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권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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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권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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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007년 9월 총회를 통해 원주민 권리 선언 (Declaration on the Rights of Indigenous Peoples)을 채택했다. 당시 투표에 참여했던 158개국 중 143개 국가가 선언문 채택에 동의하였고, 11개 국가가 기권, 나머지 4개국이 반대를 하였는데, 반대를 한 4개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였다. 오랜 식민지 기간을 거쳐 독립한 나라가 많은 현재, 원주민의 권리를 확인하고 보장하는 '바람직한' 선언을 반대하기까지에는 많은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이 4개 국가가 선언에 반대하면서 얻게 될 국제적 지탄과 도덕적 타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닐텐데, 그럼에도 원주민 권리 선언을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특히나 뉴질랜드처럼 상대적으로 원주민 권리가 잘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서 말이다.

유엔의 원주민 권리 선언은 원주민들의 생존과 존엄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원주민 강제 이주와 토지 몰수, 다른 문화로의 통합 강요 등을 시정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하는 한편 원주민에게 자체 제도와 관습, 종교, 전통적으로 의미를 갖는 장소에 대한 통제권과 함께 원주민 자체 교육 제도를 운영할 권리를 허용하고 있다.

뉴질랜드가 2007년 원주민 권리 선언에 반대하게 된 큰 이유는 당시 정부가 판단하기에 선언문의 몇 개 조항이 뉴질랜드의 근본적 정치와 사회 구조와 양립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인데, 뉴질랜드 정부가 이의를 제기한 조항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 원주민이 전통적으로 소유, 사용 및 점유했던 토지를 (계속) 사용, 개발 그리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 보장;
• 국가가 원주민들이 적용 받게 될 정책들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원주민들의 동의를 받을 의무;
• 국가가 원주민들의 영토나 그 영토 내에 위치한 자원이 관련된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 원주민들의 동의를 받을 의무;
• 원주민들이 자주권을 행사 하면서 자치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 보장.

그 중, 뉴질랜드 정부가 가장 염려한 조항은, 선언문의 26번째 조항인 원주민이 전통적으로 소유, 사용 및 점유했던 토지를 (계속) 사용, 개발 그리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인데, 이 조항은 해석에 따라서는 뉴질랜드 영토 전체가 모두 이 조항의 범주안에 들어갈 수 있으며, 현재 토지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원주민의 권리가 우선시 될 수 있다는 이의가 제기 되었었다. 그리고 정부는 무엇보다, 마오리들이 뉴질랜드 시민으로서 갖는 기본 권리 외에 추가적으로 다른 권리를 보장 받는다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듯 싶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뉴질랜드는 2007년 당시 선언문의 채택을 반대하였는데, 올해 4월 19일 마오리당 당수(黨首)이자, 마오리관계처(Maori Affairs)장관인 피터 샤플즈는 비밀리에 미국으로 이동하여, 유엔 총회에서 뉴질랜드가 선언을 채택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발표 하였다.

유엔 선언문은 자국 국회에서 비준을 받기 전까지 법적 효력이 없다. 이번에 뉴질랜드가 채택한 선언문 역시 뉴질랜드 국회에서 비준을 받기 전까지는 국내법으로 인정 되지 않는다. 2007년 선언문을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들도 선언문을 자국법으로 비준을 받지 않았고, 국제사회에서 생색을 내는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불문법의 체계를 따르고, 사법부의 역할이 비교적 광범위하기에 판례의 비중이 크게 차지한다. 유엔 선언문이나 국제 협약들이 국회의 비준을 받지 않더라도 법원이 경우에 따라 임의로 해당 선언이나 협약의 기본 원칙을 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안이 있고, 그렇게 상위 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 하위 법원의 미래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 결국엔 법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번에 채택된 원주민 권리 선언도 언젠가는 법원의 판례에 따라 뉴질랜드 사회의 근간이 되는 법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런지, 그리고 법으로 인정된 후에 마오리들이 정부에 제기하는 (토지 반환 소송 및 다른) 소송이 얼마나 늘어날런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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