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 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권레오
독자기고
새움터
김준
박기태
수선재
김도형
마이클 킴

벌써 열 살

4 3,921 왕하지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한다. 일요일이니 친구들과 놀고 싶어 아침 일찍부터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낸도가 우리 집에 오고 싶다고 했단다. 손자 샘은 친구가 참 많다. 샘의 친구들은 마당이 넓은 시골 우리 집에 놀러오기를 좋아한다. 트리하우스에서 놀고 닭장에 가서 놀고 풀밭을 뛰어다니며 활을 쏘고 토끼몰이도 하고...

샘은 한국 아이들 하고도 잘 노는데 아보카도 농장을 하는 한인 집 손자 케이든하고도 잘 놀아준다. 샘이 아빠 집에 갔을 때 케이든은 샘이 언제 오냐고 몇 번이고 전화를 했다.

“케이든, 샘이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형이야, 형 하고 불러봐,”

주위에 형들이 없는 케이든은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고 샘도 머리를 흔든다.

“하지, 내가 왜 형이야, 그냥 친구하면 되지,”

한국에서는 나이가 적은 애가 맞먹으면 줘 패면서‘내가 네 친구냐 이놈아,’하고 싸우는데... 손자 말이 맞는 말이다. 친하게 지내면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인 거지,

손자가 어릴 때는 친구들하고 놀다가 욕심 부리며 싸우기도 했는데 요즘은 결코 싸우는 일이 없다. 이젠 친구에게 양보할 줄도 알고 맛있는 것을 주기도 하고 같이 재미있게 노는 일밖에 없다. 커가면서 성격이 너무 좋아지는 것 같다. 말투도 부드럽고 어른들 말도 잘 듣고 너무 착하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볼록 나온 것을 빼면 나무랄 때가 한 군대도 없다.

학교 갔다 오면 밥부터 찾는데 오후에 서너 번은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 손자 몸무게가 엄마랑 똑같다. 좀 뚱보면 어떠랴, 밥 잘 먹고 건강하면 되지,

한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가을 추리닝바지가 바지통이 좁은 쫄쫄이 추리닝이다. 요즘같이 찬바람이 부는 날 입으면 따뜻하고 좋은데 아내가 참견을 한다.

“당신 배는 볼록 나와서 쫄쫄이 바지를 입고 있으니 이상해, 당장 벗어~”

“아빠가 뭐가 이상해 우리 집에서 아빠 배가 가장 안 나왔는데,”

딸 얘기가 맞는 얘기다. 아들도 배꼴이 큰데다 손자까지 배꼴이 커버렸으니 남자 중에서는 내가 제일 날씬한 셈이다.

샘이 가장 신통한 것은 요즘은 혼자 잔다는 것이다. 증조할머니가 한국 가셨으니 예전의 손자 방이 돌아온 셈이지만 손자는 내가 만들어준 이층침대가 있는 넓은 라운지가 좋다고 거기서 잔다. 자동차 침대를 개조해서 이층침대를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층에서 할미랑 같이 자면서 밤마다 할아버지를 불렀었다.

“하지~ 불꺼줘,”

내가 무슨 소방수냐, 불 꺼달라고 부르게, 불 끄면 깜깜해서 이층 침대에 올라가기 힘드니 불을 꺼 달라고 할아버지를 부르는데 그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층에 선반을 만들고 전기스탠드를 설치해 주었다. 그런데 또 아침마다 할아버지를 불러 댔다.

“하지~ 나 내려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사다리로 내려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 이층침대에 슬라이더 만들어줘, 사다리로 내려오기 힘들어, 늦게 내려와 학교 지각하면 어떻게 해, 슬라이더 있으면 슁~ 내려와 학교 빨리 갈 수 있잖아,”

“아이고, 우리 손자 학교 지각하면 안 되지~ 근데 무엇으로 미끄럼틀을 만드나?”

게으른 것도 때론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손자가 어릴 때 집안에서 타던 미끄럼틀이 다 부서져 아직까지 버리지 못했는데 미끄럼틀의 판은 멀쩡했다. 나무로 틀을 만들어 판을 조립하고 몇 번 실험을 거쳐 미끄럼틀을 완성했더니 손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 학교에 항상 1등으로 가곤 했었다. 그것도 한때,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자 라운지에서 놀다가 밤만 되면 엄마 방으로 가서 자는 게 아닌가,

“샘, 너 아직도 엄마 젖 먹어?”

“하지, 침대에 불빛 들어오니까 커튼 만들어줘, 그럼 깜깜해서 잠 잘~ 잘 수 있어.”

그래서 또 커튼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는 정말 혼자서 잘도 잔다.

올해 손자나이가 벌써 열 살이 된다. 참 잘 자라 주었으니 뉴질랜드에 와서 사는 보람은 하나 있는 셈이다. 이제 철없는 아빠의 꼬임에 넘어가거나 엄마 속 썩이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만 같다.
달중이
ㅎㅎ 난 왕하지님 글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요 ~!!  감사해요 ^^
왕하지
달중이님 그게 정말입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달중이
코리아포스트 올때마다 일부러 찾아 읽고 있습니다 ^^
은하수별
'하지' 는 할아버지의 약자인가요? 왕하지님? 그럼 왕할아버지 ?
 

걷기 열풍

댓글 0 | 조회 281 | 12시간전
충북 괴산에 ‘걷기 열풍’이 불어 98세 어르신도 걷는다. 괴산군(인구 3만7000명)은 65세 노인 비율이 42.6%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인 의료비 예산은… 더보기

GAMSAT 의.치전원 입학시험 총평 및 출제경향 (2026년 3월)

댓글 0 | 조회 218 | 5일전
<GAMSAT의 급부상 인기>최근 들어 GAMSAT시험 응시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GAMSAT은 주로 의전원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전원 (치학전문대… 더보기

건강한 겨울나기 예방 접종으로 준비하세요

댓글 0 | 조회 593 | 8일전

어디가 더 들어가기 어려울까? 오타고대 의대 vs 오타고대 치대

댓글 0 | 조회 861 | 9일전
지난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Biomed/Health Sci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오타고대 HSFY같은 경우 한인들 기준에서 오클랜드대 Biomed/Hea…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186 | 2026.04.15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전쟁은 비극의 시작이요 삶을 극한 상황으로 인도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 더보기

미확인 해양 괴생물(MO) 목격담

댓글 0 | 조회 315 | 2026.04.15
— 인간은 왜 바다에서 ‘무언가’를 계속 본다고 믿는가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우리는 이미 지구의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믿는다. 우주를 관측하고, 인간의 유… 더보기

가끔은 Lay-up이 답이다 – 직진보다 돌아가는 것이 현명할 때

댓글 0 | 조회 206 | 2026.04.15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길지 않지만, 앞에는 큰 해저드나 나무가 가로막고 있다. 과감하게 공략하면 한 방에 … 더보기

지금 당장 궁금한 비자심사 최신 정보

댓글 0 | 조회 453 | 2026.04.15
특정비자의 심사기간에 대한 개런티를 뉴질랜드 이민법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기에, “제 비자에 대한 심사가 얼마나 걸릴까요?”라고 오늘 저에게 문의하… 더보기

정이 가는 사람

댓글 0 | 조회 258 | 2026.04.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만 생각하며 산다는 사람보다주님만 생각하면 부끄럽다는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정이 간다하늘 아버지께서 다 돌봐 주실 거라며성인처럼 … 더보기

명경과 세경

댓글 0 | 조회 164 | 2026.04.15
얼굴을 보거나 화장을 하려면 보는 것이 거울이다. 오래전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잠잠한 물에 비추어 보다가 돌이나 금속을 매끈하게 갈아서 보려고도 했을 것… 더보기

숲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록

댓글 0 | 조회 120 | 2026.04.15
■ 조계산 송광사산사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첫 공간남도의 아름다운 조계산을 사이에 둔 송광사와 선암사. 두 사찰의 송사로 인한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숲에 대한 … 더보기

뉴질랜드 회사법 (Companies Act 1993) 주요 쟁점 정리

댓글 0 | 조회 202 | 2026.04.14
통계자료의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한인과 키위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비즈니스 운영 형태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개인 이름으로 운영하는 sole trader 라고 합… 더보기

중위권 성적으로 의대 합격까지, 방향의 중요성

댓글 0 | 조회 319 | 2026.04.14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 A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유학, 입시 및 중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최근 상담을… 더보기

26.바다 위의 길 – 픽톤과 어머니의 항로

댓글 0 | 조회 103 | 2026.04.14
Te Ara Moana o te Whaea – 어머니의 바다 길* 바다와 산 사이의 마을아득한 옛날, 지금의 픽톤 지역 와이투히(Waikawa)라는 마오리 마을이… 더보기

은하수 가을달

댓글 0 | 조회 166 | 2026.04.14
보름인가? 창공에 매달린 달이 유난히 크고 밝다. <은하수와 가을달> 칠십여 년 전 초등학교 때의 어느 습자 시간에 화두로 떠올려졌던 단어다. 그때의 … 더보기

7편 – 바티칸 비밀문서고 : 금지된 장부

댓글 0 | 조회 181 | 2026.04.14
“신은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한 것은 인간이며, 지운 것도 인간이었다.”프롤로그 - 1495년, 바티칸 지하 4층 캔들빛이 흔들리는 오래된 석조 방.한 노신부가 … 더보기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댓글 0 | 조회 163 | 2026.04.14
시인 파블로 네루다당신은 해질 무렵붉은 석양에 걸려있는 그리움입니다.빛과 모양을 그대로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입니다.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부드러운 입술을 가진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구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566 | 2026.04.12
이번 칼럼에서는 뉴질랜드에서 훌륭한 선생님 (강사 및 컨설턴트)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NCEA, CIE (A Level), IB 모든 뉴질랜드… 더보기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댓글 0 | 조회 651 | 2026.04.10
데뷔 40주년 가수이자 뮤지컬 제작자인 유열 씨가 폐섬유증 투병과 폐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인터뷰 기사가 조선일보 토요일판(2026년 3월 14일)에 … 더보기

4. 오클랜드의 첫 삽, 흙과 함께 뿌리 내린 우리 집

댓글 0 | 조회 601 | 2026.04.10
정적인 남섬을 떠나 역동의 도시로나의 생활 기반이 남섬 Dunedin에서 1987년 Auckland로 옮겨지니 매 일상이 바빠졌다.드네딘은 오로지 세 가구의 한국…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보건학 POPLHLTH111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844 | 2026.04.07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POPLHLTH111 (대학보건학) A+ 팁과 노… 더보기

3. 더니든에서의 남겨진 이야기들

댓글 0 | 조회 627 | 2026.04.06
제 2편에서 삶의 터전이 더니든에서 오클랜드로 옮겨졌지만, 더니든에서의 홀로 살던 시간 중 빼놓기 아쉬운 부분들을 한데 모아 적어 본다.내가 하던 일은 녹용 가공… 더보기

오클랜드대 대학화학 CHEM110 A+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944 | 2026.04.03
이번 칼럼에서는 Auckland Biomed/Health Sci (오클랜드 바이오메드/헬스사이언스) 1학년 과목 CHEM110 (대학화학) A+ 팁과 노하우에 대… 더보기

2. 드네딘의 바다에서 오클랜드의 꿈으로

댓글 0 | 조회 441 | 2026.04.02
나의 첫 사업 도전기: 뜻밖의 인연, 오징어 회와 선식업의 시작가족이 합류하면서 드네딘에도 한국인 가족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Knox 신학대학의 장 목… 더보기

ISAT 의대 입학시험 고득점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737 | 2026.03.31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지난 6년 간 ISAT를 (국제학생 입학시험) 지도하며 느꼈던 점과 해당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하는 정보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