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 가든(Queenstown Gardens)의 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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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 가든(Queenstown Gardens)의 할미꽃

0 개 2,934 조병철


퀸스타운은 남섬 멀리 남쪽에 있는 관광도시이다. 여왕의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대서 퀸스타운이라는 말이 있고, 또한 골드러쉬 시절에 황금을 찾아서 여왕 부럽지 않게 살겠다는 환상에서 퀸스타운이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남극에 가까워서 연중 서늘한 날씨에 호수를 둘러싼 산들의 절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도시의 인구야 몇 만 명으로 그리 많지 않지만, 스키 번지점프 래프팅 같은 레포츠로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명소 중에 하나다. 도심 와인가게의 포도주 가격이 비싼걸 봐서 관광지임을 실감한다.    

이런 도시에 걸맞게 퀸스타운 가든은 도심의 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와카티푸(Wakatipu) 호수의 반도처럼 삐져나온 곳에 위치해서 호반의 가든으로 한 폭의 그림이다. 애완견과 산책 나온 노부부가 따사로운 봄볕을 즐기는가 하면, 건강미를 과시하며 앞 서 달려가는 아가씨를 따르는 관광객의 발걸음도 가볍다. 호수를 스쳐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가든 주변의 테니스장, 롤러코스트 놀이터, 남극 탐험역사에 이인자로 기록되는 스콧의 기념비 등과 어울려 복합단지를 이룬다. 시내에 들르는 일반 쇼핑객도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둘러 볼 수 있어 부럽게 느껴진다. 또한 호수로 흘러들어오는 시내 물은 오리들 차지지만 일급수임에 틀림없다. 호수의 파도를 타고 흘러나온 찌꺼기도 자연 유기물 그대로라 친근감이 든다.

이 도시의 가든은 여느 도심의 그 것처럼 요란하지도 넓지도 않다. 그저 아담하고 자연스럽다. 환경오염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의 기후에 어울리게 철쭉이 주를 이룬다. 여러 가지 형형색색의 철쭉이 군데군데 자태를 뽑낸다. 봄볕을 맞으며 꽃은 탐스럽다. 그 곁에는 놀랍게도 보랏빛 라일락이 넘실댄다. 여기서 애타게 찾던 라일락을 이제야 발견했다.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대학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며, 새순을 씹어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

다른 또 한 가지는 할미꽃을 여기 가든에서 만났다. 아주 건강하고 탐스런 할미꽃 더미를 말이다. 할미꽃은 공해에 무척 약해서 청정지역이 아니고는 잘 자라지 않는다. 할미꽃이 여기까지 오게 된 내역을 알 수 없지만, 퀸스타운의 깨끗한 환경과 잘 어울린다. 고향의 뒷산 외진 무덤가에서 이 꽃을 만났을 때는 그 전설이 생각나서 무서워 잘 바라보지도 못했었다. 기억속의 전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부모 잃은 두 손녀를 할머니가 길렀다. 얼굴이 예쁜 큰 손녀는 부자집에 시집갔고, 그렇지 못한 작은 손녀는 세 고개 넘어 가난한 산지기한테 시집갔다. 할머니는 나아기 들어 더 이상 혼자 살수 없게 되어 작은 손녀가 모시려 했다. 그러나 큰 손녀가 남의 이목이 두려워 그리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혼자서 쓸쓸하게 살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작은 손녀를 너무 보고 싶어 찾아 나선다. 험한 산 고개 두 개는 무사히 넘었으나 마지막 세 번째 고개를 올라가다 그만 지쳐 쓰러져 죽고 만다. 다음날 손녀사위에 의해 발견되어 할머니는 양지바른 곳에 묻혔다. 뒤 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작은 손녀는 할머니 무덤가에서 이 꽃을 발견한다. 할머니의 넋으로 생각하며 할미꽃이라 불렀단다.’

이 얘기는 어렸을 적 어머니한테 들었다. 그 때는 할미꽃이 불쌍한 할머니 같아서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전설이 전해 주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꽃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퀸스타운에도 전설 속의 할머니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할미꽃은 탐스럽게 꽃을 피운다.  

여행전문가는 여행은 반드시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된다고. 사랑하는 이는 할머니도, 부모도, 자식도, 애인도 될 수 있다. 모두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이 가든을 둘러본다. 여기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할미꽃이 전해주는 전설이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든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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