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지키고 마음을 살리는 일, 템플스테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전통을 지키고 마음을 살리는 일, 템플스테이

0 개 1,070 템플스테이

8be7704571d6741025e61a10f8cbfe59_1656379216_3349.png
▲ 前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종훈 스님


완연한 봄이라 부르기엔 아직 바람이 시리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푸른 새싹들이 곳곳에서 깃발처럼 피어난 3월의 어느 날, 과천의 한 사찰에서 종훈 스님을 만났다. 


시작의 순간은 늘 그렇게 애매모호한 기대와 불안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 


종훈 스님은 템플스테이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던 시기, 2006년 부터 2010년까지 총 4년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수장으로서 그 모호한 양단의 여정을 묵묵히 지나온 증인이다. 


안으로는 템플스테이 운영의 기틀을 잡고, 국경을 넘나들며 한국불교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분투했던 시간, 스님은 벌써 십여 년이 훌쩍 넘은 그때의 마음을 2022년 봄의 어느 날 따뜻한 차 한잔에 담아 들려주었다.


스님께서 생각하신 템플스테이의 상(像)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당시 템플스테이 슬로건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그 말처럼 불교를 믿건, 믿지 않건 누구나 절에 머물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돌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랐어요.


사회적으로 병을 낫게 하는 건 병원이지요. 하지만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중간 단계가 있습니다. 조금만 케어하면 충분히 일상으로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데, 그 단계를 방치하면 환자의 영역으로 가버리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과 금전적 손실, 나아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맙니다. 


그래서 국민의 심신을 일상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의 산사(山寺)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꼭 맞았습니다. 


이후 운영에 적합한 사찰들을 지정하고, 사람들이 쉬고 회복해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했지요. 


당시 진행하신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템플스테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정부와 이야기하며 연차사업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을 했어요. 한국의 간화선 수행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건립된 국제선센터, 공주 전통불교 문화원(現 한국문화연수원)을 문을 연 것도 그때였어요. 


33관음성지순례나 불교문화상품공모전, 또 사찰음식 대중화 사업도 그즈음 시작했고.


특히 처음에는 템플스테이가 뭔지, 그냥 절에서 먹고, 놀고,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큰일이었습니다. 


템플스테이도, 사찰음식도 그 정신세계를 알리는 게 우선이었어요. 그게 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진행하는 사람들도 힘들어지기 마련이니까요.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을 알리는 데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요.


당시 해외 홍보를 위해 국제 관광박람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어요. 가서 다른 나라를 보니 다들 이런저런 좋은 곳이 있으니 놀러 오라고만 해요. 


그런데 우리는 스님들을 모시고 가서 선 수행, 사찰음식, 예불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1,70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의 정신, 그리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려주려고. 엄청나게 큰 관심을 받았지요. 


첫 박람회 참가부터 이후 매년 세계 어느 박람회를 가던 최고인기상을 많이 탔어요. 당시 전 세계적으로 힐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호응을 받았습니다. 


사찰음식에 대해선 고민이 더 많았어요. 지금은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이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저 일반 음식점처럼 알려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홍보비가 조금 있었는데, 문화관광부, 언론, 외교관, 일반인들까지 모두 초대해서 무료로 맛을 보였어요. 다들 팔아야 한다고 했지만, 사찰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리는 게 우선이니까. 나중에는 입소문이 나서 빨리 정식 판매를 하라고 민원이 들어 올 정도였지요. 돈으로 집 짓고, 광고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예요. 


하지만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은 그 정체성, 정신이 무엇인지 알리고 중심을 잡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템플스테이 20주년을 맞아 되새겨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격(格)이라는 것이 있고, 세(勢)라는 것이 있어요. 국가 GNP, 세계 수익 몇 위 이런 것은 세력이지. 하지만 나라는 작아도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고, 그것을 잘 지켜나간다면 그것은 격이 높은 것, 진정한 부자 나라예요. 그저 개인 소득 몇만 불 이런 것만 중시하는 건 벼락부자, 졸부에 지나지 않지요. 


선원(禪院)과 강원(講院)이 남아있는 나라, 아직도 불교의 원형, 본질적인 수행 문화가 오롯이 남아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습니다. 


사찰을 현대화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소중하지만, 그 원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템플스테이의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재미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사찰은 놀이공원이 아니니까. 


재미로 템플스테이를 알리려는 건 마치 달콤한 초콜렛을 끊임없이 먹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재미가 없어도 좋은 곳, 사찰은 그런 곳입니다(웃음).


끝으로 지금 템플스테이를 만드는 사람들과 또 우리의 산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존재 가치가 없으면 서서히 소멸해 버리고 말지요. 인간도 자신의 숭고한 존재 가치를 잃으면 동물이나 진배없습니다. 템플스테이도, 우리의 사찰도, 불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고요하면 맑아지고 밝아집니다.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맑은 물이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템플스테이입니다. 


물 보면서 물멍, 불 보면서 불멍 요즘 많잖아요. 멍하게 있는 것. 마음 추스르고 비우는 것, 그걸 불교식으로 하면 바로 삼매라고 하는데, 템플스테이에 와서 만나게 될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거든요(웃음).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한 발자국, 또 사찰을 지키는 사람들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종훈 스님은 1971년 범어사에서 능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등을 역임 했으며, 현재는 과천 보광사 주지로 포교와 수행에 진력하고 있다.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6 | 2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72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5 | 2025.12.11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5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5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5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3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3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9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8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4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46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6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9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2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9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50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7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20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8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8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7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5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