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華嚴)의 세계=우리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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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華嚴)의 세계=우리는 하나다.

0 개 2,619 동진스님
한국의 현대사 중 가장 가슴 뜨거웠던 때를 떠올리라면 나이 든 성인들은 대부분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첫 번째로 꼽으리라 짐작된다. 

숨가쁘게 몰아치던 개발독재와 뒤이은 군사정부의 일방적 통치아래에서 시민의 권리를 희생 당하며 우리들만의 민주주의를 강요했던 군부독재를 끝내 종식시키고 십 수년 만에 직접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가슴 설레는 기쁨을 함께 몰아 사천만 전 국민이 환호하고 말 그대로 꿈 같은 한 달을 보낸 것으로 기억된다. 

이때 올림픽 주제가로 불리었던 노래가 “손에 손잡고(Hand in Hand)”였다. 

전세계적으로 1200만장의 음반이 팔릴 정도로 크게 불리우던 이 노래의 가사 중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 서로 사랑하는  한 마음 되자.”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이 바로 화엄의 세계다. 우리는 서로 연결 되어 있고 따라서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며 나의 불행이 곧 너의 슬픔이 되는 세계, 그래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부처님뿐만 아니라 예수님도 모하메트도 공자님도 그리고 모든 고금동서의 성인들이 말씀해 주셨다. 그러나 현실의 세상에서는 “나”는 있어도 “남”은 없다. 일단 나 자신과 내 가족, 그리고 내 주변의 이익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고 살아간다. 
 
“자비와 사랑” 이것은 모든 종교들이 첫째로 치는 종교인의 최고 덕목이다. 그런데 과연 나의 희생을 각오한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인이 얼마나 될까?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 받는 힘든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사하고 봉사하는 성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숫자는 이 세상이 화엄의 세상에 이르기에는 턱 없이 부족 하다. 너와 내가 어우러져 함께 행복한 세상, 그것이 불국토요 천국인데 우리의 현실세계는 “불타는 지옥이며 서로를 해치는 칼산지옥”에 더 가깝게 느껴지곤 한다. 
 
그런데 불교에서 말하는 진정한 화엄 불국토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실현되는 그런 세상을 말한다. 무조건 타인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강요하지 않는다. 타인의 행복을 통해 나 자신의 만족과 보람을 느끼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의 가치를 한층 더 승화시켜 무량한 행복을 이루는 것이다.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위함이라는 진리는 유마거사의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보살심(菩薩心)의 발로(發路)와 일맥상통한다. 이웃이 불행한 일을 겪으면 그것이 곧 나의 아픔으로 다가 오고 타인에게 좋은 일이 찾아오면 진정으로 함께 축하하고 감사해하는 그런 세상이야 말로 우리가 실현하여야 할 부처님의 국토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석가세존의 탄생게(誕生偈) 역시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온 세상천지의 만물은 그 자체로 모두 소중한 존재이며 이런 존재들이 겪는 모든 고통을 편안케 하리라)”인데 이 게송의 앞부분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바로 “자리(自利)”의 의미이며 뒷부분의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利他”의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방불교, 소위 대승불교의 중요한 종지(宗指) 또한 “上求菩提 下化衆生(한 쪽으로는 진리를 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천지만물을 이롭게 한다)”이며, 이는 “상구보리”의 자리행(自利行)과 “하화중생”의 이타행(利他行)을 다짐하는 중요한 불자의 실천강령이라 말할 수 있겠다.
 
부처님께서는 6년에 걸친 설산 고행과 보리수나무 아래에서의 깊고 깊은 명상을 통해 우주만물이 연기(緣起)라는 진리의 시스템을 통해 존재해 나가며 이런 존재의 궁극적 완성이 바로 화엄의 세계이고 이는 곧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래서 모든 다툼이 없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세계일화(世界一化)”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함을 2600년 전에 설파 하신 것이다.
 
그런데 260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재 우리 사회는 점점 복잡 다난해져 가고 이러한 복합적 사회 속에서 개인은 점차 소외되며, 발달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소외되거나 뒤떨어진 이들에게 말초적 욕망을 더욱 부추키고 그로 인해 전체로부터의 개인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효율성과 물질적 가치만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고, 따라서 인간중심의 실존적 사고체계는 물질 우선의 찰나적 사고체계로 급속히 변화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기계적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소외되고 고립되는 인간들과, 황폐해져 가는 자연환경을 생각해 볼 때 우리 종교의 역할 또한 점차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욕망과 쾌락에 따라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연결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전체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이 순간에 있어 종교의 막중한 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一切汝我同根 하니 一卽一切 多卽一 이로다. (우리 모두는 한 몸이니 하나가 전체이며 전체가 곧 하나다)”

나와 남을 차별하지 않으며, 인간과 동물을 별개로 보지 않고, 생명이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이 지구와 온 우주를 자비와 사랑이 가득 찬 화엄의 세계, 극락장엄의 세계로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이제 우리 모두 힘차게 노래 부르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함께 한 마음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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