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다시마’에 이런 기능이…

감칠맛 ‘다시마’에 이런 기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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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에 지구촌 식구들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계기로 각국 정부와 환경 보호론자들이 중심이 된 환경단체들 간에 ‘지구 기후변화(global climate change)’ 위기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현장을 지켜봤다. 


특히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과 감축 목표, 그리고 감축 일정을 놓고 각국 정부들은 합의안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나라들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연안 바다 생태계 유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다시마(kelp)’가 지구 기후변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뉴질랜드 과학자에 의해 제시됐다. 


이번 호에서는 오클랜드 동해안에서 이뤄진 연구를 통해 다시마의 환경 생태학적 중요성을 관련 보도들과 학술지 자료를 종합해 소개하면서 또한 기후변화의 심각성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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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O 26’에 등장한 시위대


감칠맛에 없어서는 안 되는 다시마 


수십년 전만 해도 학교 생물 과목에서 사람의 혀가 느끼는 ‘맛(taste)’의 종류는 ‘단맛(sweet)’과 ‘신맛(sour)’ 그리고 ‘짠맛(salty)’과 ‘쓴맛(bitter)’ 등 4가지가 있으며 혓바닥의 제각기 다른 부위에서 이 맛들을 느낀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나 일본같은 나라를 중심으로 여기에 ‘감칠맛(umami)’을 하나 더하는 게 자연스런 상황인데, 이때 특히 국물 요리에 감칠맛을 내주는 대표적인 재료들 중 하나가 바로 다시마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순수한 우리말인 다시마는 ‘갈조(褐藻, brown algae)강 다시마목’에 속하는 ‘바닷말(해조, 海藻)’로 비슷한 모습을 한 ‘미역(seaweed)’과 마찬가지로 식물이 아닌 일종의 ‘진핵생물(眞核生物, Eukaryot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마는 육지의 나무나 풀처럼 뿌리와 줄기, 잎 등 3부분이 뚜렷하게 구분되고 길이는 1.5~3.5m에 이르지만 때로는 수십m까지 높게 자라는 경우도 있어 무성한 군락을 이룬 모습이 바닷속 밀림처럼 보인다.


다만 뿌리는 식물처럼 흙속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역할은 없으며 바위 등에 단단히 들러붙어 해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고착시키는 기능을 한다.


‘바다의 채소’로 불리는 다시마는 풍부한 식이섬유를 비롯해 아이오딘(iodine, 요오드), 칼슘과 세레늄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가져 다이어트는 물론 피를 맑게 해주고 혈압을 낮춰주며 해독 기능도 해 다양한 성인병과 대장암, 특히 갑상선(thyroid) 질환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인체에서 누출이나 먹거리를 통한 방사능 간접 오염 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가 갑상선인데, 지난 1986년 소련(현재의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유럽에서는 다시마 등 해조류가 품귀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요리에서 감칠맛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다시마를 널리 양식하며 한국은 특히 완도 등 전남 해안에서 많이 양식하는데, 그 배경에는 다시마를 먹이로 삼는 전복 양식이 이 지역에서 활발한 점도 자리잡고 있다.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전복잡이에 나설 때면 제일 먼저 다시마가 많은 곳부터 뒤지는 게 익히 알려진 요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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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완도의 다시마 양식장 모습
 

탄소 제거에도 탁월한 능력 발휘하는 다시마 


그런데 이처럼 몸에 좋은 훌륭한 먹거리인 다시마가 활발한 광합성 작용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탄소를 왕성하게 잡아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마의 중요성과 효용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2016년 덴마크 연구진이 과학저널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를 통해, 매년 전 세계 바닷속에서 자라는 다시마가 무려 2억톤에 달하는 탄소를 빨아들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9월까지 연간 전 세계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364억톤이고, 2020년 한해 동안에 뉴질랜드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30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당한 양이다.

결국 다시마가 식량으로 뿐만 아니라 지구 기후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인데, 이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 지구상 가장 중요한 산소공급기로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한다는 사실과 규모만 다를 뿐 마찬가지인 셈이다. 



바다 생태계에 영향 미치는‘해안 암흑화’ 


그런데 이처럼 지구 기후의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시마 생태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들이 바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뉴질랜드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확인돼 학술지에 실렸다.


지난 11월 초 학술잡지인 ‘하카이 매거진(Hakai Magazine)’에는 오클랜드 대학의 캐틀린 오하라 블레인(Caitlin O’Hara Blain) 박사가 오클랜드 하우라키만(Hauraki Gulf)에서 실시해 과학저널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했던 연구 내용이 정리돼 실렸다. 


이른바 ‘해안 암흑화(Coastal Darkening)’라는 현상이 다시마 성장에 중대한 악영향을 가져온다는 내용의 이번 논문은 미국 지구물리학회 매체인 ‘EOS’에도 게재돼 해양 및 환경 관련 과학계에 널리 알려지고 뉴질랜드 국내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 언론에도 소개됐다. 


환경적 위협 요인으로서의 해안 암흑화 현상은 그동안 다른 연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이뤄진 분야인데, 최근 들어 해안 암흑화가 어떻게 발생하며 또한 그 현상이 바다와 그 안에 사는 생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발표된 한 논문은 해안 암흑화가 식물성 플랑크톤 개체군이 다양하고 풍부해지는 것을 방해하고 나아가서 서식 상황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19년의 또 다른 보고서도 해안에 암흑화 현상이 발생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한창 자라는 시간대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에 의존해 살아가는 유기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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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 암흑화와 다시마 관련 연구가 이뤄진 장소 


하우라키만 7군데에서 연구 진행 


여기에 더해 이제는 블레인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해안 암흑화가 단순히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넘어서 인류의 시급한 숙제거리인 지구의 기후변화 현상까지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고 있다.


해안 암흑화는 말 그대로 육지에서 가까운 연안 바다가 검게 변하는 현상인데, 이로인해 햇빛이 바닷물 속을 투과하지 못 하고 결국 햇빛이 부족해지면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들은 광합성을 제대로 못 하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진다. 


이번에 해안 암흑화 연구를 위해 블레인 박사는 하우라키만 7군데 다시마 숲에 2개씩 ‘라이트 로거(light loggers)’를 설치했는데, 하나는 표면에 다른 하나는 다시마 사이의 10m 바다 아래에 설치해 햇빛이 얼마나 이용되는지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1년 동안 샘플로 설정한 다시마들의 성장을 측정하고자 4차례 현장을 찾았는데, 야생과 실험실 양쪽에서 연구팀은 ‘광호흡기 챔버(photorespirometry chambers)’에 표본을 넣어 각기 다른 양의 빛으로 생성된 산소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블레인 교수에 따르면 다시마가 생산하는 산소의 양은 다시마가 자라는 데 사용했던 탄소의 양과 거의 같았으며 이는 다시마가 빨아들이는 탄소의 양으로도 볼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미립자 오염의 햇빛 차단 효과로 인해 가장 어두운 곳이 가장 밝은 곳보다 햇빛을 63%나 적게 받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는데, 빛이 부족하다는 것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는 다시마의 주요 생산성(태양 에너지를 유기물로 변환하는 속도)이 95%나 더 낮아진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결국 이런 곳에서 자란 다시마들은 성장이 2배나 늦어졌으며 제반 상황을 종합해 분석하면 해안 암흑화로 다시마 숲이 탄소를 최대 4.7배나 더 적게 흡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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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에서 촬영된 미국 남부 지역의 해안 암흑화 현상


해안 암흑화의 원인은? 


블레인 박사는 이처럼 다시마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탄소 흡입 능력까지도 저하시키는 해안 암흑화 현상이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지도 이번에 함께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하우라키만에서는 파도가 해안 절벽에 부딪히면서 흙을 바다로 끌어들이고 또한 지나다니는 선박과 함께 폭풍 역시 해저 지층의 흙을 휘저어 놓는 모습을 확인했다.


여기에 주변 육지에서 만으로 유입되는 강물에는 비료 성분이 함께 실려와 햇빛을 차단하는 조류(藻類, algae)가 왕성하게 번식하도록 도왔으며, 더욱이 국내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오염 물질까지 뒤섞였다.


이렇게 뒤섞인 물질들이 연안의 바닷물 속을 흐리게 만들면 궁극적으로는 그곳에 사는 유기체들에게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햇빛을 빼앗는 결과를 만든다.


연구팀은 해안 암흑화가 심각하게 다시마 성장을 방해하면서 다시마 생산성을 하락시켜 이를 먹거나 또는 피난처로 사용하는 물고기 및 기타 유기체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한 탄소를 빨아들이는 다시마 능력 역시 크게 낮아지면서 지구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연구팀은 해안 암흑화가 다시마의 탄소 흡수량을 최대 95%까지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해안 암흑화를 일으키는 또 다른 현상 하나가 주목을 받았는데, 그것은 육지 나무들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이 갈색의 ‘슬러지(sludge)’ 형태로 바다에 유입돼 물을 흐리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그 영향은 나무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이런 현상은 이미 독일 올덴부르크(Oldenburg) 대학 연구팀이 밝혀낸 바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의 나무심기 운동이 주변 해안에서 암흑화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뉴질랜드에서는 특히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홍수로 인해 이와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이에 대해 ‘노르웨이 수자원연구소(NIVA)’의 해양 생태학자인 테레세 하비(Therese Harvey) 박사는, 해안 암흑화 현상을 완화하는 방법을 알려면 관련 과학자들이 더욱 광범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협력해 연구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보다 더 자주,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며 결국 이는 더 많은 쓰레기와 유기물 및 비료가 바다로 유입됨을 의미한다면서, 블레인 박사의 연구는 해안 암흑화 추세 완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블레인 박사는 또한 기온 상승처럼 인간이 만든 다른 기후 문제들과는 달리 해안 암흑화는 해안마다 각각 다르게 나타나며 일부 지역에서는 개발을 금지하거나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등의 방안으로 해결이 가능해 국가적으로도 다른 정책들에 비해 빠른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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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 망태를 옮기는 뉴욕의 자원봉사자


굴 방파제로 해수면 상승 막는 뉴욕 


이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도 못 했던 분야가 이제는 인류의 존망을 가르게 된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비단 다시마에서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Billion Oyster Project, BOP)’를 통해 굴 되살리기 운동이 한창 벌어지는 중이다.


뉴욕은 19세기까지 세계 최대 굴 생산지였으며 항만 인근에는 890 ㎢ 에 이르는 천연 굴 암초가 있어 배를 대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시민들은 간식으로까지 애용하며 당시 하루 100만개 이상 굴을 먹어치워 지금의 ‘빅 애플’이라는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빅 오이스터’로 불리던 굴의 수도였다. 


하지만 남획과 도시개발, 늘어난 오염과 폐수로 서식지가 파괴됐고 1920년에는 마지막 양식장마저 문을 닫아 굴이 아예 사라진 것은 물론 2012년 허리케인 샌디로 비롯된 홍수를 포함해 여러 차례 수해로 인명을 포함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BOP는 2035년까지 10억개 이상 굴을 키워 천연 방파제 역할은 물론 수질도 개선하고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자는 게 목표인데, 다 자란 굴 하나는 하루 190 리터 물을 정화하며 바다로 유입되는 하수에 섞인 질소도 붙잡아 껍데기에 저장해 굴은 ‘생태 기술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식당에서 나온 굴 껍데기로 방파제를 건설해 해안 습지의 침식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고, 또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굴 방파제를 시험 활용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도 홍수 방지용 굴 방파제를 만든 바 있다. 


섬나라이자 해양국가인 뉴질랜드 역시 기후변화라는 발등에 떨어진 인류의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 ‘탄소 제로(carbon zero)’ 등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나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비롯한 갖가지 기후 정책이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굴이나 다시마처럼 지금까지 식량으로서의 기능에만 치중했던 것들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은 많은 깨우침을 던져준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습관적으로 행했던 개인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하면서, 또한 우리만이 아닌 후손들까지 대대손손 살아가야 할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일이 과연 무엇인가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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