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냉이 씀바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달래 냉이 씀바귀...

0 개 466 조기조

춥고 긴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김장이었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짜게 담가야 했다. 무는 뿌리를 씻어 통째로 동치미를 담그거나 네 가닥 정도로 쪼개어 김치를 담갔다. 뿌리를 먹기 위해서는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짚을 깔아 차곡차곡 포개어 놓고,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고 얼지 않도록 덮어 두었다가 겨우내 하나씩 꺼내 먹었다.


24f5d9195bc24ddaa31e0662389c0400_1741659035_1867.png
 

무의 청은 엮어서 비가 들지 않게 양지쪽 처마 밑에 매달아 놓으면 마른다. 조금씩 걷어 삶아 우물가의 옹기에 담가 우려내고는 쫑쫑 썰어 국을 끓였다. 띠포리를 한 줌 넣고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 시락국을 끓이면 정말 맛있었다. 멸치보다 큰 띠포리는 번득이는 비늘이 있으며, 내장이 적어 쓴맛이 나지 않아 국물을 내기에 딱이었다. 게다가 값도 쌌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아주 큰 멸치를 띠포리라고 불렀는데, 사전에는 밴댕이의 사투리라고 나온다. 그때는 띠포리를 우려서 건져내지 않고 그대로 먹었는데, 퉁퉁 불어 맛이 다 빠진 띠포리였지만 생선처럼 즐겼다. 생선이 귀했으니 그것도 생선이었던 것이다. 배추 시래기보다 무 시래기 국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김장김치가 많으면 썰어서 밥을 넣고 끓여 국밥을 만들었다. 이를 밥국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 모양이다. 매콤하고 칼칼하여 해장국 같지만, 그때는 밥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했다.


어느새 3월이다. 산골에서 자란 나는 겨우내 김치와 시락국을 먹고 지내다가 봄이 되어 싱싱한 봄나물을 맛보면 몸이 먼저 알고 반응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 덕분에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지만, 그때는 정월 대보름이면 아직 추워 나물이 나오기 어려웠다. 양지바른 밭에 봄동을 심어 볏짚을 덮어 두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상태라도 아주 맛있었다. 3월이 되면 가장 맛있는 것이 바로 쑥부쟁이 나물이었고, 달래를 잘게 썰어 간장 종지에 넣어 먹는 달래장이었다.


파와 맛이 비슷한 달래는 강한 향으로 봄맛을 전하곤 했다. 양지쪽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5cm 정도 자란 쑥부쟁이를 캐어 데친 뒤, 꽉 짜서 물기를 빼면 한 소쿠리를 삶아도 한 움큼밖에 남지 않는다. 여기에 된장을 약간 풀고 참기름을 섞으면 일미다. 나물의 향을 즐기기 위해 된장이나 간장 대신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만으로 무치기도 한다. 이 쑥부쟁이 나물을 ‘부지깽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냉이를 뿌리째 캐어 된장국으로 끓이면 씹는 맛이 좋았다.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혈액순환을 돕고 간 기능을 좋게 하며, 눈을 밝게 해 준다고 했다. 이른 봄 싱싱한 나물을 먹으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쓴맛이 나는 씀바귀는 고들빼기를 닮았다. 요즘은 고들빼기를 더 많이 먹지만, 쓴맛이 나기는 서로 비슷하다. 입맛을 돋우는 데는 제격이었다.


달래, 냉이, 씀바귀를 더해 부르는 동요가 있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친구들과 이 동요를 부르며 즐겁게 뛰어놀았던 기억이 난다. 노란 원추리꽃은 여름 내내 피지만, 이른 봄에 나는 보드라운 잎은 베어서 삶아 우려낸 뒤 나물로 먹었다. 싱싱한 채소가 귀했던 시절이라 얼마나 맛있었던지 모른다. 이를 경상도 사투리로 ‘기새’라고 불렀다. 이어서 쑥이 나고, 고사리가 나고, 산에 가면 취나물이 나지만, 2월 말~3월 초의 날씨에는 역시 달래, 냉이, 씀바귀, 쑥부쟁이가 최고였다. 어촌에서는 쓴맛이 나는 쑥을 도다리와 함께 끓여 ‘도다리 쑥국’을 즐기기도 한다. 잡아서는 안 되지만, 알이 밴 도다리를 넣고 끓인 쑥국은 보약 같았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며 팔베개를 베고 누워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으니, 부유하고 고귀할지라도 의롭지 않은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으니라.”


반소사음수(飯疏食飮水)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 낙역재기중의(樂亦在其中矣) 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 어아(於我) 여부운(如浮雲).


“반소식”이 아닌 “반소사”는 쌀밥은 커녕 보리밥이나 조밥만도 못한 거친 밥을 뜻한다.


3~4월이면 먹을 것이 떨어져 새 보리가 나올 때까지 배를 곯는 ‘보릿고개(춘궁기; 春窮期)’가 있었다. 거친 밥에 이것저것을 다 넣어 먹었다. 그나마 굶지 않으면 다행이었던 시절이다. 이때 푸성귀가 구황(救荒)의 역할을 했다.


“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는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를 뜻한다.


부정한 수단으로 큰돈을 벌거나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렇게 거머쥔다고 해서 마음이 편할까?


가난할지라도 마음이 편안한 삶을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한다. 가축을 기르고 어로를 해서 먹기는 했지만, 우리의 이빨과 긴 창자를 보면 원래 채식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밥에 나물과 김치만 있어도 충분한데, 사람들은 먹지도 못하는 황금과 권력을 쫓는다. 그것을 어찌 가져갈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 뜬구름이 아닌 것이 없는데, 죽어서도 *시지프스(Sisyphus)가 되고 싶은가?


* 출처 : FRANCEZONE


* 시지프스(Sisyphu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교활하고 잔꾀가 많아 신들을 속이다가 벌을 받은 코린토스의 왕이다.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죽은 후 저승에서 끊임없이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는데, 정상에 도착하면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영원히 반복된다.

이 이야기는 끝없는 고난과 무의미한 노동을 상징하며, 프랑스 철학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시지프 신화》에서 이를 부조리한 인간 존재의 메타포로 해석했다.


24f5d9195bc24ddaa31e0662389c0400_1741659080_6804.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486 | 3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273 | 4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61 | 4일전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169 | 5일전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28 | 5일전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476 | 5일전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27 | 5일전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20 | 5일전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47 | 5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488 | 5일전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298 | 6일전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145 | 6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96 | 6일전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11 | 6일전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32 | 6일전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00 | 6일전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298 | 8일전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71 | 9일전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1 | 9일전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95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3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21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2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댓글 0 | 조회 424 | 2025.11.26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1자녀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어디로 대학 진학을 가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