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성질환과 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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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성질환과 간암

0 개 1,790 박명윤

1984년부터 25년간 ‘가족 오락관’을 진행하며 ‘국민 MC’라고 불렸던 방송인 허참이 간암(肝癌) 증세가 악화돼 지난 2월 1일 향년 73세 나이로 별세했다. 고인은 자신의 투병사실을 죽음이 가까워진 순간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알리지 않은 채 지난해 연말까지 방송활동을 이어온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TV조선은 2월 4일 밤 10시 ‘추모특집 스타다큐 마이웨이 특별판 허참 편’을 방송했다.

 

 ‘허참’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떠올리는 프로그램은 KBS ‘가족오락관’를 꼽을 수 있다. “가족오락관 최종점수, 몇 대 — 몇!” 고인이 가족오락관 최종 결과발표 때마다 하는 고정 멘트다. ‘가족오락관’ 첫 회부터 2009년 종영까지 25년 동안 방송을 이끌어온 허참은 “가족오락관은 벚꽃 피는 4월에 시작해서 벚꽃 피는 4월에 끝났다. 25년의 내 모든 것을 다 바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허참(본명 李相龍)은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영남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입대한 허참은 이등병 때부터 부대 웅변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문화선전대 진행요원으로 뽑혔고 군 생활 내내 위문공연 MC로 활동했다. 1973년 전역 후 방송인이 되고 싶어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허참은 방송국 부근에서 꿈을 키워 나갔다.


이상용이 본명이 그가 ‘허참’이라는 예명을 짓게 된 과정 역시 그의 재치를 잘 보여준다. 방송 데뷔 전 유명 라디오 DJ인 이종환이 서울 종로에서 운영하던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 들렀던 그는 우연히 무대에 올라갔다가 “이름이 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며 능청을 떨었다. 그러자 “허 참, 자기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면박을 주자 재치 있게 받아 “아, 제 이름이 바로 허참”이라고 답했다.


간암(肝癌, liver cancer)은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간세포에서 생긴 악성 세포가 무한정 증식하여 간 전체 및 간 밖으로 퍼져 생명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1만5605명이 간암으로 새롭게 진단 받았다. 갑상선암•폐암•위암•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에 이어 7번째로 전체 암발생률 중 6.1%를 차지했다. 간암의 최근 5년간(2015-2019년) 상대 생존율은 37.7% 로 전체 암 생존율 약 70%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40-50대 암 사망률 1위가 간암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며, 그 기능이 절반 이상 저하되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간암 역시 초기엔 증상이 없다. 피로감과 쇠약감이 심해지고 황달, 우측 갈빗대 부위의 통증, 출혈 등의 증상은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나타난다. 이에 악성종양이 커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된 단계에서 진단되므로 치료방법이 제한되고 효과도 떨어진다. 간질환(肝疾患)은 원인 질환과 무관하게 진행 정도에 따라 간염, 간경변(간경화), 간암의 경과를 밟는다.



간은 오른쪽 복부 위쪽에 위치하며 갈비뼈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간은 풍부한 혈액분포 때문에 적갈색을 띄며 길쭉한 삼각형 모양인 간의 무게는 1200-1500g이다. 간은 위로는 가로막에 접해 있고 아랫면에 담낭(쓸개, gallbladder)이 붙어 있다. 낫인대(falciform ligament), 관상인대, 세모인대 등에 의해 배벽에 고정되어 있으며, 낫인대는 간의 오른엽과 왼쪽엽을 나누어준다.


간세포는 혈액과 물질교환 및 해독작용을 하며 하루에 1리터의 쓸개즙을 분비한다. 간은 인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릴 정도로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은 재생능력이 매우 우수해서 간 이식술이 이루어지고 70%까지 잘라내도 6개월이 지나면 복원된다고 한다.


간은 장(腸)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가지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며,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glycogen)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간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 등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膽汁酸 , bile acid)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prothrombin)을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또한 감마글로불린(immunoglobulin)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다.


대한간암학회(Korean Liver Cancer Association)는 2017년에 매년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여 간암의 위험성과 간암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즉 1년에 ‘2’번, ‘2’가지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 간암 초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2가지 검사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이다. 복부초음파검사는 초음파검사 기기로 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며,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는 혈액을 채취하여 혈중 알파태아단백질(AFP) 수치를 확인한다.


 간암 국가암검진 대상은 만 40세 이상 남녀로 간암 발생 고위험군이다. 즉 

▲ B형 간염바이러스 항원 양성(HBs Ag 양성), 

▲ C형 간염바이러스 항체 양성(HCV Ab 양성), 

▲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질환 환자, 

▲ 간경변증을 진단받은 환자 등은 6개월 간격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조직검사를 하는 다른 암들과 달리 간암은 영상검사와 혈액검사로 진단하고, 이로 진단이 되지 않을 경우에 조직검사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간암 검진 대상자 77만3453명 중 실제 검진을 받은 인원은 56만8559명(73.5%)으로 집계되었으며, 2012년 수검률 42.0%와 비교하면 약 30%포인트 향상됐다. 수검자 중 양성 판정을 받은 인원은 2012년 연간 1,000명당 4.7명에서 2019년 8.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간암 고위험군이라도 병원에 내원한 적 없으면 검진 대상자 선정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간암은 조기에 진단되면 간절제술, 간이식 등을 통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환자의 약 70%는 이미 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고 있다. 간암이 많이 진행되면 경동맥화학색전술(TACE),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도 시도되고 있다. ‘침묵의 장기’ 간은 간염으로 간수치(간 건강의 지표)가 높아져도, 간경변으로 진행해 간이 작아져도, 간암이 생겨 간에 자리해도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간염(肝炎, Hepatitis)은 간세포 및 간 조직의 염증을 의미한다. 간염은 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발견 순서에 따라 A, B, C, D, E의 순서로 이름이 붙여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D형과 E형 간염을 드물고 A, B, C형 간염이 흔하게 발생한다. A형 간염과 E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급성 간염이다. 반면 B형 간염과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이나 체액으로 감염될 수 있다. 보통 피부나 점막,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A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있어 접종을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덜 익은 조개나 육류가 A형, E형 간염의 감염원이 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익히고 위생적으로 조리해 먹어야 한다. B형 간염은 산모에서 태아로 감염을 일으켜 과거 만성 간염의 가장 흔한 감염원인 이었지만,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 덕분에 모체로부터 오는 수직감염은 예방이 가능해 졌다. C형 간염은 아직까지 예방접종이 개발되지 않아 오염된 혈액을 피해야 한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만성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감염보다는 지방간(脂肪肝)이 대두되고 있다.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단순지방간과 지방간염으로 구분되는데, 단순지방간에 비해 지방간염 환자는 간경변증으로 진행 위험이 높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위험도는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간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 순으로 차이가 있다.

 

흔히 간암하면 술을 떠올리지만 간암 원인 가운데 알코올 비중은 약 10%이고, 80% 이상을 간염이 차지한다. 간염 가운데 간암과 관련이 깊은 것은 B형 간염과 C형 간염이다. 특히 B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위험요인이다. 환자 수도 B형 간염이 C형 간염보다 많다. 대한간학회(Kor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he Liver)는 인구의 약 3-4%가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약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B형 간염 다음으로 국내 간암 원인으로 C형 간염을 꼽는다. C형 간염의 문제는 환자 대부분(65%)이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에는 예방 백신도 없다.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인구의 약 1%로 추정되어 B형 간염보다 유병률은 낮지만 C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약 10%를 차지하므로 무시할 수 없다. C형 간염은 초기 증상이 없어 감염 20-30년 후에 혈액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너무 늦게 발견하여 이미 만성 C형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발전한 뒤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C형 간염 조기 선별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선별검사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C형 간염 환자를 찾아내 치료하면 향후 간암 발생률 10-15%를 줄일 수 있으므로 간암 치료에 쓰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바쁜 직장생활로 인한 운동부족, 쌓이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고, 코로나19로 배달음식으로 때우려는 현대인의 생활패턴으로 인하여 성인 3명 중 1명 정도로 흔하게 발병하는 것이 지방간이다. 지방간을 예방하기 위해 열량이 높은 지방, 고탄수화물 음식 및 간식을 줄이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기초체력 향상과 더불어 체중 감량, 지방 소비를 높여주는 운동요법은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대한간암학회가 대사성질환(代謝性疾患, metabolic disease)이 바이러스 간염환자의 간암 발생 및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히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생활습관의 영향이 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의 대사성질환은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전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과 비만은 간암의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


대사성질환이 비알코올 지방간을 일으켜 간암 발생위험을 높이며, 바이러스간염 환자에 동반된 대사성질환도 간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대한간암학회의 연구에서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동반된 대사성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누적 간암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사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10년 누적 간암 발생률은 5.3%였으나 1개일 때는 7.8%, 2개일 때는 9.1%, 3개 이상일 경우는 8.6%였다. 대사성질환이 2개와 3개 이상일 경우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대사성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간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대사성질환을 2개 이상 또는 3개 이상 동반한 환자는 대사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생위험도가 각각 1.14배, 1.23배 더 높았다.


대한간암학회가 무작위 간암등록사업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2016년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을 진단받은 6578명을 환자 중 20.2%가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10년 누적 사망률은 74.8%, 당뇨병이 없는 환자는 62.4%로 당뇨병이 동반된 간암환자의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나아가 4개의 대사성질환을 동반한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환자는 대사성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위험도가 1.34배 높아 대사성질환이 바이러스간염 관련 간암의 발생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간암환자의 예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대사성질환을 치료하면 바이러스간염환자의 간암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간암은 다른 대부분의 암과 달리 위험인자가 뚜렷하므로 예방이 가능하다. 예방백신 접종을 통해 B형간염을 예방하고, 아직 백신이 없는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한 감염에 주의하여야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예방하려면 음주를 자제하여야 한다. 간암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증상이 없더라고 정기적인 검진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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