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학부모 허리 휘게 하는 교복”

새학기 “학부모 허리 휘게 하는 교복”

0 개 3,057 서현

최근 새 학년도 출발을 앞두고 뉴질랜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교복 마련에 허리가 휘고 있다는 기사가 여러 차례 국내 언론에 실렸다. 


실제로 팬데믹을 거치며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몇 년간이나 겪으면서 전례가 없던 생활비 위기에 처한 각 가정에 현재 교복 등 자녀의 새 학기 준비물이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기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교복 문제는 이전부터 매년 학기 초면 논쟁거리가 되긴 했지만 특히 올해는 더욱 큰 이슈로 등장했는데, 이번 호에서는 최근 여러 차례 나온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교복과 관련된 실상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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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복 매장 


<생활비 위기 속 교복 마련, 학부모에게 큰 부담감>  


이스트 오클랜드에 사는 한 엄마는 2017년부터 만성 신장 기능 장애로 정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는 상황인데,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에 중학생이 되는 딸을 위해 교복 등 필요한 것을 갖추려면 거의 800달러가 들지만 필요한 돈의 절반에 절반도 없어 정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엄마는 아마도 등교 첫날에는 교복을 완전하게 갖추지 못해도 괜찮겠지만 결국에는 학교 측에서 규정을 지키도록 감독할 것이라면서, 내 아이가 지적당하는 그런 가슴 아픈 상황에 놓이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와 같은 입장의 부모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입이 꾸준히 있는 부모조차도 교복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상황이 그런데 그보다 수입이 적은 자기 같은 부모들 입장은 어떨지 상상해보라고 덧붙였다.  


한편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엄마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위해 진작부터 중고 교복을 마련해 300달러를 절약하는 일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녀가 교복 공급업체를 통해 알아본 새 교복의 구입 비용은 약 500달러였는데, 그중에는 니트와 블라우스 두 벌, 스커트와 재킷 및 신발, 양말, 타이즈 그리고 버킷햇(bucket hat) 등이 포함됐지만 체육복은 빠져 있었다.   


평소 페이스북이나 트레이드미와 같은 방식을 통한 거래는 잘 하지 않았다는 이 엄마는, 딸이 진학할 학교의 중고 교복 판매 행사에 참가해 총 200달러를 가지고 필요한 교복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혹시 몰라 300달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바지 한 벌을 망가트려도 중고 가게에 가서 5달러에 두 벌을 더 사올 수도 있기에 학교에서도 교복보다는 딸이 평소처럼 입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함께 교복을 입고 있으면 뭘 입었는지를 놓고 놀릴 수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교복이 갖는 장점도 있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하지만 교복 비용을 생각하면 조금은 악몽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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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교민은,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개학을 코 앞에 두고 교복 일체를 새 것으로 장만했다면서, 신발을 제외하고도 700달러 이상이나 들었다며 자기도 옷에 그런 돈을 쓴 적이 없다면서 비싼 교복 값에 다시 한번 놀라는 모습이었다. 


또한 이곳의 중국 교민 중 일부는 학교 로고가 없는 바지 등은 색상을 맞춰 사전에 값이 싼 중국에서 단체로 구입해 들여오기도 한다는 소식을 전해준 교민도 있었다.   


한편 아동 복지 지원 단체인 ‘Variety’의 관계자는, 매년 학년 초가 되면 많은 사람에게 어려운 시기이며 자녀가 두세 명이면 교복 비용은 큰 부담이라면서, 특히 지출이 많았던 크리스마스 직후에는 더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 단체의 ‘Kiwi Kids 후원 프로그램’을 통한 요청 중 13%가 교복 비용에 대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1,600여 가족 이상이 교복을 위해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생활 여건이 풍족하건 그렇지 않건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부모들을 상당히 고민스럽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교복 문제인데, 현재 교복 구입 비용은 학생당 적게는 80달러에서 많게는 1,200달러 이상에 이르기까지 학교별로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특히 지금처럼 생활비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학용품 등 다른 준비물도 준비해야 하는 마당에 올해 가격까지 또 오른 교복 비용은 일부 가정에게는 커다란 압박감을 주고 있으며 서민 가정, 그중에서도 자녀가 여럿인 데다가 자녀가 상급학교에 동시에 진학하는 경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보호자에게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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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Z 인권위원회의 교복 가이드라인


<인권위원회까지 나서는 교복 이슈> 


올해 들어 신학기를 앞두고 이처럼 교복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다른 해보다 더욱 커진 것은, 많은 국민이 전례가 없이 높았던 물가 오름세 속에 극심한 생활고를 아직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상승세가 조금 누그러진 추세이지만 여전히 국내 물가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4.8%, 그리고 그중 먹거리 물가 역시 같은 수치인 4.8%가 올랐다는 통계국 자료가 최근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잇달아 벌어진 금리 인상에 따라 비록 자기 집을 가졌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코비드-19 팬데믹 이전보다 두 세배 이상이나 많이 오른 대출이자를 감당하느라 가정에도 여윳돈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보니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3개 학교에서 학교 관리자 및 학생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를 포함한 일련의 교복과 관련한 조사에서, 학교의 (경제적인) 평등 지수 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학교 관리자들은 교복 비용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소득이 높은 지역에 있는 한 학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630명 중 약 20%가 부모가 교복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세 학교 모두 대부분의 교직원이 교복과 관련된 품목 중 일부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을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이전부터 뉴질랜드에서 저소득층에게는 교복의 초기 구입과  유지 비용이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으며, 이에 따라 ‘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ssion)’까지 나서서 교복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교가 정책적으로 교복 문제와 관련해 학생들의 신체 및 정신적 건강을 돕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권위원회는 교복 가격이 가이드라인의 범위를 벗어났더라도 이것이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임을 인정하면서, 각 학교가 어려운 학생도 교복을 갖추게 도울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교복에 드는 비용이 저소득 가정 학생의 학교 등록과 출석율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교복은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교육에 대한 권리(right to state-funded education)’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원회는 교복 자체가 학업 성과와 직접적인 연결은 없지만 반면에 학습의 장애물로 작용할 때는 큰 대가를 치른다면서, 따라서 정부와 학교 및 지역사회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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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 앞두고 마련된 문구용품 매장


<교복이 사회경제적 차별을 가려주지만…> 


교육이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삶을 개선하며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정된 중요한 기능이고, 이에 따라 모든 국가는 의무교육을 비롯한 국민 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이처럼 중요한 교육 현장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차별되는 모습을 없애려는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것이 교복이며, 특히 여기에는 다인종 다민족 국가로 형성된 이민국가인 뉴질랜드에서는 인종적 차별의 문제도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 


잘 디자인된 교복은 편안하고 매력적이며 포용적이고 쉽게 입을 수 있어야 하며 물리적인 신체 활동을 허용해야 하며, 또한 교복은 학생들에게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압박(이는 종종 ‘사회적 위장-social camouflage-이라고도 불린다)을 없애주기도 한다. 


또한 교복은 수업 분위기가 산만하지 않도록 돕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순기능을 가지고 도입된 교복에 가격 문제가 개입되면 오히려 장벽을 제거하려고 도입된 제도가 교육을 방해하는 요소로 변할 수도 있다. 


교육 자치제가 발달한 뉴질랜드에서는 학교 이사회와 지역사회가 교복 관련 정책 결정을 포함해 학교 운영에 상당한 통제력을 가지는데, 이에 따라 교복에 학교와 해당 지역의 전통을 반영하는 등 교복은 지역사회의 요구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어떤 교복을 선택할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각 학교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여기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과 경제 문제가 개입되는 만큼 학교는 학부모와 협의하는 한편 교복 판매에서 얻은 이익도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요구된다.  


이처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운영되어 온 교복 문제가 지금은 국민 살림살이와 아주 깊이 연관되는 문제 중 하나로 대두된 만큼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인권위원회 지침을 토대로 국가가 교복 값이나 학교 규정 등을 검토하는 등 법률 제정을 통해 지금까지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복 중에서도 많은 학교에서 필수 품목으로 정해 놓는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블레이저나 또는 학교 로고가 꼭 필요한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야 하며, 또한 이러한 규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현실과 시대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지금과 같은 생활비 위기 속에서 수당이나 지원, 대출 등을 포함한 국가의 복지 제도에 교복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됐으며, 또한 국가적인 약품 구매기관인 ‘파막(Pharmac)’처럼 국가가 교복의 대량구매 기관을 운영하는 주장도 들어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2021년 개정된 교육법인 ‘United Kingdom’s Education (Guidance about Costs of School Uniforms) Act 2021’을 통해 학교가 교복 정책과 공급 업체 선정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는데, 이 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복 관련 제품은 특정한 소매업체뿐만 아니라 모든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교복 문제가 올해는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 본격적인 이슈로 등장했는데,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한 문제로 커진 만큼 교육 현장은 물론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도 대책이 어떤 방식으로든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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