 건물 앞에 물건처럼 내 던져진 검은 물체에 놀랜다. 시커먼 사람이 짐승처럼 길바닥에 쓸어져 잠이 들은걸까? 거지가 없다는 이 나라에 어째서 저리 살게 되었는지…, 엊그제 우리 동네 건물 어귀에서 모자를 놓고 웅크려 앉은 젊은이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 부러운 것은 오직 젊음 밖에 없는데 그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며 사는 인생이 그지없이 불쌍했다. 마침 공과금을 내고 나오던 길에 몇개의 동전이 손 안에 남아있어 크게 입을 벌린 모자 위에 놓아 주었다. 그가 아마 마약중독자나 뭐 그런 류의 폐인일 것 같아 정신 차려 살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말이다.    

  아오테아 광장에 빈 천막들이 스산하게 웅크려 앉았다. 삶에 소용돌이치던 바뿐 사람들이 휴식의 공간으로 빠져 나가고 폐허처럼 고독에 빠져 잠들려 하고 있다. 차츰 비어가는 빈 도시를 박쥐처럼 즐기며 걸어보는 나는 잠시 짚시가 되어 방황한다. 술에 취한듯 낭만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의식도 참 오랜만에 맛본다.

  잠들지 않고 꾸는 꿈처럼 가끔씩은 낯설은 곳을 방황하는 것도 아주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은 인생을 살찌우는 것이라고들 말하지 않는가. 어포 퀸 스트리트 다리를 건너오는데 검푸른 하늘에 손톱달을 만난다. 부지런한 며느리만이 본다는 초승달이다.
  오늘밤 꿈엔 내가 꼭 가 보고 싶은 북유럽의 어느 낯선 도시에서 저 차가운 달과 해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무는 인생길에 추억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 준 오- 아름다운 오클랜드의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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