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사분쟁은 어느나라 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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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민사분쟁은 어느나라 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할까요?

0 개 558 강승민

뉴질랜드에 사는 A와 B 사이에서 발생한 민사분쟁은 뉴질랜드 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 사는 A와 한국에 사는 C 사이의 민사분쟁이 발생하면 한국과 뉴질랜드 법원 중 어느 곳에서 다뤄져야 할까요? 


국제 양육권 분쟁의 경우,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헤이그 컨벤션) 에 가입한 국가들간의 싸움인 경우, 그 협약에 따라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이 됩니다. 보통 아동이 원래 주로 살았던 국가보다도 현재 살고있는 (보통 한 부모가 일방적으로 탈취해서 도주한…) 국가 법원에서 진행이 되고, 대신에 원래 주로 살았던 국가 차원에서 그 부모를 대리해줍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출신 아버지와 미국 출신 어머니가 뉴질랜드에서 자녀를 낳고 살았는데 별거하면서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탈취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갔다면, 헤이그 컨벤션에 의한 소송이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겠지만 뉴질랜드 정부에서 아버지를 대리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사 분쟁에서는 “국제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또한 국제 문제만을 다루는 “국제민사법원” 같은것도 없기 때문에, 보통 두 국가 중 한 곳의 법을 적용하고 그 곳의 법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결정이 되어야 할겁니다 (물론 가끔씩 적용되는 법과 다뤄지는 법원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이슬람 출신의 뉴질랜드 이민자 부부의 재산분할 건에 대해서, 뉴질랜드 법원이 자기들 관할이 있지만 법은 뉴질랜드 법이 아닌 이슬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 뉴질랜드에서 동시에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돈과 시간은 두배로 낭비하면서 둘 중의 어느나라 결정권이 우선순위를 가지는지에 대한 추후 분쟁까지 생길테니깐요.


혹은 좀 더 복잡하게, A와 C사이의 분쟁이 일본같은 제3국에 대한 분쟁이었다면 (예를들어 A와 C가 일본에서 같이 사업을 하기로 했다가 분쟁이 일어난 것이라면) 한국, 뉴질랜드, 일본 법원 중 어느 곳에서 다뤄져야 할까요? 


일단 A와 C 사이에 계약서가 있었고 그 계약서에 “이 계약은 뉴질랜드 법이 적용되고, 분쟁은 뉴질랜드 법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라고 동의를 했다면, 뉴질랜드 법원에서는 그 조항에 되도록 효력을 줄 것이고 (무조건은 아니긴 합니다), 필자가 한국과 일본의 법은 잘 모르지만 높은 확률로 그쪽에서도 자기네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할 것 같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은 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 국제중재 (international arbitration) 를 하기로까지 동의를 했다면, 특정 국가의 법원이 아닌, 국제중재를 다루는 중재자를 고용하고 그 중재자의 결정에 맡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보통 대기업간의 국제 거래에서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고려하시지 않고 바로 거래를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민을 준비하기 위해 (뉴질랜드에 법인이 있지만 한국 사무실에 출장이 잦은) 개인 에이전트와 계약을 한다던지, 뉴질랜드 건강식품을 한국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한다던지 등등. 그런 경우에 한쪽에서 (주로 뉴질랜드에서 사는 쪽에서) 뉴질랜드 법원에 분쟁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쪽 (주로 해외에 살고있는)에서는 “뉴질랜드에는 관할권이 없다”라는 주장을 자주 내세울 것입니다. 자기가 살고있지 않고, 법에도 익숙하지 않고, 변호사를 찾기도 쉽지 않은 곳에서 소송을 진행한다는게 확실히 불리한 점이 많으니깐요. 


그러한 경우, 뉴질랜드 법원 기준으로 관할권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기준은 “계약이 어느나라에 가장 가깝게 실행되었고, 뉴질랜드 법원이 가장 ‘편리한’ 장소인지”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실제 문제 (예를들어 계약위반 등) 전에 앞서서 다루어져야 하는 절차적 문제이고, 뉴질랜드 법을 포함한 영미법에서는 이런 문제들만을 모아서 “private international law”, “choice of law”, “conflict of laws” 등이라고 부릅니다. 


그 고려 사항은 소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무궁무진하지만, 보통 많이 사용되는 것에는 ‘계약서가 어느나라에서 (어느 언어로) 작성되었는지, 어느 나라에서 사인되었는지, 계약 이행 및 위반이 어느나라에서 이루어졌는지, 사용된 통화는 어느나라 통화인지, 증인 대부분이 어느나라에 있는지” 등등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각 고려사항의 비중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서 한국에서 뉴질랜드 이민 에이전트와 계약을 한 경우에도, (1) 한국에서 한국어로 작성되고 사인된 계약서가 있고, (2) 금액 지불도 한국 계좌끼리 원화로 지불되었으며, (3) 뉴질랜드 이민 준비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계약 취소가 된 건이라면 아무래도 뉴질랜드 법원에서 뉴질랜드 법을 적용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한국법을 적용하는게 낫다고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과 (2)의 조건이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3) 뉴질랜드 변호사가 고용되고, 뉴질랜드 이민성에 신청비를 납부하고 신청서가 들어간 이후에 특정 문제로 (에이전트의 과실 등) 분쟁이 일어난 건이라면, 게다가 (4) 이미 신청인이 뉴질랜드 입국까지 한 경우라면, 아무래도 뉴질랜드 이민법 위반여부도 주요 고려사항이기 때문에, 뉴질랜드 법원에서 뉴질랜드 법을 적용하는게 옳다고 결정될 확률이 좀 더 높아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황에 따라 분쟁을 다루는 국가와 그 분쟁 결과를 집행해야 하는 국가는 또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위의 이민 에이전트 케이스의 경우, 아무리 편의를 위해 한국에서 소송을 했고 승소를 했더라도 이민 에이전트가 뉴질랜드에 법인이 있고 모든 자산이 뉴질랜드에만 있는 경우라면, 결국 그걸 집행하는 데에는 뉴질랜드 법원을 이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호주-뉴질랜드 처럼 국가들끼리 따로 판결문 인정을 하기로 협약을 하지 않은 이상, 보통은 해외 판결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서 소송을 다시 시작하여야 합니다 (물론 증인을 다시 세우는 것까지는 아니고, 그 판결문의 효력만을 다루는 비교적 간단한 소송).


위와 같이, 국제간의 거래가 있다면 계약서에 어느나라 법을 적용하고 어느나라 법원에서 분쟁을 다룰 것인지 미리 작성하는게 가장 현명합니다. 혹시 이미 진행중인 국제 거래가 있으신데 계약서에 이러한 내용이 없다면, 그리고 만약에 분쟁이 발생했다면, 최대한 빨리 법률상담을 받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적인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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