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포(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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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포(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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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늘 저녁 야영하는 곳은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 내부에 있는 화카파파 빌리지인데 세계문화유산, 세계자연유산으로 동시에 등재되어 있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산은 거칠고 험해서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이 척박한 데다 물에도 화학 성분이 가득해서 마실 수 없다.

산 정상부에는 뜨거운 호수가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고 분출공에서는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바위는 철 성분이 많아 크기에 비해 무거운 것이 있는가 하면 퍼미스(Pumice) 같은 다공질 암석은 크기에 비해 가벼워 물 위에 뜬다.

분화구 중앙부의 호수 옆에는 널따란 평원이 존재하고 만년설과 6개의 크고 작은 빙하가 그 권위를 더해주고 있다. 정상부에서는 바람의 세기가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아무도 근처에 갈 수 없다. 바람을 타고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새끼손톱만 한 얼음 조각을 얼굴에 맞아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화카파파 빌리지 지역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저녁이 되자 쌀쌀해지더니 엎인 데 덮인 격으로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캠퍼밴의 천장에 콩 볶는 듯한 소리가 '도도도도도'하며 터진다. 바깥이 추울수록 식욕은 돋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수록 실내는 더 아늑하게 느껴지는 법. 오늘 저녁은 내가 솜씨를 부려보기로 했다.

얼큰한 된장찌개를 끓이고 양념을 약하게 해서 좀 심심한 불고기를 프라이팬에 국물 없이 구웠다. 오이를 길게 썰어 그릇 위에 수북이 담고 찍어 먹을 고추장만 떠놓으면 끝이다. 밥이 늦게 되는 바람에 우선 테이블에 반찬만 놓고 기다렸다.

재미로 왔다갔다 하는 젓가락질에 불고기는 거의 다 없어지고 된장찌개의 사박사박한 감자와 호박, 썰어 놓은 오이마저도 조금씩 양이 줄었다. 풍성했던 밥상은 공기밥을 퍼서 올릴 때쯤에는 반도 남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안타까워하는 내 표정을 보고 봉주 형님이 한마디 하신다. "어차피 들어가는 순서만 다르지, 나오는 건 다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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