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질경이와 초원의 플랜테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고향의 질경이와 초원의 플랜테인

1 5,092 조병철


봄철 들판은 온통 풀들의 세상이다. 민들레 토끼풀 반지꽃 냉이 질경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풀들이 꽃망울을 터트림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알린다. 고향의 봄 들판 얘기다. 그중에서 질경이는 오솔길을 따라 끈질기게도 자랐던 기억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사뭇 밟아대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면서 올망졸망 모여 그게 꽃인지 열맨지 구분이 어렵게 열매를 맺어대곤 했다. 특히나 생생한 기억은 봄철 논두렁에 탐스럽게 자라던 질경이다. 해마다 봄이면 그랬듯이 논에 물을 가두기 위하여 가래질로 논두렁을 발랐고 어김없이 질경이가 얼굴을 내민다. 거기에 자라는 질경이는 길가의 질경이 보다 깨끗할 뿐 아니라 둥근 잎이 무척 탐스러웠다. 정성스런 어머니는 질경이 나물을 밥상에 올렸고, 덕분에 그 아련한 맛은 아직도 기억한다. 
 
해밀턴에 있는 목장을 방문했을 때 얘기다. 그 농장의 주인은 우유 생산에 유기농 인증을 준비 중이었는데, 우유의 유기 생산에는 초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목초의 종류를 열거했다. 다른 목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라이그라스, 클로버 같은 목초를 안배했다. 그런데 특별히 플랜테인(Plantain; Plantago)의 밀도 관리를 강조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무슨 풀인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농장 주인이 말하는 Plantain이 무엇을 가리키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풀인가 유심히 살폈으나 짐작이 가질 않았다. 길게 자란 다른 목초에 섞여 잎이 길게 변해 있어서 고향에서 보던 질경이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질경이는 유럽인들의 신대륙 진출과 함께 전 세계로 퍼진 들풀이다. 유럽인들이 질경이를 일부러 챙겨 간 건 아닌데, 함께 데려간 가축과 건초 더미를 통해서 동승했던 것이다. 그런데 질경이를 비롯한 이들 풀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가축도 온전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유럽 이민자들조차 오늘날과 같은 번성이 어려웠으리라는 주장이니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초기 이민 정착기의 신세계에는 초지자원이 무진장 이었다. 그러나 가축이 한번 풀을 뜯고 나면 다시 자라는데 한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신세계 목초는 가축들에 의한 과도한 공격을 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이러한 공격을 일상적으로 받아왔던 풀들은 달랐다. 이 틈을 타서 신세계 풀들이 자라던 자리를 유럽에서 건너온 풀들이 차지해 버렸다. 영국인이 지나간 마차바퀴를 따라 질경이가 자라났고, 그래서 미국 인디언들은 이 질경이를‘영국인의 발’이라 불렀다. 
 
질경이가 가진 끈질긴 생명력에 관한 또 다른 얘기다. 이 질경이는 한 포기에서 보통 만개 이상의 씨앗을 생산해서 자손을 퍼뜨린다.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지 40년이 지난 씨앗에서도 싹이 튼단다. 고향의 질경이에서 보았듯이 단단히 굳어진 길 옆에서도 잘 자란다. 날씨가 추워도 잘 얼어 죽질 않는다. 그래서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디서나 이 질경이가 쉽게 발견된다. 또한 땅 위에서 낫으로 베어내도 옆에서 새로운 싹이 다시 돋아난다. 정말로 대단한 생명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또한 질경이는 영국의 앵글로-색슨족이 신성하게 여기는 아홉 가지 약용식물 가운데 하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질경이는 약용식물로 묘사되어 있다. 예전에 그들은 전쟁터 행군에서 발이 부르텄을 때도 질경이를 짓이겨 발랐고,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는 데도 사용했다. 물론 약이라고는 변변한 게 없었던 아주 옛날 얘기지만. 아무튼 그들의 생활과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풀이자 약용식물로 함께 해왔으며, 이제는 가축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목초로 보살 핌을 받는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도 질경이는 약초로 유명하다. 신대륙에서 이주민의 마차바퀴를 따라 자란 걸로 유명하지만, 동양의 한약에서도 이미 그 이름까지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내서 차전초(車前草)로 불린다. 질경이는 통째로 말려서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고, 씨는 차전자(車前子)로 불리며 한약재로 쓰인다. 봄철 나물로도 일품이고, 일본의 요리책에는 튀김 재료로도 소개한다. 뭐니 뭐니 해도 봄나물은 최고의 보약이라 하지 않는가.   


초원에서 자라는 질경이는 고향의 그 것과 좀 다르다. 어느 건 잎이 둥글고 아담해서 쉽게 알아 볼 수 있으나, 초지에서 자란 건 잎자루가 가늘고 길어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주위의 풀들이 모두 키가 크니 질경이도 잎자루를 길게 내밀었다. 또한 어떤 건 잎 뒷면에 털이 나 있는 것도 있다. 물론 이것도 일종의 질경이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 산 너머 북촌 초원에서 고향의 질경이를 만난다면 그 얼마나 반가울까?
 
doyo
조박사 안녕, 남국정의 박덕권 doyo입니당
재미존--수다방 방장으로 근무중임 ㅋㅋ
가끔 들려용

뉴질랜드에서 행복 찾기

댓글 0 | 조회 758 | 4일전
우리는 보다 행복한 삶을 향해서 한 반도의 반대편인 뉴질랜드에까지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더보기

호흡으로 명이 길어질 수 있어

댓글 0 | 조회 372 | 4일전
호흡의 길이와 명(命)의 길이는 관계가 있습니다. 요즘 호흡과 수명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연구에 따르면 호흡의 길이와 동물의 수명은 상… 더보기

이 한 그릇의 마음으로 쉬어가기를

댓글 0 | 조회 266 | 4일전
세종 전통문화체험관에서 듣는동화 스님의 행복한 사찰음식 이야기‘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동화 스님의 수업을 듣고 있자면 불가의 격언이 떠오른다… 더보기

2024 예산의 새로운 세율 기준

댓글 0 | 조회 1,210 | 4일전
뉴질랜드 정부는 2024 예산을 발표하면서 소득 구간을 조정하여 $25.7억 뉴질랜드 달러의 세율 감면에 관한 핵심 선거 약속을 이행했습니다.소득 구간을 조정하여…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댓글 0 | 조회 327 | 4일전
지난 한 달 동안, 리커넥트는 Henderson High School 에서 “Care to Self-care?” 프로젝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리커넥트는 주기적으… 더보기

비 오는 날 이성계 능 앞에서

댓글 0 | 조회 232 | 4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비 오는 날동구릉 이성계 능 앞에 섰다능 위로 무성한 억새는아직도 그대의 뛰는 심장 소리를허공에 흩 뿌리고한 나라를 뒤엎은 결기새로운 나라를… 더보기

8. 설탕과 술이 지닌 위대한 마력들

댓글 0 | 조회 380 | 5일전
원래 사람은 씨 맺는 모든 채소(허브 또는 푸성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식량으로 주셨다고 성경에는 적혀있다. 씨맺는 채소류, 허브류, 더 나아가 곡… 더보기

‘큰 북한’으로 변해가는 러시아

댓글 0 | 조회 361 | 5일전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페이스북은 북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차단돼 있지만,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여전히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한다. 이 계정을 오랫동안 열심히 보면서… 더보기

낙타와 낙타풀

댓글 0 | 조회 99 | 5일전
시인: 송 재학세상의 모든 낙타들은 다 길들여졌으나고비 사막 어딘가야생 낙타가 남아 있다고 한다신기루 따라 걷는 야생 낙타는 타박타박,그 소리는 사막아래의 지하수… 더보기

AEWV 소지자가 알아야 할 6가지 구구절절

댓글 0 | 조회 665 | 5일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승인한 비자가 바로 워크비자(work visa)입니다. 워크비자의 타입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오늘의 칼럼은 오로지 AE… 더보기

Incredible Years Program

댓글 0 | 조회 226 | 5일전
결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대학교에서 결혼생활을 준비하는 교과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 모유수유를 시작하면서 왜 이런 과목을… 더보기

순간의 선택이

댓글 0 | 조회 222 | 5일전
싸이(PSY)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이 2012년 7월 15일, 유투브에 올랐으니 22년이 되었다. 오늘 조회해 보니 51억 5천만 여… 더보기

오미크론 변종 FLiRT

댓글 0 | 조회 1,965 | 9일전
신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의 하위 변종 ‘FLiRT’이 올여름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시카고트리뷴(Chicago T… 더보기

'2025 한국대학 입시 분석 및 대응 전략'

댓글 0 | 조회 535 | 9일전
드디어 한국대학들이 각 대학별로 2025학년도 특별전형과 수시모집요강을 5월 말과 6월초에 발표 하였다. 사실 특별전형은 7월 접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4월이면 발… 더보기

7. 오토파지 디톡스가 이런 일까지도 한다

댓글 0 | 조회 447 | 2024.06.03
오토파지와 디톡스는 살아 있는 세포로 구성된 우리의 몸의 고유의 기능이다. 우리가 우리 몸에 잠재되어 있는 이런 탁월한 기능을 잘 사용한다면 불필요한 것들에서 해… 더보기

남북, ‘동족’은 아니라 해도 적이 될 필요야…

댓글 0 | 조회 830 | 2024.05.29
▲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며 ‘해상 주권’을 무력 행사로 지켜야 … 더보기

가정용 온수 시스템 비교

댓글 0 | 조회 847 | 2024.05.29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생필품뿐만 아니라 물값, 전기값 모두가 올라서 난방비도 큰 걱정거리가 되었죠. 여러분… 더보기

유학후 이민과정 활용 가이드

댓글 0 | 조회 772 | 2024.05.29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제한적이지요. 과거에는 심지어 “형제초청이민”이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할 정도로 다양한 루트가 있어서 … 더보기

포기를 포기하라

댓글 0 | 조회 286 | 2024.05.29
5월이 끝나갑니다.벌써 2024년의 1/3를 넘겼고 이제 얼마지나지 않아 올해의 한 가운데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뭐 한 일이 있다고 이렇게 시간이 … 더보기

이만큼의 은혜

댓글 0 | 조회 209 | 2024.05.29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내가 지닌 능력에 비해 이렇게까지 나를 높여 주신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작은 교회 목사 아들로 태어나 … 더보기

청춘

댓글 0 | 조회 139 | 2024.05.28
시인 사뮤엘 울만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더보기

창 밖은 아파트

댓글 0 | 조회 629 | 2024.05.28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 집에 처음 입주했을 당시 뒷편 큰 도로 주변은 어수선했다. 주유소부터 목공소, 침대공장, 무슨무슨 모터스며 공구상, 자동차 판매점까지 무질서… 더보기

숲의 성장 소설을 읽다

댓글 0 | 조회 196 | 2024.05.28
인제 백담사 숲 명상숲으로 난 길을 걸어가며마음을 찾는 아이가 되어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숲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으면나무들과 나뭇잎과 이끼와 양치류가,새들이 풀…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2)

댓글 0 | 조회 217 | 2024.05.28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과 심장은 간과 콩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기 계통과 비뇨기 계통을 지칭한다. 간장과 신장이 약한 어린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할… 더보기

임시직 피고용인

댓글 0 | 조회 463 | 2024.05.28
고용계약에는 정규직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임시직 피고용인으로 고용관계법에 정의되어 있는 개념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에게 보장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