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에 담긴,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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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에 담긴,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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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 스님과 함께 만드는 제철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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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 인스턴트식이 대세가 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조리해 먹을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건강하게 사는 방법’과도 연결된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강의와 저술을 통해 사찰음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홍승 스님은 사찰음식에서 그 답을 찾는다. ‘제철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어,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사찰음식에는 음식,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찰음식, 프랑스 파리 미식가들을 사로잡다 


지난 5월, 홍승 스님은 2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 12일부터 4일간 열린 ‘테이스트 오브 파리(Taste of Paris)’에 참가한 그는 현지에서 한국의 사찰음식을 소개했다. ‘테이스트 오브 파리’는 매년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들을 초청해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편, 세계적인 식음료업계가 참여하는 대규모 음식 박람회다. 


스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과 함께 만든 ‘한국의 맛(Taste Korea!)’ 부스에서 매일 새로운 음식을 시연했다. ‘스님이 직접 만드는’ 사찰음식을 맛보기 위해 부스 앞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준비한 음식의 양만도 하루 평균 1000명분에 달했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반죽해 들기름에 부쳐낸 방아잎장떡, 사찰의 여름 별미인 콩국수, 새콤달콤한 오이무채소박이 등 선보이는 음식마다 호평을 받았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그는 귀빈 만찬과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서의 강의 등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한 강행군을 이어갔다. 사찰음식 홍보를 위한 외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그는 “몸은 힘들었지만 현지인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피로를 잊을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양 사람들은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고추장을 쓸 때 걱정을 좀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맛있게 잘 먹더라고요. 저희가 가져간 사찰식 김치도 다들 좋아했고요. 특히 프랑스 셰프들은 저희가 간장과 소금만으로 간을 맞추는 걸 무척 신기해했어요. 서양 음식에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이렇게 간단한 재료와 양념으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내느냐’며 놀라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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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 요리사들도 반한 전통 간장


맛과 색감, 식감 등에 집중한 일반인 참석자들과 달리 현지 요리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었다. 그중에서도 간을 맞추는 역할을 하면서 음식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간장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간장은 청장, 중장, 진장으로 나뉩니다. 된장을 가르고 바로 뜬 청장은 주로 국물 간을 할 때 쓰고, 3~4년 묵은 중장은 나물을 무치면 맛있어요. 7~8년 숙성된 진장이 가장 깊은 맛이 나는 우수한 간장이지만 요즘은 사찰에서나 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미슐랭 3스타 셰프가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오래된 간장을 좀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찰마다 가지고 있는 진장을 특화시키면 좋은 사찰음식 재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개척해 나간 사찰음식 대중화의 길 


홍승 스님은 스물여섯 살이던 1984년, 대구 동화사로 출가했다. 신심 깊은 불자 집안에서 자라 출가를 결정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속가의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았다. 집에서도 요리를 할 때 파 · 마늘을 쓰지 않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차렸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사찰음식은 전혀 낯설지 않았고, 처음부터 집밥 같았다고 한다. 


“행자 시절, 음식을 잘 만들던 원주스님 곁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관심이 많다 보니 유심히 보게 되고, 그런 모습이 눈에 띄어서인지 뭐든 잘 가르쳐주셨죠. 그때나 지금이나 음식 만드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10년쯤 지나니 ‘음식 잘 한다’는 칭찬을 종종 들었다. 사찰음식 강의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당시 대구 불교사회복지회의 제안으로 ‘불우이웃돕기 사찰음식 뷔페’를 마련한 것이 계기였다. 


3박 4일간 약 2천 명 분량의 음식을 만들었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사찰음식이 맛있더라’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당시 일손을 돕던 불자들이 그에게 사찰음식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표준화된 레시피도 없었고, 제대로 된 강의 공간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사찰음식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때만 해도 사찰음식을 강의하는 스님들이 많지 않았어요. 게다가 제가 주로 활동하던 대구, 부산, 포항 등 경남 · 북 지역에는 그런 강의가 아예 없었죠. 일반 불자들을 대상으로 제자를 양성하기 위해 사찰 음식연구회를 만들고, 민간자격증 발급도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강의를 하게 된 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그중에는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건강을 되찾았다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사찰음식을 전파하는 일이 사람을 살린다는 점에서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수행이나 마찬 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전념하게 됐지요.”


그의 이름을 내건 사찰음식연구회는 현재 전국에 11개의 지회가 있다. 그동안 여기서 배출된 제자만도 천 명이 넘는다.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사찰음식의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는 이들은 그의 가장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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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스님들처럼


이처럼 그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정진했다. 그 과정에서 ‘사찰음식이 대중화에 몰입하다 전통을 잃고 퓨전화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통과 퓨전의 경계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재료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들어요. 브로콜리, 파프리카 같은 채소들은 예전에 있던 식재료가 아니잖아요. 저는 음식을 만들 때 식감과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이런 재료들을 즐겨 사용합니다. 어떤 음식이든 우선 눈이 즐거워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사찰음식이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니아층 위주예요. 보다 대중성을 가지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먹어보고, 맛있다고 느껴야겠지요. 결국 부처님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전통이나 퓨전 같은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한편 ‘사찰음식을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찰음식도 많이 먹으면 살찌고, 채식이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며 “사찰음식을 통해 정말 배워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마음, 즉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사찰음식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의 바탕에는 스님들이 사찰에서 행하고 있는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식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스님들처럼 하라’고 해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하거나 공부하고, 간소한 식단으로 적당량을 먹는. 현대 사회에서 생긴 많은 병은 대부분 불규칙한 생활, 무절제한 식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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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이로운 식습관은 자연을 살리는 일과도 연결된다. 버려지는 음식으로 인한 쓰레기와 환경문제가 심각한 지금, 사찰음식은 더없이 좋은 대안이다. 식탐을 경계하고, 빈 그릇에 물을 부어 양념까지도 깨끗하게 비우는 발우공양의 정신은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사찰음식 대중화를 위한 교육은 단순히 조리법을 가르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오랫동안 해 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요즘 추세에 맞게 사찰음식 도시락도 구상 중이고, 완전한 채식을 하는 비건들을 위해 각 식재료별 조리법을 모은 책도 출간할 계획입니다. 일반 대중이 사찰음식을 더 쉽게 접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저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길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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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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