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번 먹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밥 한 번 먹자

0 개 634 조기조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이다.


 

뜻밖에도 “밥 한 번 먹자”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갑 사정이 좋아졌을 리는 만무하지만, 봄기운에 버들가지 물오르듯 힘이 날 때도 됐다. 그동안 많이 움츠리지 않았는가?


직장을 시작했던 80년대에는 물가가 싸고 먹거리가 비교적 풍성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밥 먹고 술 한잔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직장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 거의 확실했고, 해가 갈수록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 덕분에 경쟁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됐다. 직장은 마치 기차나 배를 타기만 하면 무난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번 입사하면 안주할 수 있는 장치였다.


직장 초년에는 선배들에게 얻어먹는 경우가 많았다. 더치페이를 몰랐던 시절이다. 나중에 후배들이 많이 생기자 내가 사는 일이 많아졌다. 선배님들에게서 얻어먹은 것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샀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라 친다면, 나는 아주 가까운 식구가 있다. 거의 날마다 점심과 저녁을 함께한 식구다. 실은 내가 산 적은 별로 없다. 우리는 직장 근처의 소박한 식당에서 하숙생처럼 먹었다. 분위기가 편안하고 음식이 입에 맞았기 때문이다. 밥 친구도, 식당 아주머니도 어떻게 고마움을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직장에서 함께 밥 먹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운지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김밥이나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함께 가도 각자 먹은 것은 각자가 내는 모양이다. 당연하고 합리적인 일이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함께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면 협조와 양보가 쉬운 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함께 밥 먹는 일이 사라지고 있단다. 일과 후 회식도 사라졌다.


나는 같은 식당에서 밥 먹는 사람을 보면 밥값을 내준 적이 많았다. 바보 같은 짓(?)이라 하겠지만, 그냥 나가는 것이 어색했다. 점심값이 비쌌다면 내고 싶어도 못 냈을 것이다.


“왜 절 모르고 시주하느냐?“는 사람도 있었고, “장님이 기름값(호롱불 켜는) 내는 격”이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훗날, 어떤 일이 있을 때 그들로부터 아주 친절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각인되었던 모양이다.


나는 누가 “밥 한 번 먹자”고 하면 그걸 기다렸다. 그러나 지금은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레 “그러자”고 응대한다. 내가 남의 부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고, 남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나와 밥을 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은 “언제가 좋겠느냐”고 당장 날을 잡지 않으면 그냥 하는 소리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밥 한 번 먹자”고 했으면, 날을 잡으려고 신경을 쓴다. 만나도 부탁할 일이 없으니 편하다. 필요할 때는 밥 먹자고 해놓고는 화장실 갔다 올 때 마음이 바뀌는 사람도 본다. 바쁘니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한다.


춥고 얼었던 겨울이 지나가니 할 일이 생겼다. 전화번호를 둘러보며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린 것이다. 나는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다. 그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밥 한 번 대접해야겠다.


사는 것이 별건가? 문득 영어 단어 하나가 떠오른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빨간 표지의 두꺼운 참고서 3위일체(김학기 저)가 있었다. 그 책을 펴면 29자로 된 단어가 나왔다. “월화수목금토일”의 7요일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서 이 단어에 매달렸다가 영어가 오르지 못할 산인 줄을 빨리 깨달았다. 그런데 오늘 왜 이 단어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Floccinaucinihilipilification


발음은 “플락_시나우_시나이_힐리_파일리피케이션”이다. ‘뜬구름처럼 여기기’ 또는 ‘황금을 돌같이 보기’라는 뜻이다. 이 단어 때문에 영어를, 인생을 뜬구름 같다고 여기게 된 것일지 모르겠다. 과연 인생이 덧없을까?


일전에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여럿이 밥 먹는 자리에 숟가락 하나 더 놓겠다”고 겸양하며 말하기에 쾌히 그러자고 했다. 나를 생각해서 전화했는데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그냥 즐겁게 봄나들이 가는 것이다. 밥은 누가 사면 어떠리?


만나서 “어색(語塞)하다”는 것은 말이 막힌다는 뜻이다. 그것은 내가 경청하지 않으면 일어나는 일이다. 자랑이건 넋두리건 편하게 말하도록 하고, 듣는 것도 기술이며 즐거움이다. 세월의 간극만큼 사람들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 했다.


 * 출처 : FRANCEZONE


810cb4fbe86c095eb9235b9e51a4fa94_1742863219_3801.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20 | 1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2026년도 2월이 찾아왔습니다.오늘은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52 | 1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하면 많은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보험으로 수리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보험사가 책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곤 합니다.그러나…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07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th Sci 1학년 과정 입학 전 꼭 알아야할 점들을 체크리스트를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과거 칼럼에도 다뤘듯 의대 가는 길…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19 | 7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대개 알고 있는 단어의 양에 집중하곤 한다. 아이들이 단어장을 외우고 뜻을 암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1 | 9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아니었다. 낯선 캠핑장을 지도에서 찾아봤다. 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이었다. 이게 웬 호재인가?두대의 버스가 북쪽과 남쪽…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01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다는 이유로전임 교회에서스웨터에 셔츠를 받쳐 입고설교를 했습니다예배를 마친 후교우들과 인사를 나눌 때목사님 오늘 패션 최고예요…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0 | 9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종사하는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는 Religious Worker Work Visa(이하 종교인 워크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9일전
Te Mata o Rongokako – 잠자는 거인의 이야기* 거인의 형상혹스베이 지역, 특히 헤이스팅스 인근에는 마치 사람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산이…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86 | 9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4 | 9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3 | 9일전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정들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이민자들이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66 | 9일전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나무와 조릿대의 차이를 알아요?”차밭을 정비하러 나서는 길, 구층암 주지 덕제 스님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알 리 없다. 더욱…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5 | 9일전
출처 : https://www.acsa-scholarship.or.kr/default/menu02/menu02_cont02.php?sub=22몇년 전까지만 하더라…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 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인 가족을 돌봄으로 인한 취업기회 상실과 사회활동 포기 등 다양한 희…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5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환상인가“보이지 않는 세계유산”인류가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유명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건축물이 있다. 고대 …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7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지금 여기, 이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왔음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오랜 세월동안자신의 영…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라졌다.”프롤로그 - 2028년 4월 9일, 그날 12초,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라이트게이트(LightGate).…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25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미래를 제공합니다!오늘날 아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미래가 우리가 당시 직면했던 미래와 완전히 …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공이 벙커를 향해 날아가다가 절묘하게 튕겨 나와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 동반자들은 말한다. “야, 운 좋다!” 하지만 …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24절기(節氣)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88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s.ac.kr/hufs/11250/subview.do2025년에도 메디컬 유행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과거에는 크리…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7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방법은 상황을 민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수…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4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새롭게 시작되었다.프롤로그 - 2011년 10월, 리비아 사막 어딘가 폭풍이 사막을 뒤덮은 밤.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며남겨진 아들의 신발에아직 남아 있는향기 같은 너의 따스함너와 함께 걷던 상쾌함으로오늘도 신고 나선다튀는 걸음으로 다녔을아들의… 더보기

어떤 전쟁

댓글 0 | 조회 239 | 2026.01.14
아침마다 의식처럼, 볕이 쏟아지는 툇마루에 꼬맹이를 돌려 앉히고, 엄마는 아이의 긴 머릴 두 갈래로 종종 땋아 내려 빨간 리본으로 갈무리했다. 반지르르한 머리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