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상대로 소송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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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상대로 소송하기

0 개 390 강승민

부패한 독재정권이 있는 국가, 강력한 대통령제를 도입한 국가, 복지국가 등 여러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향이 다르고 또한 그에 따라 그 대소여부에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과 비교하면 어느 나라이던 국가의 힘이 강력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또한 청렴함과 복지성에서 나름 유명한 뉴질랜드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국가기관을 상대로 불만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 불만이 정치적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보통 그 문제 해결은 기본적으로 지방법원이 아닌 고등법원 (High Court)에서 다룬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고등법원은 사법부 그 자체나 다름이 없고, 법률이 있던 없던 관습법에 의해 고등법원은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지방법원은 법률로서 제정된 법원이지만 정부기관 상대로 소송을 맡을 수 있는 권한은 딱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등법원으로 향하기에 앞서서, 일단 내가 불만을 가진 국가기관을 상대로 진행할 수 있는 특별한 절차가 있는지 알아보는게 좋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이민성과 ACC입니다. 이민성의 결정을 문제삼는 방법은 보통 (내부 재고려 등을 거쳐) Immigration & Protection Tribunal에서 다루고, 그 결정에 불복시 고등법원에서 법리해석만을 대상으로 항소를 신청하거나 아래와 같이 Judicial Review를 신청하게 될 것입니다. ACC의 경우에도 다른직원이 다시 검토하는 내부 재고려, 그리고 조정을 거쳐서 지방법원부터 항소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위에 해당되지 않는 일반적인 고등법원의 진행은 기본적으로 Judicial Review 입니다. 이는 한국에서의 행정소송과 비슷할 것 같은데, 고등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합니다.


첫째, 최소한 대응인이 정부기관이거나 정부기관과 비슷한 권한을 가졌는지입니다. 경찰, IRD 등 누가 봐도 정부기관인 경우에는 당연히 해당되는 얘기이고, 정부기관에서 출원하거나 비슷한 능력을 가진 회사들도 대부분 해당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Watercare도 오클랜드 카운실에 의해 출원되고 오클랜드 많은 지역의 수자원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 문제가 많이 넓혀져서, 민간 사회단체인 incorporated society 들도 회원들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 때문에 judicial review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 있습니다.


둘째, 반대로 대응인 자체가, 혹은 대응인의 결정사항이 너무 정치적이지는 않았는지입니다. 국회의원의 정치적인 행동을 법원에서 다루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건 뉴질랜드 수장인 Prime Minister, 혹은 그 내각인 Cabinet에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은 그냥 행정부 소속의 최고층이 아니라 법을 제정하고 바꿀 수 있는 입법부 역할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및 영국을 비롯한 의원내각제에서는 보통 삼권분립을 완벽하게 한 대통령제를 지닌 국가와는 다르게 ‘의회주권 (Parliamentary Supremacy)’를 내세우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입법부를 상대로 ‘직접적인 견제’를 하는 방법이 따로 없습니다. 그나마 보통 대법원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의회가 너무나도 법치주의 및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법을 만들었을 때 그걸 최대한 본인들이 생각하는 법치주의 및 헌법정신에 맞게 해석하려고 하는 정도이고, 그것도 의회가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정치적인 문제를 견제하는 방법은 정치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서, 현 정당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음번 선거에서는 다른 정당에 투표를 하는 식으로 견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단순히 정치적인게 아니라 법적인 (특히 개인의 권리와 관련된) 문제가 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고등법원에서 2020년 코로나 시국에 정부에서 3월 26일부터 9일간 집에 있으라고 한 것이 (정당화는 되었지만)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었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그 예시입니다.


셋째, 결정사항이 최소한 절차를 잘못했거나, 잘못된 법을 적용하여 결정했거나 (고려했어야 하는 걸 고려하지 않았거나 고려하지 않아야 할 것을 고려한 것 포함), 아니면 그 결정이 그 어떤 결정권자도 절대로 하지 않을정도로 비합리적인 결정이었었는지 입니다.


정부기관은 아무래도 해당되는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전문가라고 볼 수 있고, 판사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경찰에서 어느 케이스에 좀 더 집중하고 내가 피해 본 케이스에 집중하지 않는 다고 해서 법원으로 향했는데 판사가 자기 판단에 따라 내 손을 잡아주는 일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일 것입니다. 경찰 내부의 인력 및 자원 소비는 경찰이 제일 잘 아는 문제이니 알아서 하는게 맞고, 그 결정이 특별히 절차를 어겼거나 법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법원에서 개입을 자제할 것입니다.


넷째, 법원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려줄지 입니다. 위와 비슷한 이유로,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더라도 판사가 자기 생각대로 새 결정을 덮어 씌워버리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은 결정을 취소하는 것으로 그치고, 결정권자로 하여금 특정한 절차나 법 요건을 제대로 따라서 결정을 다시 하라는 명령을 하곤 합니다. 즉, Judicial Review의 결과물은 ‘결정을 다시 하라는 것’까지인 경우가 많아서, 두번째 결정도 꼭 내가 원하는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긴 합니다.


이렇게 Judicial Review가 공법을 이용한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이용하는 거라면, 민간인이나 민간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는것과 비슷하게 일반 사법을 이용하여 정부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많이 쓰이는 것들은 고의도 없고 불법도 아니었지만 과실 (negligence)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입니다. 딱히 불법은 아니었지만 고의성이 있었던 부당행위 (misfeasance)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혹은 법률상의 의무를 위반했을 때도 사법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그 부분은 사실, 정부 상대로만 가능하고 민간인이나 민간 기업 상대로 소송하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이러한 사법 소송은 꼭 고등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지방법원에서 시작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Judicial review 고려사항이 비슷하게 적용되기도 하고, 또한 이것도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걸 생각할 때 최소 고등법원에서 시작하는게 일반적일 것입니다.


특히 순수 판례법으로 만들어진 ‘과실’의 경우,법원에서는 한번 선관주의의무 (duty of care)를 성립시키면 그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소송들이 홍수처럼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온갖 정책적인 이유들을 들어서 막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소방차가 금지구역에 주차된 차들을 밀고 지나가버려 피해를 입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경우 법원은 최소한 두가지 이유를 들어서 선관주의의무 성립, 즉 손해배상 의무 자체를 막을 것인데, 첫째는 소방관들이 주차된 차 주인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결정해버리면 그건 소방활동에 힘을 쏟아야 하는 최우선 의무에 어긋난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 경우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라고 해버리면 소방관들은 앞으로 금전보상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그 피해를 온 국민이 지게 될 수도 있다는 “chilling effect”같은 이유를 들기도 합니다. 물론 정부 기관이 해야 하는 일을 안해서 문제가 생긴 경우까지 법원이 덮어주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요.


뉴질랜드에서 정부기관 상대로 금전보상을 승소한 판례가 정말 드문데, 그 이유가 (제 경험과 추측을 더하면) 패소할 위험이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되는 케이스들은 정부에서 웬만하면 합의를 해버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합의를 바라고 근거없는 소송을 하시라고 독려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정부의 법률 및 배상비용은 전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적인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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