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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이 정도는 이미 다 안다”고 말하는 학생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학부모 상담 중에도 “아이가 집에서는 다 안다고 이야기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실제로 선행학습을 충분히 해서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익숙함만으로 스스로 안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시험이나 문제 풀이 과정을 보면, 학생 스스로 느끼는 이해도와 실력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한 것처럼 느껴지고, 답을 보면 쉬워 보이기 때문에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친구들의 풀이를 보거나 정리된 해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설명을 따라가는 것과 스스로 이해한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막상 책을 덮고 혼자 힘으로 다시 설명해 보거나, 아무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게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간은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곤 한다.
시험에서는 안다고 느끼는 상태와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 상태의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평소에는 “다 안다”고 느끼던 학생도 문제의 형태가 조금 달라지면 당황하거나 어떻게 풀어야 할지 떠올리지 못하곤 한다.
반면, 풀이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더라도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학생은 새로운 문제 앞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시험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내용을 접해 보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다양한 조건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에 더 가깝다.
학습은 단순히 내용을 접해 본 경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깊이 있는 이해란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하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익숙하다는 느낌과 충분히 이해한 상태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평소 공부 습관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어떤 학생은 틀린 문제를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기지만, 어떤 학생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자신의 사고 과정을 점검해 본다. 또 어떤 학생은 답을 확인한 순간 이해했다고 만족하지만, 어떤 학생은 책을 덮은 뒤에도 스스로 다시 해결해 보려 노력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태도의 차이는 결국 실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학생은 자신이 무엇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맞혔더라도 우연히 맞은 것은 아닌지 다시 확인해 보고, 다른 방식으로도 풀 수 있는지 고민한다. 때로는 자신이 이미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다시 질문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검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해는 점점 더 깊어진다. 그러나 이미 다 안다고 느끼는 순간, 사고는 쉽게 멈추게 된다. 어쩌면 공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모르는 상태 그 자체가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스스로 안다고 믿어버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물론 공부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이해는 반복 속에서 조금씩 깊어지고, 실력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 속에서 차근차근 쌓여간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다시 생각해 보려는 태도이다.
공부란 단순히 새로운 내용을 많이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아직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는지 점검하는 태도는, 비단 공부뿐만 아니라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힘이 될 것이다.
전정훈 원장
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newcan1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