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민사소송의 국선 (civil legal aid)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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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민사소송의 국선 (civil legal aid) 제도

0 개 969 강승민

뉴질랜드는 법률과 법의 원칙이 확립된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선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변호사 수임을 직접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법과 정의의 테두리 바깥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뉴질랜드 국선제도는 형사나 민사 등 소송에서만 가능하고, 집을 구매한다던지, (난민신청을 제외한) 비자를 신청한다던지하는 다른 분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비교적 덜 심각한 형사소송의 경우 피고인들이 특정 변호사를 선임해서 국선을 신청할 수 없고, 나라에서 임의로 선정을 해주기 때문에 ‘국선’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아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Public Defence Service 라는 기관에서는 모두 국선으로만 형사소송을 대리하고 사선은 맡지 않기 때문에 그 기관에 속한 변호사들은 국선변호사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형사소송의 경우나 그 외 모든 민사소송 (가사소송, 고용소송 포함) 의 경우 나라에서 지정을 해주는 대신에 고객이 직접 국선진행이 가능한 변호사를 찾고, 그 변호사를 통해서 ‘정부보조’로 변호사 수임료를 내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민사의 경우 정확히 따지자면 ‘국선’이라는 표현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직관적이고 비슷한 개념이라 계속 그 표현을 쓰고자 합니다.


그래서 민사소송을 국선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독자분들은 아래와 같은 절차를 따르시면 됩니다:


(1) 먼저 본인이 필요한 전문영역 (고용을 포함한 일반민사, 혹은 재산분할을 포함한 가사소송) 을 국선으로 진행하는 변호사를 찾으셔야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법무부의 웹사이트를 이용하시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https://www.justice.govt.nz/courts/going-to-court/legal-aid/get-legal-aid/legal-aid-lawyer-finder/ 다만 이 웹사이트는 한국말이 가능한 변호사가 누가 있는지 검색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또한 가사소송이 아닌 일반민사의 경우 국선을 한다고 등록만 해놓고 실제로는 안하는 변호사들도 수두룩 하기 때문에,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서 국선을 실제로 진행 하는지, 그리고 현재 수임이 가능한지를 물어봐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2) 변호사를 찾으셨으면 그 변호사에게 본인이 국선 자격이 되는지 상담해보세요. 수입이 있더라도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아서, 저축이 안되고 생활비로 수입을 다 쓰는 상황이라면 보통 국선 자격이 될겁니다. 집 한 채 소유한것도 보통 괜찮습니다. 하지만 $3500 이상 현금을 보유한 경우는 보통 그 돈을 변호사에게 내라고 하기때문에 어렵습니다. 다만 그걸로 변호사비를 사선으로 내시다가 (혹은 생활비를 내시다가) 현금이 $3500 이하로 떨어지면 신청자격이 되실겁니다.


(3) 그 다음에는 국선신청을 같이 하시면 됩니다. 보통 변호사가 국선신청 폼 작성 및 관련서류 제출하는 것을 도와줄 것입니다.


(4) 국선신청이 승인되었으면 그 승인레터 및 앞으로 법무부에서 오는 레터들을 잘 읽어보시고, 모르는 부분은 변호사와 상의를 해보시면 됩니다.


‘국선’이라는 표현을 쓸 때 가장 잘못 생각하기 쉬운것이, 뉴질랜드의 legal aid는 – 특히 민사는 – ‘무료변호사’랑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라에서 변호사비를 먼저 내주고, 승소를 했다던지 아니면 비현금 자산이나 수입이 있어서 갚을 수 있는게 있다던지 하면 갚도록 해주는겁니다. 보통 국선비용보다 크게 승소한 경우, 그리고 상대방한테 변호사비 청구까지 성공한 경우 정부에서는 국선빚을 일시불로 제일먼저 가져갑니다. 하지만 패소를 했다던지, 소송취하를 해서 내 국선빚만 남은 경우 주당 $10-$20정도씩 수년 수십년에 걸쳐서 천천히 갚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위와 같이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선 자격만 된다면 (그리고 국선진행을 하는 변호사를 찾으셨다면) 국선으로 진행하는 걸 추천드리는 네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사선으로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서, 미리 큰 비용을 마련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 민사소송을 사선으로 진행하다보면 아무리 빨리 끝나도 1~2만불은 기본으로 들기 마련이고, 길고 복잡한 소송은 10만불이 훌쩍 넘어가는 일도 많습니다. 그럴 경우 변호사들은 돈을 받지 못하는 걸 대비해서 처음부터 미리 자신들의 Trust Account에 목돈을 디파짓으로 요청한다던지, 아니면 주당 얼마씩 계속 납부해달라고 요청할겁니다. 그러면 소송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비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고 소송에 부담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선은 변호사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겨도 이긴게 아닌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 위와 비슷한데, 아무리 추후에 빚이 생기더라도 사선으로 진행하는 것에 비해서 절반, 혹은 1/3 이하밖에 되지 않을것입니다. 10년차 변호사를 예로 들면 사선으로 시간당 비용을 $400-$500 plus GST를 청구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같은 연차의 국선 시간당 비용은 법원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0 내외로 제한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또한 패소 혹은 중도포기로 인해 국선빚이 생겨서 위와 같이 주당 $10-$20정도씩 수년 수십년에 걸쳐서 천천히 갚아야 하는 경우에도, 만약에 상황이 바뀌어서 수입과 재산이 아예 없어진 상황이 생기면 국선 빚 면제신청이 가능합니다.


넷째, 국선인은 기본적으로 ‘극한적인 예외상황 (exceptional circumstances)’이 아니면 패소하더라도 상대방 변호사비를 물게 될 일이 흔치 않습니다. 극한적인 예외상황은 너무나도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건데, 상대방의 합의제안을 거절한 것만으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소송을 누가봐도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던지, 사법기관의 명령을 일부러 따르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던지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보통 변호사의 조언을 제대로 따라서 진행하시는 분들은 그럴 일이 없을것입니다.


즉 국선인들은 소송을 통해 이기면 상대방한테 변호사비까지 청구할 수 있고 국선빚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정도가 대부분이고, 지더라도 상대방 변호사비 부담이 없고 내 국선빚도 천천히 갚을 수 있거나 면제신청이 되는 아주 아름다운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조금 불합리해 보일수도 있는) 제도입니다. 재정문제로 나홀로 소송을 고려하시거나 소송을 포기하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주변에 국선으로 진행해 줄 변호사가 있는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칼럼의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적인 자문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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