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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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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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년 392년 로마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성당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이 생겼다. 390년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났고, 황제는 군대를 보내 주민 7,000명을 학살했다.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분노하여 황제에게 공식 참회를 요구하고 성당 출입을 금지했다. 황제는 이를 무시하고 부활절에 성당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주교는 성당 문 앞에서 황제를 몸으로 막았다. 몇 달 지난 성탄절에 황제는 다시 성당을 찾았지만, 주교는 이번에도 황제를 막았다. 황제는 자신의 잘못을 결국 시인하고 땅에 엎드려 용서를 청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된 지 불과 70여 년 만에 생긴 일이다. 교회는 국가 폭력에 침묵하지 않았고, 권력자에게 비굴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구조하지 않아서 생겼다면, 이태원 참사는 예방하지 않아서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능과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유가족과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는가.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한 적 있는가. 테오도시우스 황제처럼 땅에 엎드려 참회한 적 있던가. 참사 2주가 지나도록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하는 정권 인사가 한 사람도 없다. 희생자 명단을 정권은 왜 밝히지 않는가.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에서 추모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시민에게 침묵의 애도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추모가 가능하겠는가. 


11월 2일 명동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가 있었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번 참사를 통해 국론이 분열되거나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 아픔을 통해 더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또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그렇게 바라진 않을 것”이라고 설교했다. 추모 미사가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을 언급할 자리인가. 적절한 말씀이라고 보기 어렵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장이었다면, 그렇게 비겁하게 말했을까. 가톨릭에서 세례받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신을 끊으라고 정순택 대주교는 요구한 적 있는가. 미신에 빠진 사람이 성당 출입하는 행위는 신성모독 아닌가. 


4세기 테오도시우스 황제와 암브로시우스 주교, 21세기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종교 지배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참사 이후 불교, 개신교, 가톨릭 종교행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교와 신도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종교를 통치 기구중 하나 정도로 취급하고, 종교 지배층을 피의자 다루듯 하지는 않는가. 불교, 개신교, 가톨릭을 순시하면서 신도들과 종교 지배층을 조용히 하라고 협박하는 듯하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 지배층이 윤석열 대통령을 대하는 자세에도 문제가 많다. 종교 지배층은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 적 있었던가. “예 할 것은 예,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마태복음 5,37) 하고 있는가. 종교 지배층은 유가족을 만나거나 참사 현장에 가 본 적 있는가. 시민과 희생자들과 가까이 하기보다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어울리려 애쓰지 않는가. 가난한 사람들과 희생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닭벼슬보다 못한 종교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까이 하다가 망가지지 않은 종교인 없었고, 시민과 희생자들과 가까이 하면서 회개하지 않는 종교인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 지배층은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믿음도 얻지 못하고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있다. 온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사람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과 종교 지배층은 자신들이 왜 사랑받지 못하고 믿음을 얻지 못할까 불평하지 말고, 사랑받고 믿음을 얻을 만한 행동과 말을 해왔는지 반성하라. 무한 권력을 휘두르고 무책임한 권력자는 사람 마음을 얻을 수도 없고, 오래 버틸 수도 없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종교 사전에 중립이란 단어는 없다. 희생자 앞에서 중립 노래를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느님, 저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지하니를 돌려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가슴 울리는 이 말을 윤석열 대통령과 특히 종교 지배층에게 들려주고 싶다. 종교인은 정치권력의 경호실장이 아니라 희생자의 변호사 아닌가. 종교 지배층은 스스로 종교 지도자라고 착각하지 말라. 종교 비판은 모든 비판의 전제라는 포이어바흐 말을 잊지 말라. 


언론이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언론이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시민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권력을 구경하거나 한탄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저항할 것이다. 시민들은 정치권력과 종교권력 뿐 아니라 언론을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다.


 많은 시민이 애타게 기다리던 <시민언론 민들레>가 오늘 탄생한다. 민들레는 독일어로 사자 이빨이란 뜻을 갖고 있다. 시민의 간절한 심정을 존중하고 받들어, 시민언론 민들레는 정치권력과 종교 지배층의 무능과 잘못을 사자 이빨로 물어뜯을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사람 마음을 얻고 빛과 소금이 될 것이다. 


*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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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근수 


역사연구가. 가톨릭 프레스 편집인. 해방신학연구소 소장.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광주 가톨릭대학 2학년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떠나 마인츠 대학교 가톨릭 신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로메로Romero 대주교의 땅 엘살바도르로 떠나 UCA 대학교에서 소브리노J. Sobrino에게 해방신학을 배웠다.

독일에서 배운 성서신학의 학문적 연구성과와 남미 해방신학에서 배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각을 존중한다. 그러한 바탕에서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소브리노의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다. 해방신학의 눈으로 역사의 예수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슬픈 예수』 『행동하는 예수』 『교황과 나』, 공저로 『교황과 98시간』, 옮긴 책으로 『해방자 예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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