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Ⅰ)-변호사에게 가장 큰 재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사색(Ⅰ)-변호사에게 가장 큰 재산

0 개 2,882 NZ코리아포스트
업무를 보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삶에 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다른 직종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사람을 더 깊이 그리고 자세히 알게 된다고 해야 할까. 고객의 일을 다루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그 고객의 성격, 가치관, 가족사, 지나온 인생 그리고 삶의 철학에 대해서 알 수 밖에 없게 된다. 업무상 고객으로 만나게 된 분은, 계속 고객으로만 남는 분도 있고, 업무 외에도 만나 식사나 차를 같이 할 때도 있고, 어떤 분들은 주말에 만나 와인 한 잔을 같이하게 되는 분도 있다. 업무로 알게된 고객의 개인사는 그 업무가 끝나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듯이 잊어 버려야 할때도 있고, 나중에 필요할 때는 다시 자연스레 기억을 되살릴수 있어야 할 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고객이 내 고객이고 그래서 알게된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해야 할 때도 있다.

오늘은 이번에 변호사로 임용되는 후배님의 moving counsel로 오클랜드 고등법원 일호 법정에 서게 되었다. 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가 될 준비가 끝난 사람은 자신을 변호사로 임명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을 하게 되고, 이 신청에 따라 형식상이지만 법원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한 심리를 받게 된다. 신청자는 아직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주장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이의 제기에 변론해 줄 변호사가 필요하다. 이 변호사를 moving counsel이라 한다. 변호사가 되기를 신청한 사람은 보통 친한 선배 변호사나 상사 변호사, 또는 가족 중 변호사가 있다면 그 분에게 moving counsel이 되주기를 부탁하게 된다.

오클랜드 고등 법원에는 법정이 여러개 있는데, 이중에서 일호 법정은 평상시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소위 전시용 법정이다. 천팔백년대 말에 세워진 이후로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법정이기에 특별한 경우에만 쓰이는 법정이고, 주로 큰 재판이 있거나 새 변호사 임용처럼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공개 되는 법정이기도 하다. 사실 변호사로 임용된 후로 고등법원 제 일호 법정에 설 기회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변호사 임용될 때 일호 법정에 서본 이후로 오늘에야 다시 처음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날이 날이니만큼 모처럼 검정 가운에 하얀 가발을 쓰고 말이다.

새내기 변호사들의 임용이 끝나고, 판사께서 새로 임용된 변호사들에게 짧막하게 소감을 얘기할 기회를 주셨는데, 오늘 임용된 스물 두명의 변호사 중에 사연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몇 년 동안 파트 타임으로 법대 과정을 밟으며 공부를 했는데, 그 동안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울먹이며 한 남편이 있었고, 대학 마지막 학년에 교통 사고를 당해 여기까지 오는 길이 더 길어졌고 힘들었지만 드디어 해냈다고 감격해 하던 아주머니. 어머니께서 암으로 투병중인데, 자기 임용식을 보러 법원까지 오셨다는 여자 변호사, 오늘 변호사가 되는데 자기 아버지가 moving counsel로 같은 법정에 서게 되어 영광이라는 앳된 아가씨까지. 이렇게 몇자의 글로 나열하면 별 감흥 없이 들리겠지만, 고풍스런 법정에서 긴 가운과 가발을 쓰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듣게된 그들은 사연은 잠시 눈시울을 붉게 만들게 한다.

임용식 말미에 판사께서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조언을 몇가지 하시면서, 문득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 변호사에게 가장 큰 재산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오랜 경험 끝에 쌓은 법률 지식일까? 고객의 숫자일까? 시간당 받는 수임료의 액수일까? 아마도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쌓아온 그리고 간직하게 될 평판과 명성일 것이다 말씀하신다. 법조계라는 작은 사회에서 몇 년 일하다 보면 이름이 알려지고, 이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업무처리는 어떠한지, solicitor로 일하던 barrister로 일하던, 사내 변호사로 일하던 어떤식으로든 알려지게 되고 이렇게 쌓이는 평판은 변호사에게는 가장 큰 재산이 된다고.

이 평판이라는 것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중요하고 관리되어야 하겠지만, 좀 더 크게는 고객에게 그리고 결국 사회에게 겸손해하고 평생 쌓아가야 할 큰 재산이자 과제이지 않을까 싶다. 굳이 변호사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는 어느 직업군이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진리이기도 할 것이고.

필자가 여기에 한가지 더 덧붙이면, 변호사의 가장 큰 덕목은 끈기있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를 찾게되는 대다수의 분들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을 예상하는 분들이다. 그 어려운 일이 고민일수도, 물질적인 문제일 수도, 감정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 그 고민을 같이 들어주고 상의할 사람이 필요하기에 어렵게 변호사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과 법률 해석은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지만, 유능한 변호사는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필요한 내용을 잘 짚어내는 변호사지 않을까.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4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8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1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