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민족/국민주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인터넷과 민족/국민주의

0 개 1,219 명사칼럼

저는 인터넷을 1997년부터 정기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 박사 학위 논문 자료를 수집했을 때에는, 인터넷 사용법을 아직 몰라서 가야사 관련의 일체 논문들을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 하나 하나 일일이 찾아내서 제 손으로 복사하는 등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던 것이죠. 요즘 같아서는, 2-3시간 내에 데이타베이스에서 다 내려 받아 챙길 수 있는데, 그 때 논문 자료 수집은 5개월 걸렸습니다. 인터넷이 삶을 바꾼 많은 사례 중의 하나죠. 


06dfbc8ed538c44a24684554c41c3f9c_1676427609_1484.png
 

​인터넷의 어린 시절이라고 할 1990년대를 생각해보면, 그 때만 해도 인터넷을 “세계화” 담론과 대개 결부지어 논했던 것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네티즌”, “누리꾼”들에게는 어떤 “세계성”, “탈영토성” 등을 기대했던 것이고, 그걸 그 당시에 유행했던 “유목” 담론과 또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새 세대가 특정 국가나 민족에 속하지 않는, 각종의 경계선들을 자유자재로 월경할 수 있는 “보편인”이 될 것을,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이건 “탈민족”, “탈국가” 등과 궤를 같이 하는 걸로 이해되며, 종합적으로 “탈근대”로 개념화되곤 했습니다. “국경 없는 인터넷”은 그 “탈근대”의 상징 그 자체이었죠. 


러시아라는 초대형 근대 국가가 그 이웃나라에 대해 18세기나 19세기에 있었을 법한 “영토적 침략”을 벌이고, 그 이웃나라에서는 전형적인 “애국적 국민 동원”이 이루어지고, 서방의 국민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관계들을 최소화하면서 그 이웃나라를 지원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그 “탈근대”에 관한 그 당시의 기대들은 그야말로 “春夢”, 아름답지만 아무런 현실성이 없었던 일개의 “꿈”으로 느껴집니다. 1990년대 대기업 위주의 세계화 와중에서 좀 다르게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는 자본주의적, 국가적 “근대”를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저처럼 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타고, 제3의 곳에서 일하는 자의 내지 타의의 “월경인”들은 물론 존재하지만 예외적 경우에 속합니다. 우리 동시대인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국민”들이고 네이션, 국가에 대한 비교적 확고한 소속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 의식을 강화시킬 뿐이죠. 


일단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진 않죠. 한국 네티즘은 원칙상 국내에서 북한 사이트를 접근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아예 다수의 네티즌들이 국내망인 광명망만을 접속할 수 있으며, 중국에서는 상당수의 외국 사이트와 SNS 등이 차단돼 있습니다. 러시아도 페북을 접근 차단시키며, 요즘 유튜브 접근 차단 등을 논의하는 중입니다. 서방에서는 중-러-북 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지만 예컨대 페북에서 공유하려 하면, “이 사이트는 .....의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꼬리표가 붙을 겁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신뢰하지 말란 이야기죠. 반대로 CNN이나 BBC 기사를 공유하면 아무런 꼬리표가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신뢰해도 된단 무언의 표시인 셈이죠. 그러니 인터넷이 전혀 영토성이나 국경이 없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미 가상 공간도 다 영토화돼 있죠. 



그 영토화는, 그 이용 패턴들이 국적별로 다르다는 것에서 나타납니다. 한국 네티즌이 네이버 같은 국내 포탈이나 카카오, 아니면 페북의 한글 내용 위주로 온라인 생활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중국이나 러시아 네티즌 중에서는 페북 이용자들은 극소수 (주로 재외 체류자)입니다. 중국인이라면 微信, 그리고 https://us.weibo.com/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가 하면, 러시아인들은 vk.com이나 ok.ru로 갈 겁니다. 그러니 페북 등 서방 SNS을 중심으로 해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판하는 여론의 폭풍이 일어나도, 서방 SNS 자체에 노출되어 있지도 않은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vk.com이나 ok.ru의 내용이야 당국의 “관리”를 계속 받는 것이지요. SNS 아닌, 일반 뉴스 포탈로도, 대개의 러시아인들이 dzen.ru 처럼 당국의 촘촘한 통제를 받는, 한데 이와 동시에 러시아 국내 사용자들의 구미에 최적화돼 있는 포탈로 가는 것이지, news.google.com으로 가지 않습니다. “국내인 구미에 최적화돼 있는”가의 여부 이외에 중요한 부분은 “언어”가 차지합니다. 러시아의 인구 중에서 영어 능통자들은 약 5%에 불과합니다. 한데 러시아보다 훨씬 더 미국 언어나 문화에 노출돼 있는 한국이라 해도, 별 불편없이 영문 등 해외 포탈이나 SNS 등을 한글이 아닌 영어 등 외국어로 할 수 있는 인구는 과연 전체의 10%를 넘을 수 있을까요? 결국 “언어”야말로 인터넷에 새겨진 가장 넘기 힘든 “국경”으로 기능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인터넷이란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네이션, 내지 국민에의 소속 의식을 차라리 강화시키면 강화시키지,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말기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각종의 퇴영적인 군사적 애국주의, 국민주의 등등이 계속 더더욱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인터넷은 오히려 그 애국주의의 만연을 더 도와주고 있을 겁니다. 인터넷 이상으로 더 큰 문제는, 민족/국민주의를 상대화시킬 수 있는 “계급” 담론이 너무나 약화됐다는 사실이죠. 사실 단순한 “매체”인 인터넷보다는 이 사실이야말로 제일 큰 문제입니다....


06dfbc8ed538c44a24684554c41c3f9c_1676427645_1027.png
 

■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 『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 『주식회사 대한민국』 『비굴의 시대』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전환의 시대』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러시아 혁명사 강의』 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157 | 11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65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79 | 3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0 | 7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31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0 | 10일전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27 | 10일전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58 | 10일전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66 | 10일전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199 | 10일전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1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38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5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88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2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47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88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28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5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1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3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4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3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0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