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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학과장 에밀 미네프 셰프의 템플스테이
르 꼬르동 블루 런던 에밀 미네프(Emil Minev) 학과장 셰프가 한국 사찰에 머물며 불교전통문화와 사찰음식을 체험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방한은 24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약 6일간 진행됐으며, 진관사와 백양사, 천진암 등 전통사찰에서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팸투어 형태로 이어졌다.
미네프 셰프는 지난 2021년 르 꼬르동 블루 채식전문과정을 최초로 개설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찰에서의 체험이 향후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찰음식 교육에 좀 더 본질적인 철학과 가치를 담아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편집자 주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이러한 천혜의 환경 속 아름다운 전통사찰에 초청받아 좋았고, 사찰음식을 만드는 훌륭한 스님들을 만난 것도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간단한 재료로 간소하게 요리하시는데도, 최종 작품을 보면 우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에밀 미네프 셰프의 한국 일정은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9월 2일 장성 백양사에 당도한 미네프 셰프는 주지 무공 스님과의 차담으로 공식 일정 을 시작해 천진암을 거쳐 9월 3일 대전 영선사, 9월 5일 진관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천진암에서는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과 함께했고 영선사에서는 사찰음식 장인 1급 법송 스님을, 진관사에서는 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을 만나 사찰음식을 체험했다.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은 미네프 셰프와 함께 전통적인 사찰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방식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정관 스님이 제철 식재료들을 활용한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여름 두릅나물무침, 가을 애호박 양하볶음, 감말랭이 오이 고추장 무침, 단호박 뿌리채소찜 등이다. 스님이 요리를 하는 동안 곁에 선 미네프 셰프는 스님의 요리 과정을 유심히 살피며 질문을 하고 맛을 보고 냄새를 맡으며 집중했다.

미네프 셰프는 준비된 재료 중 오미자청, 복분자청 그리고 새송이버섯을 선택했다. 그가 즉석에서 요리한 음식은 새송이 오미자 조림. 각기 다른 문화권의 음식 대가들이 같은 재료로 서로 다른 요리를 만들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국의 전통사찰 백양사에서의 체험과 천진암에서 만난 정관 스님의 사찰 음식, 그리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다음날 대전 영선사를 방문한 미네프 셰프는 사찰음식 장인 1급 법송 스님과 만나 영선사에서 전통적으로 전해지는 녹두전과 노각무침을 함께 만들었다. 미네프 셰프는 스님의 곁에서 직접 노각을 손질하고 스님의 지시에 따라 자연스레 양념을 하며 노각무침을 완성했는데, “30년 전 처음 요리를 배우던 시절로 돌아간 듯해 감회가 새롭다.”며 밝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법송 스님은 2021년부터 르 꼬르동 블루 런던 현지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진행하며 미네프 셰프와의 인연을 이어온 바 있다.
르 꼬르동 블루 런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4년 전부터 한국의 사찰음식을 주제로 협력해 왔다. 특히 채식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1년에 두 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국의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네프 셰프는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반응 또한 굉장히 좋다.”며 “우리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팀과 훌륭한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는데, 사찰음식팀이 참여하고 있는 채식 코스는 특히 인기가 많으며 독특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일정은 9월 5일 진관사에서 진행됐다. 진관사에서 미네프 셰프는 한국의 전통불교 의례인 수륙재 의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륙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중생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법석”이라는 설명에 그는 남다른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간단하게 명상을 체험하며 마음을 돌보는 불교 수행법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진관사 회주이자 사찰음식 명장인 계호 스님은 사찰음식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수륙재에 올리는 공덕 음식인 두부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진관사에서 만들어 온 두부의 역사와 진관사 ‘조포사(두부를 만드는 사찰)’의 의미도 설명했다.

이날 스님이 선보인 음식은 송편, 두부장아찌, 깻잎배무침. 미네프 셰프는 요리 전 과정을 함께하며 사찰음식에 담긴 의미를 상세히 묻고 들었다.
그는 “사찰음식을 배우며 식재료가 자연에서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식재료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자연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점이 인상 깊었고 지혜와 자비 그리고 존경을 배울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계호 스님도 “사찰음식은 공덕의 음식이며 나눔의 음식이자 베품의 음식”이라고 설명한데 이어, “사찰음식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계호 스님은 미네프 셰프에게 발우를 선물했고, 그는 능력 있는 셰프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아 모자를 전달했다.

미네프 셰프는 한국 사찰음식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지만, 한국 전통사찰에서 스님과 함께 사찰음식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특별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는 “처음 사찰음식을 접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며 “당시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하는 김치 관련 프라이빗 디너에 초청을 받아서 참석했는데, 스님 한 분이 와서 20개 코스로 사찰음식을 만들어 주셨다.”고 설명했다.
“너무 놀라웠습니다. 그때의 저는 한국 음식에 대해 바비큐나 김치 정도만 알고 있었고, 한국 음식에 대한 이미지도 맵고 양념이 많은 음식이라는 정도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그때 만난 사찰음식은 완전히 특별했습니다. 마늘 등 오신채를 쓰지 않고 만드는 음식임에도 대단히 훌륭했고, 지금까지 만난 음식과 완전히 달랐어요. 오랜 시간 셰프로 일해 온 저에게는 굉장히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이 었습니다.”
그 경험은 이후 그가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 식팀과 콜라보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미네프 셰프는 “사찰음식이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직 사찰음식에 대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습니다. 특히 비건(채식)이고 오신채도 쓰지 않는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어떻게 요리가 가능한지를 궁금해합니다. 그러나 실제 르 꼬르동 블루 런던의 석사 과정을 통해 지난 5년간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은 첫 번째가 채식이고 두 번째가 건강식입니다. 사찰음식이야말로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에 정말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죠.”
현재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2025년 르 꼬르동 블루 창립 130주년 기념행사에서 사찰음식 연계 행사를 시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