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 모란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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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모란꽃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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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은 소담스럽고 귀티가 나지만 안타깝게도 향기가 없다.

2007년 새해가 되었다. 교민지들이나 한국 메스컴에서 ‘황금돼지해’라고 떠들썩하다.

으례 연초가 되면 새 수첩에 전화번호도 옮겨 적고, 새 달력을 걸고, 새해 설계도 꾸며 보고 가족과 친지들끼리 모여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모두 새해에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올해는 별 흥이 나질 않고 행복과 희망의 체감 온도도 높아지질 않는다. 주위를 둘러 보아도 별 재미 있는 일이 없고, 교민 경제도 그렇고 고국의 현실 또한 그렇다.

새해 인사가 언제 부터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부자 되세요’가 더 인기 있다지만 특별히 복 많이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부자 될 길’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지난 해 교민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민법 개정을 앞두고 여러 교민지들이 David Cunliff 이민성 장관의 ‘크리스마스’선물을 앞 다투어 보도 했지만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도 다 지나도록 선물은 커녕 이렇다 할 후속보도가 전혀 없다.

장관이 거짖말을 했는지 아니면 교민지들이나 Fancy Wong이 오해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확대 보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절실히 기다리는 교민들의 심정에 쓸 데 없는 기대감만 키워 준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연말 뜰이 좀 넓은 집으로 옮겨 왔다. 처음 이민 와서 꽃과 나무를 찾아 신이 나게 돌아 다니던 때를 상기하면서 타카니니의 ‘Whole Sale Tree’ 나무 시장을 찾아 보니 여전히 꽃도 나무도, 그것들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데 5년 사이에 값들이 많이도 올랐다. 이웃 사람들에게 들으니 5년전쯤 주인이었던 Roser씨가 그곳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단다. 수소문해서 ‘39 Tidal Rd., Mangere’에 새로 문을 연 ‘Roser Hunters’라는 나무시장을 찾아 갔다.

‘Whole Sale Tree’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작았지만 다양한 나무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고 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빗속에서 모란꽃을 비롯한 몇가지를 골라 신나게 달려와 어둠이 내리도록 땅을 파고 심었다. 지대가 좀 높은 편이어서 ‘모란꽃 피는 언덕’이라 이름 붙여 놓으니 그럴듯 해 보였다. 그런데 모란꽃은 화려해 보이지만 향기가 없다던 말이 생각 났다. 중국이 원산지인 모란에 대해서는 일찍이 신라 시절부터 에피소드가 있다.

<신라 진흥왕에 이어 진지왕, 진평왕이 왕위를 계승하였지만 진평왕에게는 딸만 있었다. ‘마야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맏딸 덕만 공주가 왕위에 오르니 그가 신라의 첫 여성임금인 제27대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은 첨성대, 분황사, 황룡사 9층탑을 짓게한 덕망이 높고 지혜가 출중한 인물이었다. 어느날 당나라 태종이 모란꽃이 그려진 병풍을 보내 왔는데 여왕은 이를 보고 말했다. “이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오.” “어찌하여 그런 생각이 드느냐?”고 묻자 “그림 속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소. 이는 내가 배우자가 없음을 깔 보는 것으로 생각 되오.”라고 대답했다. 나중 모란꽃을 보니 정말 향기가 없었던 것이다.>

뉴질랜드에 교민들이 많이 들어 오게 된 것은 91년 11월 ‘점수제이민법’이 도입 되면서 부터이다. 불과 15년 사이에 교민 수도 수만 명이 되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이제는 되었구나. 마음 턱 놓고 기펴고 살게 되었다.”고 얘기할 상황은 되지 못했다. 영어 때문에, 직업 때문에, 문화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고 시련도 많았다. 많은 이들이 호주를 비롯한 제3국으로 떠나갔고 또 다시 새로운 이들이 들어 왔다. 그러는 사이 고국이 IMF를 거쳤고, 거듭된 이민법의 악화속에 아직까지도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

그동안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도 사고 그럭저럭 먹고는 살아 왔다. 겨우 이민이라는 모란꽃은 심었지만 향기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모란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시지프스가 될 수는 없고 모란꽃만 바라볼 수도 없다. 옆에 자스민도 심고, 라벤다도 천리향도 심어야 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가든을 꾸며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이민법이 개정 되기만을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되고, 오클랜드가 LA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수십년을 기다릴 수는 더 더욱 없는 일이다. 현지인들 속으로 어떻게든 파고 들어가야 산다.

희망도 기대도 별로 보이지 않는 새해이지만 새해에는 분명 ‘헤밍웨이’의 새로운 해가 다시 떠 오를 것이다. 우리가 좌절하거나 용기를 잃지만 않는다면 분명 시간은 기적을 불러 오고야 말 것이다. 기적이란 ‘인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신이 이를 갸륵히 여기고 도와 주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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