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보다 더욱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하고 또한 더욱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등 뉴질랜드인의 이른바 ‘근로 생애(working lives)’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지난달 중순 통계국(Stats NZ)이, 2023년 센서스 결과를 지난 센서스들과 비교해 분석한 관련 통계를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숫자로도 확인됐다.
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뉴질랜드 국민의 연령대별 고용률과 지역별 상황을 알아보는 동시에 다른 나라와도 비교하면서 뉴질랜드의 고용 현황을 분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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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2023년 연령대별 취업 인구 비율 변동

▲ 2013~2023년 연령대별 취업 인구 비율 변동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 인구 비율 꾸준히 상승>
지난 10년간 세 차례 실시했던 센서스 자료를 통한 연령별 취업 인구 비율의 변화를 보면 전체 연령대에서 계속 비율이 높아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위의 그래프와 함께 제시한 아래 도표를 살펴보면, 15~24세 연령대는 물론 본격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5세 이후부터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기 직전인 64세까지의 전체 연령대에서도 계속 취업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50~54세 연령대는 2013년 81.1%에서 2018년에는 81.5%로 조금 높아졌다가 2023년에는 81.4%로 미세하게 낮아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55~59세 역시 77.4%에서 77.9%, 그리고 2023년에는 77.4%로 50~54세와 비슷한 추세를 보였으며, 25~29세 연령대도 각각 73.6%에서 79.2% 그리고 78.5%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들 세 연령대 모두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커다란 변동, 또는 전 연령대의 변화 추세를 바꿀만한 상황은 아니다.
한편, 이번 자료를 발표한 통계국 담당자도, 이전 자료와 비교할 때 2023년 센서스에서는 노동시장에 진입한 10대 청소년이 많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특징으로 꼽았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도 꾸준히 늘었다면서, 세 차례 센서스에서 나타난 취업 비율 변화의 전반적인 모습을 이들 2가지 특징으로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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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세 청소년 중 45% 이상이 일하는 중>
실제로 2023년에는 15~29세 인구의 65.7%가 고용 상태였는데 이는 2013년의 56.6%에서 10%p 가까이 대폭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15~19세 연령대 증가폭이 가장 컸는데, 이 연령대의 인구 중에서 2023년에는 45.1%가 ‘전일제( full-time)’ 또는 ‘시간제(part-time)’ 일자리를 가졌지만 2013년에는 이 비율이 33.7%였고 2018년에는 40.7%로 2023년보다는 한결 낮았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2013년에서 2018년 사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국내 노동시장이 점차 회복하면서 모든 연령대에서 고용이 증가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특히 10대 청소년은 2018년에서 2023년 사이에도 또다시 한 차례 고용 붐이 크게 일어나면서 다른 연령대보다 지난 10년간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시장에 대한 다른 통계자료, 예를 들어 ‘가계노동력조사(Household Labour Force Survey)’와 ‘행정 고용지표(administrative employment indicators)’를 봐도 2022년과 2023년에 15~29세 고용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는 당시 실업률이 낮았던 데다가 팬데믹으로 이민자 유입이 극도로 제한돼 초래된 국내 노동력 부족이 노동시장에 적극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5~29세 연령대, 그중에서도 특히 15~19세 연령대의 취업 인구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모습은 아래 그래프를 통해서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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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9세 연령대의 취업 인구 비율 변동
<75세 이상 10명 중 한 명, 여전히 일하는 중>
한편, 이전에 비해 갈수록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고령 근로자도 늘었다. 지난 2013년에는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22.1%가 전일제 또는 시간제로 고용됐지만 이 비율이 2023년에는 24.1%로 꽤 증가했는데, 이러한 추세의 배경에는 일단 65세 이상의 전 연령대에서 고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70~74세 연령대에서는 2013년에는 21.9%였던 취업 비율이 2018년에 23%를 기록한 후 또 2023년에는 24.7%를 보이면서, 지난 세 차례 센서스 기간에 증가폭이 2.8%p로 65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가장 컸다.
또한 75세 이상에서도 2013년에는 7.4%였던 취업 비율이 2018년에는 8%로 올라갔고 2023년에도 9.9%로 다시 올라갔다.
이는 결국 75세 이상 노령 인구 10명 중 한 명꼴로 여전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통계를 접한 이들을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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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세 이상 인구의 연령대별 취업 인구 비율 변동

▲ 65세 이상 인구의 연령대별 취업 인구 비율 변동
<일을 해야만 하는 노인 계속 늘어>
통계 담당자는, 그래프와 표 등 위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령 인구의 취업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건강 상태 개선과 수명 연장은 물론 늦은 나이까지 현직을 유지하는 기업 경영자 등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도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은퇴 이후 생활에 경제적 압박을 받으면서 결국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 해야만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와 같은 경향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뉴질랜드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중인데, 여기에는 연금을 비롯해 불충분한 복지 제도와 함께 수명 연장으로 정년이 늦어져야 하지만 제도가 미처 못 따라가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2023년 센서스에서는 65세 이상 남성의 29.7%가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반면 여성은 참여율이 19.2%로 남성보다는 낮았는데, 하지만 성별 취업 비율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10년간 여성 고령자의 취업 비율 증가율은 남성보다 높았는데 이 기간에 여성은 2.7%p 오른 데 비해 남성은 0.9%p 상승에 그쳤다.
또한, 고령 남성 근로자는 여성 근로자보다는 전일제 근로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남성의 61.4%가 전일제 근무자였던 반면 여성은 이 비율이 44.0%였다.
그리고 전국의 지역별로 고령자 취업 비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으며 대부분 지역이 23%에서 24% 사이에 집중적으로 분포했다. 그중 고령 근로자의 취업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과수 농업이 발달한 기스번으로 29.1%였으며, 가장 낮은 곳은 넬슨의 19.8%로 두 지역 간 비율 차이는 10%에 가까웠다.
▲ 지역별(region) 15~29세 연령대의 취업 비율
<말버러, 젊은층 취업 비율 75%로 최고>
한편, 15~29세 연령대의 16개 ‘광역자치단체별(regional council)’ 취업 인구 비율을 분석해 5가지 색깔로 나눈 지도를 보면, 말버러가 15~29세가 75.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태즈먼이 71.2%, 그리고 사우스랜드가 71.1%를 기록하면서 전국 2.3위 지역이 됐으며 말버러를 포함한 이들 남섬 세 지역만 전국에서 70%를 넘었다.
말버러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한 산업은 농업과 임업, 어업이었는데, 지역의 전체 성인 근로자 중 13.9%가 이들 분야에 종사했으며, 15~29세 근로자 역시 비슷한 12.3%였다.
반면 전국적으로 볼 때 농업과 임업, 어업 분야는 전체 성인 근로자의 5.1%, 15~29세 근로자의 4.5%만 이 분야에 종사해 말버러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통계 담당자는 말버러는 계절 일자리, 특히 과일이나 포도 재배지로 알려져 있고 관련된 일자리는 청년층은 물론 여행과 근로 경험을 원하는 배낭여행자에게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3개 지역 외에도 캔터베리(67.7%), 넬슨(68.9%), 웰링턴(69.5%), 웨스트 코스트(68.5%) 등이 67.5~69.9% 취업 비율로 평균인 65.7%보다 높았다.
또한 베이 오브 플렌티(65.2%)와 혹스베이(66.4%), 그리고 마나와투-황가누이(65.1%), 타라나키(67.0%), 와이카토(65.9%)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최대 인구가 사는 오클랜드는 63.9%, 그리고 대학도시로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많은 오타고가 63.1%였으며, 기스번과 노스랜드는 각각 60.3%와 60.8%로 15~29세 인구의 취업 인구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또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 OECD 국가별 15~64세 취업 인구 비율(2024년)
* 청색 막대는 OECD 평균(70.21%)이고 뉴질랜드는 4번째 막대로 78.60%, 그리고 호주는 77.06%이며 한국은 69.54%이다.
<다른 나라의 고용 시장 현황은?>
호주 자료를 보면 2023년 7월 기준으로 15~64세 취업 인구 비율은 77.5%이고 그중 15~24세는 64.41%이다.
한편, 65세 이상 인구에 대한 자료를 보면 2001년 6.1%였던 것이 2021년 기준으로 15%로 2배 이상 늘었고 현재도 증가 추세인데, 다만 뉴질랜드보다는 약간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고령 취업은 대부분 시간제 근로자이며 청년 고용은 관광, 농업, 유통이 주도하는데, 호주 역시 팬데믹 후 워킹홀리데이 등 외국 인력 유입이 줄면서 청년층 고용 증가가 뚜렷했다.
또한 한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15~29세 취업 인구 비율은 2023년 기준 약 46.2%를 기록해 뉴질랜드의 65.7%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았는데, 반면 65세 이상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상위권이었지만 생계형이 많고 자영업과 단순노무 등 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크다.
5월 말 나온 한국 국회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근로자 중 61.2%가 비정규직이었고, 전체의 절반가량인 49.4%는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며 직업 유형도 단순 노무직(35.4%)과 기계조작원(15.0%) 비중이 높았다.
또한 임금 격차도 뚜렷했는데, 50대 후반 근로자 월평균이 350만 9,000원이었지만 60대 초반은 278만 9,000원으로 20.5%나 적었다.
이러한 일자리 질 저하는 고령층의 ‘경력 단절’과 밀접한데, 실제로 퇴직 후 재취업한 65세 이상 근로자 중 현재 일이 과거 경력과 ‘전혀’ 또는 ‘별로’ 관련 없다는 비율이 53.2%에 달했다.
한편, OECD 기준으로 보면 청년층 취업 비율은 평균 약 52.4%였으며 고령 인구는 평균 약 13.6%로 뉴질랜드보다는 한결 낮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령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 고용이 늘고 있으며 고령자의 건강 수준이 개선되고 기술 활용 능력도 향상돼 정년 이후 고용 유지 사례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만 한국 사례처럼 고령 인구의 취업 증가에는 생계유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이는 뉴질랜드 역시 마찬가지로 이로 인한 노령층의 빈곤 문제는 범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