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과 공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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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과 공연문화

0 개 365 한일수

공연예술은 현장에서 관객과 예술가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감정의 기복을 교환한다는 점에서 영화나 다른 영상매체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공연 현장에서는 연극, 음악, 무용, 미술, 설치물, 커뮤니케이션 등 각 분야에서 공연자와 관객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작품의 실체가 만들어져가는 형태의 예술로 관객의 눈을 속이기 위한 트릭의 사용, 몇 번의 실수도 재촬영을 통해 수정을 해가며 수많은 컷의 단편 사진들을 짜깁기해서 동영상으로 재현하는 영화하고는 예술성이 다른 것이다. 공연에서는 공연 내용이 즉각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그 반응이 공연자에게 전달되어 인간적인 현장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AI가 인간 대신 많은 기능을 대신해주고 있으며 You Tube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청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만 있으면 전 세계인과 동일 시간대에 소통할 수 있어 가족과 동료들과의 소통도 필요 없게 해준다. 이웃과의 교류도 없는 채 아파트에서 아래 위층 간에 서로 적대시하며 지내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살려고 과학 기술을 발달 시켜 왔을 까하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예술은 인간의 심리와 영혼이 빚어낸 산물이다. AI에게는 영혼이 없다. 인간이 하는, 감상자에게 감정을 일으키는 예술적 창조활동을 AI가 대신 해줄 수는 없다. AI가 아무리 정밀한 음악과 무대 효과를 구현해도 무대 위의 인간의 호흡, 땀, 떨림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연 예술은 ‘인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향, 즉 감정의 진정성과 즉흥성을 관객과 나누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고대 때부터 우리 한민족의 공동체 협력 문화인 두레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두레는 본래 농번기에 마을 사람들이 서로 품앗이 하며 논 밭일을 함께하던 공동 노동조직이었다. 단순히 노동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래와 춤, 굿 놀이가 결합된 생활공동체 문화였다. 소리꾼이 노래하듯 하는 말로 설명하면 북치는 사람이  장단을 맞춰  소리꾼을 돕고, 청중이 ‘잘한다’ 등의 추임새로 호응하며 공연을 완성하면서 모두가 흥겨워 즐기는 놀이 문화이다. 두레는 단순히 농업 협동 조직이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 상호부조 문화가 어우러진 종합적인 생활 문화였다. 한국이 산업 사회로 발전하면서 두레 문화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현대 사회이지만 협동, 나눔, 공동체의식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공연 문화란 특정 장소와 시간에서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감상하며, 예술가와 관객의 상호 작용을 통해 즉각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예술의 한 형태라고 표현 된다. 음악, 춤,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며, 공연 예술 자체뿐만 아니라 관객의 에티켓, 공연장 문화, 그리고 공연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따라서 공연 문화는 예술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연 문화는 관객의 직접적인 관람과 참여를 통해 가치가 생성되며 공연자와 관객이 실시간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 8월23일 진행된 ‘귀향(歸鄕, Homecoming)’ 공연은 이민 사회에서 새로운 정서를 일깨워주는 가치 있는 시간을 창조해 주었다. 한국에서 3만 리 떨어진 지구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뉴질랜드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교민 사회이다. 이민 생활이 팍팍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그럴수록 고국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고 그리움이 몰려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향수를 달래고 교민들이 감정적인 교감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고 새 출발을 유도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느껴지는 이번 공연은 많은 의미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박성열 테너 성악가의 주도하에 독창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공연 예술을 넘어 새로운 공연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귀향의 의미와 함께 고향을 멀리 떠나온 한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가곡을 중심으로 레퍼토리(Repertory)를 형성하였는데 친근감이 있는 진행으로 처음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연주할 곡에 대한 호출(Call)과 응답(Response) 방식으로 관객들의 이해와 호기심을 유발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공연의 가치를 증대시키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레퍼토리가 콜라보(Collaboration)로 이루어지고 있다. 콜라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거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너지(Synergy)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두레 문화에서는 각 가정이 자기의 농토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각자 자기의 업무를 기능별로 분담하여 수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협업 정신을 발휘하며 일을 통해 구성원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따라서 일터에는 일꾼, 춤꾼, 농악놀이패, 진행 팀, 음식 준비 팀 등이 조성되어 힘든 노동일을 즐기며 하는 문화이다.      


향수라는 곡이 연주될 때에는 화가가 등장하여 실제로 향수를 느낄 만한 이미지의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곡이 끝날 때 쯤 그림이 완성되어 펼쳐질 때 공연자와 관객은 모두 환희의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또한 도라지라는 노래가 연주될 때는 실제로 플로리스트(Florist)들이 나와 꽃꽂이를 완성해 가고 있었다. 흥을 돋우는 곡이 연주될 때는 춤이 병행되었는데 연주가 끝나자 진행자와의 응답으로 간단한 춤의 몸놀림이 소개되고 관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양팔 놀림, 어깨 흥얼거림, 목놀림 등을 시연해보는 희열을 맛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귀향을 소재로 한 단막극이 공연되고 마지막으로 전 출연자과 스탶진 들이 도열한 가운데 관객이 합세하여 ‘뉴질랜드 아리랑’을 제창하면서 피나레를 장식했다. 


공연 후에는 주최 측에서 준비해 놓은 전통 음식들을 즐기며 뒤풀이 대화를 나누면서 공연문화의 진수를 맛보는 기분이었다. 예술이 예술가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인류가 물질 중심적 사고에 벗어나 인간성회복의 길을 모색하며 더불어 행복을 누리는 아름다운 인간 사회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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