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와 함께 한 시간 언제나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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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와 함께 한 시간 언제나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0 개 1,267 템플스테이

길고 가물었던 겨울에 종지부를 고하 듯, 밤새 내린 봄비가 한순간 새로운 계절의 문을 연다. 

전날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꽃송이가 일제히 피어오른 황악산 직지사의 봄. 

그 말간 새 아침의 풍경 속에 반가운 손님들이 봄처럼 산문을 넘는다. 

아버지와 두 아들, 그들을 안아주는 천년고찰 직지사의 특별한 산사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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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우 씨 삼부자가 함께한 직지사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로 시작하는 봄


그대를 스치고 떠나는 것들을 반기고

그대를 찾아와 잠시 머무는 시간을 환영하라. 

그리고 비워 두라. 언제 다시 그대 가슴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들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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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의 한 구절은 마치 불가의 가르침이나, 순리에 따라 흐르는 자연의 모습, 또 우리네 산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쉼 없이 비우고 채워지는 일상의 교차점, 그 찰나의 여백에 어떤 미련이나 집착 없이 온전히 머문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또 그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가져야 할 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질주하듯 내달리는 세상의 속도, 그와 걸음을 맞추고 보편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이는 마치 인내력 테스트처럼 쉽지 않다. 


템플스테이는 그런 모든 이들을 위한 여백의 여행이다. 이 땅의 산사가 내어주는 시공간, 1,700년을 지켜온 그 굳건한 고요함 속에서 오롯이 숨을 고르는 여행. 


김병우 씨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만나는 그 여백의 충만함을 사랑하는 템플스테이 애호가다. 지난 2018년 첫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이래 총 40여 번의 산사 여행을 떠난 그는 지난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찾은‘우수 템플스테이 참가자’로 선정되어 또 한 번의 특별한 산사 여행을 시작하는 참이다. 김병우 씨와 함께 직지사를 찾은 쌍둥이 두 아들 기환과 기현 또한 25회의 템플스테이 경험이 있는 그야말로 산사 여행의 베테랑! 


이들 삼부자를 반기는 직지사의 템플스테이 역사 또한 남다르긴 마찬가지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템플스테이는 지난 2002년 5월 11일, 이곳 황악산 직지사에서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였다. ‘월드컵 기념 주한외교사절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으로 1박 2일 동안 호주·헝가리·핀란드를 비롯해 27개국의 대사 부부 등 50명이 참여한 그 날부터, 직지사는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불교와 전통문화의 향훈을 전하며 묵묵히 그 명성을 지켜왔다. 


20년 전 산문을 열고 세상의 모든 이들을 ‘새로운 손님’으로 반겨준 천년고찰 직지사, 그리고 그 산문 너머의 고요한 충만함을 사랑하는 가족이 만나 새봄 같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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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만나는 행복


“2018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쌍둥이 녀석들을 키우느라 아내가 너무 힘드니까, 주말에 잠시라도 쉬게 해주고 싶어서 데리고 나온 것이 시작이었지요. 막상 사찰에 가보니 의외로 108배를 잘해서 놀랐어요. 템플스테이에서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놀기도 하고,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더라고요.(웃음)”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쌍둥이 아들 기환과 기현을 바라보며 김병우 씨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니나 다를까, 템플스테이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척척 여장을 풀고, 익숙한 듯 수련복을 받아드는 아이들의 여유로운 모습에 그간 쌓아온 내공이 물씬 풍겼다. 


잠시 후, 직지사 템플스테이 연수국장 인월 스님의 인사와 함께 사찰 안내가 시작됐다. 스님의 목소리를 통해 만나는 사찰의 역사는 그 어떤 안내 책자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직지사는 김천의 랜드마크와 다름없는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처음 직지사를 찾는 분들은 첫 번째는 규모, 둘째는 역사에 놀라지요. 한국 불교의 역사가 1,700년 가까이 되는데, 직지사 창건 역사가 1,600년입니다. 대부분 초기 사찰들은 기록이나 터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현존하는 사찰 중에서는 해인사나 불국사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닌 곳입니다.” 뒤이어 어린 사명대사가 잠들었다는 바위와 임진왜란 당시 화재에도 소실되지 않은 일주문,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 숨 막히게 아름다운 대웅전과 여러 전각들까지 스님의 설명은 물결처럼 이어졌다. 


“소등 시간 전까지 사찰 앞에 자리한 ‘사명대사공원’도 한번 찾아보세요. 야경이 무척 아름다운 곳입니다.”


사명대사공원은 직지사와 황악산을 연계한 문화공원으로, 깊은 밤 멀리까지 보이는 5층 목조구조의 평화의탑 불빛이 멋진 김천의 명소다. 일반 사찰에서 일정 시간이 되면 바깥출입을 엄히 금하는 것과 달리, 직지사는 9시 소등 시간 전까지 참가자들의 여유로운 사찰탐방을 권한다. 저녁 예불과 공양을 마친 김병우 씨와 아이들도 어김없이 공원을 찾아 사진을 찍고 소중한 추억을 더 했다. 어느새 아이들은 잠자리에 든 시간, 하지만 김병우 씨의 템플스테이 첫날은 홀로 거니는 오랜 탑돌이 끝에야 마무리되었다.


“오롯이 혼자 탑을 도는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큰 사찰은 낮에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밤이 되면 고요히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지요. 템플스테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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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소중한 유산이 되길


다음 날 아침, 김병우 씨는 그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황악산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했다. 피곤하기도 하련만 해맞이를 하는 그의 얼굴은 마치 우상을 만난 소년처럼 설레 보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에요. 저녁예불 후 잠들기 전, 그리고 새벽 예불 뒤 여명이 밝아 오르는 찰나. 그때의 충만함은 뭐라 말할 수 없지요.” 


이윽고 아이들까지 모두 일어나고, 다른 참가자들이 산행과 자유시간을 즐기는 동안 인월 스님과 삼부자는 숲 명상을 나섰다. 직지사 경내와 바로 이어지는 ‘사명대사 명상길’을 따라 걷자 울창한 삼림이 순식간에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두런두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스님은 잠시 후 알맞은 자리를 찾아 숲속 명상으로 모두를 이끌었다. 나무와 새, 풀벌레의 가벼운 노래 위에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더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스님이 아이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고요한 숲의 시간을 깨운다.


“방금 우리가 한 것을 잘 기억하렴. 혹시 학교에서 화가 날 때도, 슬플 때도 지금처럼 명상을 하면 금세 가라앉는단다.” 아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한 번 길게 뻗은 나무숲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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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일정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스님과의 차담 시간, 스님은 따뜻한 차와 함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번은 멀리서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뵌 듯한 분이 계시는 거예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30여 년 전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셨어요. 제가 템플스테이 소임을 맡았기에 연이 닿은 셈이지요. 그분께서 과거에는 내가 선생님이었지만, 이제는 스님이 선생님이 되어달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과연 어떤 인연인지(웃음).”


둘러 말씀하는 스님의 이야기에는 잠시 스쳐가는 이날의 인연 또한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저 산사가 좋고, 불교가 좋아 템플스테이를 찾던 김병우 씨는 이제 이 모든 시간이 아이들에게 좋은 전통이자, 유산으로 남길 바란다. 


“오래전 선암사 대웅전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따뜻한 햇살이 창을 넘어 제 어깨에 닿았어요. 마치 토닥토닥 해 주듯이.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가피’인가? 하고 생각할만큼 감동적이고,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면 제가 겪은 것처럼 수많은 난관에 부딪힐 겁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아빠가 그랬 듯이 잠시 사찰에서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힘을 추스르는 방법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 수 있는 날개를, 돌아올 수 있는 뿌리를, 머무를 수 있는 이유를 전하라’는 말로 사랑의 정의를 전했다. 


삼부자의 추억 속에서 템플스테이와 함께 한 그 모든 시간이 사랑으로, 위대한 유산으로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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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악산 직지사(黃嶽山 直指寺) 


예로부터 ‘동국제일가람’으로 불리우는 직지사의 명칭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禪宗)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습니다. 418년 아도 화상에 의해 세워져 1,6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사찰로서,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끈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이라는 이유만으로 왜적에 의한 화재를 입어 사찰 대부분이 소실된 사찰이기도 합니다. 


직지사는 2002년 주한 외국인 대사들을 초청 전국 최초로 템플스테이를 공식 개최한 이래 고요한 템플스테이 명가의 자리를 지키는 사찰로, 템플스테이 단톡방을 통해 모든 일정과 템플스테이 담당자님이 찍어주는 사진까지 실시간으로 전해 받을 수 있는 스마트한 사찰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의 작은 쉼표(휴식형)’, ‘내 마음 바로보기(체험형)’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특별 템플스테이가 진행되는데, 휴식형 템플스테이라도 신청을 통해 염주 만들기, 108배 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혼자 방문하더라도 인근에 위치한 사명대사 공원과 명상길, 너른 도량 가득 자리한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꽉 찬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천년고찰입니다.


■ 김천 직지사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직지사길95

054-429-1716 / 010-6356-6084 / www.jikjisa.or.kr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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