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현지화는 괴로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361] 현지화는 괴로워

0 개 3,531 KoreaTimes
  모두들 현지화를 부르짖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1620년 영국과 네덜란드를 떠난 102 명의 Puritan(청교도)들은 Mayflower호를 타고 66일간의 긴 항해 끝에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Plymouth항에 도착한다. 나중 'Pilgrim Fathers' (선조 순례자들)라고 일컬어지는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과 풍토병 그리고 원주민들과의 사투였다. 다음해 10월 칠면조와 호박파이를 놓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면서 ‘첫 번 추수감사절' 잔치를 벌일 때 스스로 대견한 나머지 모두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100여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하와이에 처음 이주했을 때 주위는 온통 사탕수수 뿐이었고 종일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집에 와서는 그대로 쓰러질 정도로 지옥 같은 삶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일념 속에 견디며 뿌리를 내렸고 오늘날 미국 전역에 200만이 넘는 동포들이 정착하는 근원이 된 것이다. 그에 비하면 뉴질랜드 이민은 참으로 낭만적이고 사치스러울 정도지만 그래도 고국을 떠난 삶은 역시 외롭고 고달프게 마련이다.

  20년 전 미국 오클라호마에 체류 중일 때 그 지역 특유의 회오리바람인 '토네이도'(Tornado)에 대해 들었다. 토네이도가 몰려 오기 전 대책 본부에서는 '토네이도 경보'를 발령하고 거기 대비해 가축을 가두고, 어린애들의 외출을 금지시키고, 날아 갈 물건들을 묶어 놓는 등 오랜 동안의 경험을 통해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미국 바람이 최근 아무런 예고도 없이 뉴질랜드에 상륙했다. 오클랜드에서도 여러 곳에 피해가 났고 정전이 되었다. 한국의 6,7십 년 대에나 겪었던 정전이 되어서야 새삼 전기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김일성이 쳐 내려 올까 봐 가끔씩 비상훈련을 한 덕분에'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양초와 신라면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현지화는 아직도 여전히 너무 어렵다.

  <나이들어 제일 적당한 운동이 골프라는데 요즈음은 바쁘기도 하고 비가 잦아 1주일에 한 번 나가기도 쉽지 않다. 겨울이 되니 양말까지 푹 젖어서 몇 일 전 방수골프화를 사려고 클럽 안에 있는 골프숍에 들렀다. 마침 튼튼해 보이는 까만 아디다스 골프화가 있어 매니져 C에게 할인 가격으로 $190을 주고 샀다. 집에 와 신어 보니 발목이 아프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다음 날 바꾸러 갔더니 C는 없고 다른 스타프만 있었다. 일단 그에게 얘기하고 진열된 것 중 하얀색 골프화를 신어 보니 딱 맞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가격표에 $166이라 붙어 있어 차액 $24을 받으려 했더니 월요일에 매니져가 오면 직접 얘기하라고 해서 일단 신고 왔다. 그런데 다음 주에 갔더니 C는 "하얀 골프화는 원래 $250짜리 인데 특별 가격을 붙여 놓은 것이라면서 한 마디로 차액을 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딱 잘라서 얘기하는 바람에 얼떨떨했고, 평소에 '아시안들에게 특히 불친절하고 무례하다'고 여러 차례 들은 바 있기에 주눅이 들어 그냥 돌아 왔다.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하니 아무래도 말이 안 되고 억울한 느낌이 들어 이튿날 아침 제백사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갈 때 A4 용지에 'Black Shoes($190)-White Shoes($166)=Difference($24)' 이라고 크게 써서 포켓에 넣고 갔다.  

  영수증을 보여 주며 다시 처음부터 얘기했지만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하얀 구두는 가격표가 잘못 붙어 있었던 거라고 큰 소리로 둘러 댔다. 나는 "원래 가격은 내가 알 필요 없고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고 샀으니 차액을 돌려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조용히 말했다. 그랬더니 얼굴이 붉어 지면서 다짜고짜 불손한 말투로 '안 된다는데 왜 자꾸 귀찮게 구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볼륨을 2단 정도 높이면서 주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써 가져간 표를 짚어 가며 또박 또박 얘기했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이 친구 영어는 잘 못해도 내용은 옳은 것 같애"하는 표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때 C가 갑자기 $24을 꺼내 '가져가라'면서 테이블 위에 탁 놓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 멤버이고, 고객인데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느냐? 돈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영 잘못 되었다."고 했더니 계면쩍게 웃으며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되었다"면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 오는 동안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고 현지화는 정말 피곤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밤 숲가에 멈춰 서서'가 떠오른다. (앞 부분 생략)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도 짙구나)
                                     But I have promises to keep,
                            (하지만 내게는 지켜야만 할 약속이 있으니)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그리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몇 십리의 길이 있다네.)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잠들기 전에 가야만 할 몇 십리의 길이-- )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94 | 18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6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10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1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1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4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5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