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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크고 작은 사고 하나쯤은 누구나 겪게 됩니다.
수리가 깔끔하게 완료되었더라도, 차량을 판매하려 할 때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수리 잘 됐지만, 사고 이력이 있으니 가격을 조정해야겠네요.”
이것이 바로 ‘Diminished Value’, 즉 사고 수리 후 차량 가치 하락입니다.
사고 이력이 남으면, 왜 차 값이 떨어질까?
구매자들은 중고차 또는 신차 구매 시 Pre-Purchase Inspection(구매 전 차량 점검)을 통해 외관, 프레임 상태, 페인트 두께 등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리 흔적이나 패널 교환 이력이 발견되면, 차량 가격은 자연스럽게 감가 조정 대상이 됩니다.
특히 뉴질랜드는 자동차를 현지에서 제조하지 않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 및 배송 중 크고 작은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신차조차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수리를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구매자들은 사고 및 수리 이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량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리 흔적은 페인트 컬러 매칭 불일치, 패널 간격 오차, 프레임 계측 기록 등으로 드러날 수 있으며, 특히 프리미엄 차량이나 EV는 사고 이력에 따른 감가폭이 일반 차량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EV 차량은 배터리 손상 여부까지 주요 점검 항목에 포함되어 추가적인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보험은 수리만 해줄 뿐, 가치 하락까지 보상하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 보험사는 사고로 인한 수리비용만 보장합니다.
사고 이력으로 인한 차량 가치 하락(Diminished Value)은 별도로 보상하지 않습니다.
또한, 보험사의 수리 기준이 항상 최고 품질을 보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보험사 내부 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수리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질랜드 수리업계의 변화 – 대형 직영 수리소의 확장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보험사 직영 수리소(예: AMI Motor Hub, Driving Group) 설립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고 접수 과정에서 보험사는 ‘워런티 제공’을 명분으로 고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으며, 결국 자사 직영 수리소를 이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과거 중소 독립 수리업체들은 장인정신으로 한 대 한 대 세심하게 수리해왔지만, 현재 초대형 직영 수리소들은 주당 100~150대 이상의 차량을 대량 처리하며, 품질보다는 물량 소화에 초점을 맞춘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대량 수리 방식을 ‘소세지 팩토리(Sausage Factory)’ 스타일이라 비판하며, 수리 품질과 마감 디테일이 희생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반드시 인식하셔야 합니다. 빠른 처리와 높은 수량만을 앞세우는 시스템에서는, 개별 차량에 대한 세밀한 품질 관리와 맞춤형 복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뉴질랜드 법률상 고객이 수리업체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독립 수리업체들 또한 동일한 기준 하에 품질 높은 수리와 워런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규모”나 “속도”가 아니라, 진짜 내 차를 제대로 복원해줄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것, 그것이 차량 가치를 지키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사고 나면, 처음부터 수리 과정을 신경 써야 한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차량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 보험회사 기준이 아닌 제조사 기준에 부합하는 복원 수리 진행
• 정품(OEM) 부품 사용 요청: 애프터마켓 또는 중고 부품 사용 시 가치 하락 가능성 증가
• 수리 내역 및 부품 사용 기록 꼼꼼히 보관: 판매 시 신뢰도 확보에 필수
수리 품질이 높을수록 사고 이력이 있더라도 “잘 관리된 차량”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어 감가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고 이후 차량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차량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입니다.
처음부터 올바른 수리, 투명한 기록 관리, 세심한 차량 관리를 통해 내 차의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차량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리고 이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전적으로 오너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뉴질랜드에서는 폐차가 되었던 차량이 아닌 이상, 한국이나 미국처럼 사고 이력을 공식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따라서 차량 관리와 수리 이력의 투명성이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사고 수리 이력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판매자에게는 ‘완벽하게 수리 완료된 차량’이라는 점을 통해 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한 번 사고가 있었던 차량’이라는 점이 불안 요소로 작용해 가격 협상이나 구매 결정에 신중을 기하게 만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고 이력을 숨기거나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수리 이력과 차량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리 품질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판매자 신뢰를 얻고, 차량 가치를 최대한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