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메탄올 중독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시민들이 증류주를 피하고 맥주와 와인만 마시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파울루 중심가 파울리스타 거리 인근의 한 바에서는 지난 금요일 밤, 대부분의 손님이 맥주나 와인을 주문했고 칵테일은 한 잔도 팔리지 않았다. 이 바의 매니저 에딜손 트린다지는 평소엔 하루에 80잔 정도 팔리던 카이피리냐가 지난주에는 한 잔도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들이 걱정하고 있어서 칵테일은 마시지 말라고 권했다고 덧붙였다.

메탄올 중독 급증
브라질 보건부는 메탄올이 섞인 술로 인한 중독 사례가 11건 확인되었으며, 116건이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1명으로 확인되었고, 11건의 사망 의심 사례가 조사 중이다.
대부분의 사건은 인구가 가장 많은 상파울루주에서 발생했다.
일부 환자들은 시력을 잃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브라질의 유명 래퍼 훈그리아도 변질된 술을 마신 뒤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제 회복 중이며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 “증류주 마시지 말라” 권고
보건부 장관 알렉상드리 파딜랴는 변조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류주를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색이 없는 술은 위험하며,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면 절대 마시지 말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음료는 생필품이 아니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의사들의 경고 이후, 브라질 전역에서 증류주 판매가 중단되거나 제한되기 시작했다. 많은 손님들이 카이피리냐 같은 칵테일 대신 맥주나 와인 같은 발효주로 바꾸었다. 일부 바에서는 증류주가 들어가지 않은 칵테일 메뉴를 새로 만들었다.
상파울루에 사는 문화기획자 제시카 아빌라는 매일 새로운 사건과 사망 소식이 들려서 무섭다고 말했다. 그녀는 진짜 술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증류주는 절대 안 마신다며 지금은 맥주만 마신다고 밝혔다.
메탄올의 위험
메탄올은 연료나 부동액, 세정제 등에 사용되는 유독성 알코올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소량만 섭취해도 두통, 구토, 시력 손상, 발작,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CDC는 메탄올 중독이 의심될 경우 즉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불법 술 유통이 원인으로 지목
상파울루 경찰은 메탄올이 섞인 가짜 술이 유통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장 아르투르 디안은 불법 제조업자들이 양을 늘리기 위해 메탄올을 섞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병에 남은 극소량의 메탄올이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증류주 협회는 불법 술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전체 주류 시장의 2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짜 술은 정품보다 약 35%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