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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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세계화

0 개 335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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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온 다음 해인 1996년 키와니스(KIWANIS) 클럽 멤버들과 남부 호주의 아델레이드에 1주일 여행한 일이 있었다. 그곳의 키와니스 클럽에서 우리 클럽을 초청해 친선 모임을 주선한 기회였다. 여행 마지막 전날 파티가 있었는데 물론 빠질 수 없는 노래는 포카레카레아나였다. 참석자 모두가 유럽계 백인들로 호주 멤버들도 뉴질랜드 민요인 포카레카레아나는 알고 있었으나 사회자가 단 하나의 아시안 신출내기 이민자인 나에게 대뜸 ‘당신, 이 노래를 한국말로 부를 수 있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주저함이 없이 한국말로 정확한 음정에 맞춰 불렀더니 다들 놀란 표정으로 환호하던 기억이 새롭다. 노래는 세계인의 언어란 말이 있듯이 노래를 통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포카레카레아나 노래가 한국전쟁 중 키위 병사들에 의해 한국에 전파되었고 지금은 한국인 누구나가 즐겁게 부르며 특히 젊은이들이 캠핑 중 통기타와 함께 애창하는 곡임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교민 사회에서 2024년에 창작 발표한 ‘뉴질랜드 아리랑’이 2025년에 아카펠라 4부 합창곡으로 편곡되었다. 이 곡을 지난 7월26일에 오클랜드 타운홀에서 14개 민족 그룹의 합창단이 연합하여 키위 관객을 상대로 ‘Aotearoa Arirang’을 함께 부른 쾌거는 뉴질랜드 한인사회의 기록적인 일이었다. 9월20일에는 우리 교민들 자신이 먼저 이 곡을 숙지하자는 취지에서 아리랑의 밤을 개최하고 합창단과 관객이 함께 불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원곡은 한글 가사와 영문 가사로 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고 합창곡은 뉴질랜드의 토착 정서가 가미되어 영문 가사로 구성되었다. Aotearoa Arirang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는 서예 퍼포먼스가 진행되었고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퍼포먼스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아리랑의 세계화’라는 화두이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은 어느 특정 하나의 곡이 아니라 아리랑 계열 전체 민요 전통이다. 2012년에 ‘아리랑, 한국의 서정적 민요’로 등재된 남한의 아리랑은 서울•경기 아리랑(본조 아리랑),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 정선 아리랑, 강원•충청•경상•전라•제주 등 각 지역 아리랑, 기타 새로운 창작 아리랑까지 전통의 맥락 안에서 포함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아리랑을 각자의 전승 방식과 맥락으로 인정하고 북한의 아리랑을  2014년에 등재하였다. 결국 남한과 북한의 아리랑을 같은 뿌리의 문화유산으로 평가한 것이다. 아리랑의 세계화는 단순히 아리랑이라는 한 곡을 옆 사람에게 알려주는 일이 아니다. 국경과 인종,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간 사회가 아리랑을 통해 하모니를 이루고 세계가 평화를 이루며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리랑의 세계화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가? 


아리랑과 한민족의 신바람 문화를 융합하여 세계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하며 인류 평화를 구현하는 방안은 어떨까?  아리랑은 한(恨), 정(情), 희망과 연대를 담은 노래이며 신바람 문화는 신명, 흥, 공동체의 에너지, 참여의 장을 뜻한다. 이 둘이 결합 되면 ‘슬픔과 기쁨을 함께 풀어내고, 참여와 어울림으로 하나 되는 문화 콘텐츠가 된다. 외국인도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하기에 좋은 것이다. 아리랑의 정서인 그리움, 희망, 연대는 보편성이 있고, 신바람의 에너지는 국경을 넘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합창과 무용, 사물놀이, 퍼포먼스, 세계 전통 음악과의 협업을 통해 융복합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700만여의 재외 동포를 자산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형성하는 일이 가능하다. 평화는 정치적 언어가 아니라 문화적 공감과 참여에서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아리랑의 정서와 신바람의 에너지는 단순한 전통의 결합이 아니라 참여형 세계 문화, 그리고 평화, 감수성의 촉진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인식해야 될 것이다.    


한반도에는 각 지역의 생활, 언어, 정서에 따라 60여 종의 아리랑이 자연스럽게 탄생하였으나 앞으로는 전 세계 한민족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글로벌 지역 아리랑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현재까지 해외 디아스포라 버전의 아리랑은 뉴질랜드 아리랑, 중앙아시아 고려인 아리랑, 미국 아리랑(여기에는 미주 한인이 부른 전통형 변주 아리랑과 하와이 이민 1세대 아리랑이 포함된다), 중국 조선족 아리랑, 일본 조선인 아리랑, 유럽 디아스포라 아리랑(독일 파독 간호사•광부 세대의 아리랑 번안곡, 영국/프랑스에서 다문화 합창단이나 페스티벌에서 편곡 사용된 아리랑, 러시아 연해주 극동 고려인들의 구전 형 연해주 아리랑 등)이 있다.   


뉴질랜드 아리랑은 아리랑 세계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 곡은 단순히  우리 한인들끼리만 부르는 노래가 아니고 14개 민족이 함께한 합창단이 공식적인 발표를 하면서 출발하였고 다인종 공동 창작 형태를 취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국의 아리랑 선율에 마오리 문화 요소를 결합하였다는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한민족 정체성 중심 아리랑에서 공유 문화 유산형으로 확장된 첫 사례로 참여=확산=평화라는 모델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제까지 쌓아온 토대 위에서 앞으로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순수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낸 결과였다면 앞으로는 제도적, 조직적인 체재를 정비하고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뉴질랜드 아리랑을 독립 프로젝트로 명명하여 공식 플렛폼화를 기하고 다언어, 다문화 버전으로 음원을 제작하고 국악기+마오리 전통악기+서양악기 혼용 편곡, 현지 작곡가•지휘자•합창단과 공동 작업, 청소년 다문화 세대 확산형 프로그램 실시, 국제 공연 및 네트워크화 등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뉴질랜드 아리랑이 세계화 확산의 시범 모델로 지정된다면 아리랑의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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