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다니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거지같다니요!

0 개 1,743 조기조

‘거지같아요!’한다. 복불복프로그램에서 집어든 잔을 한 모금 마시고는 커피 아닌 까나리 액젓임을 알고 뱉은 일성이다. ‘거지같아요!’는 거지가 된 기분 이라는 것일 게다. ‘거지같아요!’에 거지들이 인격모독, 명예훼손으로 언어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낼지 모르겠다. 이기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 아니겠는가? 왜 ‘거지같아요’라고 할까? 기분이 아주 나쁘다. 기대에 매우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경우에 쓴다. ‘거지같아요’는 ‘내가 거지된 기분이다’일까? ‘더러운 거지에 시달리는 기분 같다’는 걸까? 입은 거지는 얻어먹고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 거지끼리 자루 짼다는 말이 있다. 자주 배가 고프다는 사람들에게 “배 속에 거지가 사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하는 말이 있다. 잠자는 동안에는 소화기관도 쉬어야 하니 굶는 듯 가볍게 먹으라는 말일게다. 아침을 브렉퍼스트(breakfast)라고 하는데 뜯어보면 fast(단식)를 break 한다는 뜻이다. 


거지라는 단어는 ‘걸(乞)’ + ‘-어치’가 ‘걸어치 - 걸어지 - 거러지 - 거지’로 줄어든 말이다. 乞은 원래 구걸하다, 구하다 혹은 주다를 의미하는 한자어였다. 걸인(乞人), 걸사(乞士), 개, 개걸, 걸개, 유개, 유걸 등이 있으며, 영어로는 beggar을 주로 많이 쓰고, ‘걸인’을 의미하는 panhandler, 매우 궁핍한 사람을 의미하는 pauper 라는 단어도 있다. 거지를 포함한 저소득층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사회 계층인 빈민이 늘고 있다. 지구촌의 문제인 난민은 우리나라 인구, 5천만의 절반을 넘어 3천만이나 된단다. 각설이타령에 나오는 각설이도 거지와 비슷한 말이다. 각설이, 비렁뱅이, 거렁뱅이, 걸뱅이, 거지발싸개 같은 놈, 노숙자 등이 떠오른다. 노숙자가 거지라면 무숙자는 무엇이던가. 무법자는 무숙자와 어찌 다르고? 


거지와 거짓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구체적인 사물이고 후자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거짓은 의미는 존재하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것이 더 나쁠까를 비교할 수는 없다. 거지는 좋고 나쁜 것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지가 나쁜 짓을 할 수는 있지만 거지라고 해서 다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 것이고 거지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거지처럼 살아보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무위도식하면 그게 걸인, 거지 아니던가? 제 입고 먹을 것을 제 손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거지라면 이 세상에는 거지들로 넘쳐날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고 3의 졸업을 앞둔 방학 때 친구 둘을 따라 3등열차를 타고 목포에 도착하여 제주 가는 배를 탔다. 배낭에 쌀은 있었으나 한 겨울에 밖에서 해먹고 잘 수는 없었다. 무작정 시골 길을 걷다가 퍼붓는 눈 속에 돌담 너머로 검푸르디 검푸른 밀감나무에 노오란 열매가 달렸는데 마침 빨간 스웨터가 얼핏 보여 그 집으로 들어섰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나오려는데 아래채에서 또래의 젊은이가 어디서 왔냐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며칠을 쉬고 나섰는데 뱃머리에 오니 태풍 때문에 배가 못 뜬단다. 누군가가 복지시설로 가 보란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름답구나 하며 찾았는데 거지들과 함께 앉아 밥을 먹는다. 한 친구는 구역질을 하며 못 넘긴다. 개 죽 같은 꽁보리밥에 6면에 고춧가루 서너 개가 붙은 무 깍두기가 전부다. 복에 받혔다 할까봐 억지로 씹는데 여태까지도 제일 먹고 싶지 않는 음식이다. 냄새나고 빈대가 물 것 같아 도저히 덮지 못할 이불이었지만 바깥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던지.....


3f0cc32d4b5d5c17f96d41f96bc2edf1_1643153380_2947.png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꽃동네의 설립은 오웅진 사도 요한 신부와 최귀동 베드로(1909~1990)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얻은 밥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니 무극천 다리 밑에서 아파서 동냥을 못하는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당시 무극성당 주임신부였던 오웅진 신부가 감동했단다. ‘의지할 곳도 없고, 얻어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꽃동네를 세웠다고 한다. 오래전 어떤 인연으로 꽃동네를 자주 찾았다. 우리 팀의 리더는 설문조사를 하여 꽃동네 운영의 구체적인 문제를 짚어가며 해결하였고 곁다리로 따라 다니던 나는 프로그래머와 함께 후원금을 받으면 즉각 영수증과 감사의 말씀, 또 고지서?를 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렸다. 후원금을 받아도 제대로 관리를 못해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개나 거지처럼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그리 보면 거지같다는 말도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벌어먹을 힘만 있어도 축복인 것 맞다. 버러지나 거러지 같은 사람은 결코 모를 일이겠지만. 누가 거지 되고 싶어 되었을까? 거지 3대 없고 부자 3대 안 간다는데 이 말 듣고 소름이 돋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바이러스의 횡포가 오래가니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소식이다. 서민의 생활이 궁핍해졌고 거지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단다. 안타까운 일이다. 명품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편히 쉬어야 할 보금자리는 보금(寶金)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귀한 물건이 되어있다. 오호 통재라!

노화(老化)와 노쇠(老衰)는 다르다

댓글 0 | 조회 214 | 19시간전
노화(Aging)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대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된다. 노화는 나이와 연관되어 있으며 비정상적인 과정… 더보기

변화의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375 | 1일전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물질적 생산과 경제적 효율이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 더보기

대학생 공부하기 싫을 때 및 번아웃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댓글 0 | 조회 285 | 4일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메디컬 입시 (의대,치대,약대, 검안대 등)를 하는 학생들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마주하며 번아웃 혹은 중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 더보기

GAMSAT 의전원.치전원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292 | 7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GAMSAT 3월 시험 총평과 출제경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GAMSAT (Graduate Medical School Admissi… 더보기

지식을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439 | 9일전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일상 속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과학 수업이나 실험 중심 프… 더보기

드래곤 전설의 기원

댓글 0 | 조회 224 | 2026.04.29
— 인간은 왜 ‘용’을 상상했는가상상 속 생물, 그러나 너무도 익숙한 존재어린 시절 우리는 한 번쯤 ‘용’을 상상해본다. 불을 뿜고 하늘을 날며, 때로는 신의 사… 더보기

비료와 먹거리

댓글 0 | 조회 231 | 2026.04.29
먹고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산과 들에서 저절로 나는 것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논밭을 일구어 심고 가꾸어야 한다. 대표적인 먹거리가 5곡이었는데 거기다 온갖… 더보기

뉴질랜드 민사소송의 약식 판결 및 각하

댓글 0 | 조회 360 | 2026.04.29
보통 뉴질랜드 민사소송은 원고 측에서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승인을 받은 후 피고 측에 송달하고, 피고 측에서도 답변서를 제출하고, 사건 관리 회의 (… 더보기

27. 우레와(Urewera) 부족과 안개 속의 여인

댓글 0 | 조회 170 | 2026.04.29
뉴질랜드 북섬의 깊은 원시림 속에는 우레와(Urewera) 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자연 보호구역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마오리의 투호에나(Tuh… 더보기

고국의 품에 안긴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 후손과 재외동포

댓글 0 | 조회 203 | 2026.04.29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낙산사 템플스테이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0월 27일부터 11월1일까지 진행된 ‘2024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초청 팸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더보기

벚꽃 편지

댓글 0 | 조회 204 | 2026.04.29
창밖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폭우 주황색 주의보가 떠있다. 분명 어딘가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을텐데 홍수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온 세상이 젖어가… 더보기

비자금

댓글 0 | 조회 350 | 2026.04.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글쎄 암이란 놈이느닷없이 나를 흔들자꿋꿋이 버티던 나도마음 흔들려아내가 모르던현금으로 꼭꼭 간직해두었던내 비자금을 실토하고난 이제 필요없게 … 더보기

8편 – 체르노빌 섀도우: 봉인된 보고서

댓글 0 | 조회 178 | 2026.04.29
“체르노빌은 ‘폭발’이 아니라, ‘개방’이었다.”프롤로그 -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폭발 직후의 지옥 같은 밤.붉은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수증… 더보기

고용주의 신고의무

댓글 0 | 조회 591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일반적으로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용주에게 피고용인의 범죄 신고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고… 더보기

유학을 보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 — 공부보다 중요한 것

댓글 0 | 조회 504 | 2026.04.28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이번 컬럼에… 더보기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댓글 0 | 조회 174 | 2026.04.28
시인 천 양희이 생각 저 생각 하다어떤 날은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막무가내 올라간다.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상상봉에 다다르면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 더보기

파트너쉽 비자, 딱 한번에 승인받기

댓글 0 | 조회 453 | 2026.04.28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함께 체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파트너쉽 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입체적… 더보기

갬블링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 뇌와 감정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6.04.28
도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여전히 ‘의지’라는 단어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끊으려면 끊을 수 있지 않나”,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은 도박 문제… 더보기

골프 코스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인생도 정답은 없다

댓글 0 | 조회 230 | 2026.04.28
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모든 코스는 다르다.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 더보기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458 | 2026.04.25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333 | 2026.04.20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675 | 2026.04.17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976 | 2026.04.16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92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