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고양이가 남긴 것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74] 고양이가 남긴 것

0 개 3,422 KoreaTimes
  '다롱이'가 사라졌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고양이는 싫어하고, 개를 좋아한다. 교민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유독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개를 더 선호한다.

  키위들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선호도가 반반쯤은 되는 것 같다. 기르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개를 더 좋아하면서도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개는 우선 울타리를 쳐야 하고, 시티 카운슬에 등록을 해야 하고, 집에 홀로 두거나, 이웃집에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되고, 외출 시킬 때는 꼭 목줄을 매 주어야 하는 등 지켜야 할 조건도 많다.

  또한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고 구입비부터 등록비, 개 밥, 개 집, 목걸이 등 경비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이나, 이웃집 동물을 해치면 반드시 주인이 대신 책임을 져야 하고 재판을 받아 벌금을 물기도 한다. 가끔씩 커다란 개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와 어린애나 부녀자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 주인은 피해자에게 사과함이 마땅하고 피해자가 신고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피해가 심할 때는 사살까지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개는 주인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대신 부담도 많이 주기 때문에 기르기가 결코 쉽지는 않다. 어쨌든 펜스 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도 개를 못 구하고 매일 'Trade me'를 들락거리며 '허스키, 비숑, 말티즈' 등 예쁜 강아지들을 찜 해 놓는 게 고작이다.

  개에 비해 고양이는 비교적 기르기가 쉽다. 교육시키지 않아도 밖에 안 보이는 곳에 배변을 하고 개러지에서 기르더라도 일정한 곳에 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꼭 그 곳에서만 실례를 하고 나름대로 흔적을 덮어 버린다. 그리고 주인이 밖에 나가거나 외출에서 돌아 와도 참견하거나 따라 나가려 하거나 반가워 하는 기색도 별로 없기 때문에 외출 시에 부담이 없는 대신 때로는 괘씸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대신 배가 고프거나 주인한테 잘 보이고 싶을 경우 머리통을 주인 다리에 들이 밀거나 비벼 대기도 하고 심지어는 발라당 뒤집어 온갖 소위 '고양이 짓'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이 나거나 활력이 한참 넘칠 때는 끊임없이 새나 다람쥐 등을 잡아 와서는 자랑하거나 혼이 빠져 죽을 때까지 가지고 놀기도 한다. 지난 해 우연히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구해 왔다. 개를 구하면 '아롱이'라 부르기로 하고 고양이에게는 우선 '다롱이'라 이름 지었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기르면 '아롱 다롱' 앞뜰과 뒷동산이 생기 있어 지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얼핏 조용하고 활동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던 다롱이가 집안 뜰을 온통 헤집고 다녔고 한 1년쯤 기르면서 몇 가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항상 주인 뒤를 쫄쫄 따라 다니거나 주인이 일하는 5m 반경 이내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 "'다롱'아 그만 가자!" 하면 영낙 없이 앞장서거나 뒤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산책하기 위해 휘파람을 세 번만 불면 99% 언젠가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롱이가 내게 도움을 준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달동네에 살면서 부터 이웃 사람들 외에는 특별히 약속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키위 방문객은 거의 없다. 거기다가 밖에 나가서도 현지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드물다 보니 그나마 초라한 영어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이따금씩 다롱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몇 달 지나니 간단한 말- '가자, 이리 와, 밥 먹어, 들어 와' 등은 쉽게 알아 듣는 것이었다. 표정과 제스쳐를 보고 눈치로 때려 잡는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후로는 제법 길게 얘기하게 되었고 아무리 엉터리 영어를 구사해도 사람처럼 진력 내지 않고 말 없이 들어 주는 것이었다. 발음 나쁘다고 시비 거는 일도 결코 없었다.

  그런 다롱이가 어느 날 밤,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집 근처를 샅샅이 뒤지면서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그런데 다롱이가 사라지면서 몇 가지를 남겨 두고 갔다.

  첫째는 노래 가사 처럼 '있을 때 잘 해' 줄 걸 하는 아쉬움이 인다. 가끔씩 미워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개의 역할 까지도 기대했던 것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도 때로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롱이가 사라지자 갑자기 새들이 집 주위를 활개치고 토마토를 쪼아 먹거나 심지어는 개러지나 거실까지도 날아드는 가 하면 옆집, 뒷집 고양이까지 우리 집 뜰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하루 종일 소리 없이 주위를 맴돌던 못 생기고 쪼끄만 고양이 한 마리가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동물에게도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아가페적인 사랑을 줄 때만이 언젠가 보람을 안겨 준다'는 사실이다.

  다롱이가 남긴 것들은 어쩌면 인간관계에서도 적용 될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94 | 18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6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1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1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4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