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텐션반, 그 의미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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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텐션반, 그 의미와 현실

0 개 1,260 전정훈

— 깊이 있는 배움, 그리고 균형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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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커진 교실에서


오늘날의 교실에는 학습 방식과 사고의 특성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어떤 학생은 개념을 빠르게 이해하고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고, 또 어떤 학생은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과정을 선호한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수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적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익스텐션반(Extension Class)이다. 익스텐션반은 상위권 학생만을 위한 특별반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특성과 사고의 깊이에 맞춘 차별화된 수업 구조를 지향한다. 각 학생이 자신의 강점과 학습 리듬에 맞게 사고를 확장하고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영어 익스텐션반에서는 단순히 더 어려운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맥락을 분석하고 언어가 지닌 표현의 힘을 탐구한다. 수학에서는 공식을 빠르게 외우거나 문제풀이의 양을 늘리기 보다 공식이 만들어진 원리와 그 개념을 다른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즉, 한 단계 위의 내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사고하는 것이 익스텐션의 본질이다.


따라서 익스텐션반은 학생의 수준을 구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다양한 학습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적 다양성과 공정성을 실현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시선


익스텐션반은 많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업 능력을 인정받은 자리로 여겨진다. 선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며, 아이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익스텐션반 교사들의 기대 수준이 높고 학습 분위기도 좋기 때문에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익스텐션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때로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학생이 자신의 이해 수준보다 높은 단계로 이끌려가면 무조건적인 암기에 의존하게 되고, 학습의 즐거움과 동기를 잃어버릴 수 있다. 반대로 익스텐션반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은 자신이 평범하다는 인식을 가지며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익스텐션반은 특별한 학생만을 위한 반이 아니라, 학습 접근 방식이 다른 학생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배움이 이루어지는가이다.


익스텐션반의 현실적 운영


뉴질랜드의 여러 중•고등학교는 학교의 규모와 철학에 따라 익스텐션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클랜드 지역의 Westlake Boys High School, Rangitoto College, Auckland Grammar School, Macleans College, Green Bay High School, Belmont Intermediate School 등은 그 중에서도 비교적 체계적이고 발전된 형태의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부 학교는 가속(acceleration) 중심의 모델을 적용한다. 상위 학년 교재를 조기에 배우며 학습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빠른 성취감과 높은 동기를 부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도에만 치중하다 보면 개념의 이해가 충분히 다져지지 않은 채 넘어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고의 깊이나 응용력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확장(extension) 또는 탐구(enrichment) 중심의 모델을 적용한 학교들도 있다. 같은 과목이라도 더 깊이 있고 창의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설계하여, 학문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탐구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다만 진도나 난이도 중심의 성취를 중시하는 학부모의 기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가속(acceleration) 과 확장(extension) 어느 한쪽이 옳다기보다, 학생의 수준과 목적에 맞는 균형 잡힌 설계를 찾는 일이다.


서로 다른 익스텐션의 방향 - Westlake Boys High School과 Rangitoto College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명문 공립학교인 Westlake Boys High School과 Rangitoto College는 모두 익스텐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차이점이 있다.


Westlake Boys High School은 확장(extension)과 탐구(enrichment)에 초점을 둔다. 같은 교과라도 개념의 구조를 더 깊이 탐색하고, 학생 스스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특히 Year 9부터 Scholarship 단계까지 이어지는 연속적 학습경로(Pathway)를 통해, 학생이 단기적인 성취를 넘어 장기적 성장의 흐름 속에서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Rangitoto College는 가속(acceleration) 중심의 모델이다. 학습 속도가 빠르고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에게 상위 학년 과정을 조기에 경험하게 함으로써 학문적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방식은 진도를 빠르게 진행하고, 학생이 새로운 개념에 일찍 노출되어 높은 수준의 문제를 다루게 하는 장점이 있다.


두 학교의 사례는 익스텐션 교육이 단일한 모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속도와 깊이의 조화가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이 빠르게 배우더라도 그 안에서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사고의 폭을 넓힐 때, 익스텐션의 의미는 완성된다.


익스텐션 교육의 본질 - 속도 위에 깊이를 더하다


얼마 전, 한 9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상담을 요청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11학년 수준의 수학을 배우고 있는데,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내용이었다.


간단한 진단 테스트를 통해 학업 수준을 점검해보니, 그 학생은 개념을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념의 구조적 이해나 응용능력 면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앞서 배우는 것만으로 그 학생이 충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 빠른 진도를 통해 상위 개념을 익히는 것은 분명 도전의 기회지만, 그 개념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설명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진정한 배움의 척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익스텐션반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정비하면서 속도를 재촉하기보다, 이미 배운 개념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과정에 집중했다. 공식의 원리를 다시 짚고, 같은 개념을 다양한 맥락에서 탐구하도록 했다. 더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앞서 배우느냐가 아니라, 그렇게 배운 것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느냐인 것이다.


전정훈 원장

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newcan1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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