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라비! 너마저도......

왈라비! 너마저도......

0 개 3,360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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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언론들에는‘왈라비(wallaby)’가 갈수록 국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교민들 중에는, 캥거루보다 작고 귀여운 외모로 마치 한 마리 반려동물처럼 생각해왔던 왈라비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랐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가뜩이나 외국에서 유입된 각종 동식물들로 인해 토종 생태계를 지키느라 애를 먹고 있는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이제는 왈라비까지도 막고 나서야 하는 셈이 됐다.        

 

이번 호에서는 왈라비에 대해 알아보는 한편 현재 뉴질랜드의 왈라비 분포 현황과 함께 이들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국내 생태계에 해로운 존재가 돼가고 있는지 소개한다. 

 

<50년 이내 남북섬 1/3 지역으로 서식지 확대> 

 

지난 9월 중순, 국내의 대표적 환경 단체 중 하나인 ‘포레스트 앤 버드(Forest and Birds)’ 에서는 왈라비로 인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발표가 나왔다. 

 

이 단체의 북섬 중부 매니저를 맡고 있는 레베카 스턴맨(Rebecca Stirnemann) 박사는, 정부가 빨리 왈라비 숫자 조절에 나서지 않으면 향후 50년 내에 남북섬 전체 면적의 1/3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으로 왈라비가 서식지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했다. 

 

스턴맨 박사는, 만약 그렇게 되도록 방치하면 숲을 포함한 국내의 자연 생태계가 더 크게 빨리 망가지는 것은 물론 농업이 중심인 뉴질랜드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이 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왈라비가 생태계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초식동물인 왈라비가 우리들 생각보다 엄청나게 더 많은 양의 식물들을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특히 왈라비는 호주에서 들어온 같은 천적인 ‘포섬(possum)’이 작은 식물의 꽃이나 순을 먹는 것과는 달리 ‘자이안트 토끼(giant rabbits)’ 처럼 아예 나무와 식물의 뿌리까지 몽땅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먹어치우는 양이 토끼의 6배나 되는데, 이로 인해 왈라비 서식지에서는 숲이나 초지가 다른 동물에 의한 것보다 더 빨리 더 크게 훼손되면서 토양 침식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남북섬의 제한된 지역에만 살고 있던 왈라비들이 최근 들어서는 한층 더 빠르게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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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캥거루와 왈라비 비교 

 

<캥거루와는 또 다른 왈라비> 

 

왈라비는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캥거루처럼 몸에 ‘새끼를 키우기 위한 주머니(육아낭)’가 달린 이른바 ‘유대동물’로 호주가 원산이지만 그 이웃인 뉴기니섬에도 일부가 살고 있다. 

 

‘척추동물>포유강>유대목>캥거루과>왈라비속’ 으로 분류되는 왈라비는 크기가 45cm에서 큰 것은 1.5m에 이르고 평균 몸무게는 약 9kg 정도이다. 

 

캥거루와 비슷하지만 각진 머리 모양과 넓은 주둥이를 가진 캥거루와는 달리 왈라비는 전체적으로 원뿔형 머리와 좁고 뾰족한 주둥이를 가졌으며 치열에서도 차이가 난다. 

 

왈라비는 가장 흔한 ‘붉은목왈라비(red-necked wallaby)’를 포함해 ‘타마(Tammar)’와 ‘파마(Parma)’ 왈라비 등 모두 11개 종으로 나뉘며 종류마다 몸집이나 털의 색,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꼬리는 33~75cm 정도이며 임신기간은 25~40일이고 야생에서의 수명은 9~15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주로 풀과 관목의 잎, 버섯 등을 먹는데 캥거루가 주로 초원지대에 서식하는 반면 왈라비들은 그보다는 숲을 더 선호하는 편이며 일부는 암석지대에 사는 것들도 있다. 

 

또한 왈라비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주로 숲 그늘이나 덤불 아래 쉬다가 해질 무렵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해 동이 틀 때까지 먹이활동을 계속 이어간다. 

 

호주에서는 왈라비 천적이 여우나 들개인 딩고 또는 독수리를 비롯한 맹금류 등인데, 오래 전부터 인간들 역시 고기와 털가죽을 얻기 위해 왈라비 사냥에 나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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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그레이경의 동상 

 

<가죽, 레저용으로 도입했던 왈라비> 

 

왈라비는 1800년대 중반, 당시 뉴질랜드 총독(Governor)이던 조지 그레이 경(Sir George Grey, 1812~1898)이 1862년에 자신이 개인적으로 구입했던 오클랜드 하우라키만(Haurki Gulf)에 있는 카와우(Kawau)섬에 왈라비와 공작새 등 당시까지 국내에 없던 동물들을 풀어놓으면서 뉴질랜드에 처음 등장했다. 

 

군인이자이자 탐험가, 작가이기도 했던 그레이 경은 동식물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는 15년 동안 2차례에 걸쳐 뉴질랜드 총독직을 수행한 뒤 자치정부의 총리도 역임했다. 

 

이전에는 남호주(South Australia) 총독, 그리고 남아프리카 케이프(Cape Colony) 식민지 총독도 지내는 등 그레이 경은 빅토리아 여왕 치하의 뉴질랜드와 호주, 남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 시대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로 남아 있다.  

 

웰링턴 북쪽 와이라라파(Wairarapa)의 그레이타운(Greytown)과 남섬 서해안 웨스트코스트의 그레이(Grey)강, 그리고 그 강의 하구에 위치한 그레이마우스(Greymouth), 오클랜드의 그레이 린(Grey Lynn) 등이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지명들이며 현재 오클랜드 시내 앨버트(Albert) 공원에는 동상도 세워져 있다. 

 

그가 당시 도입했던 왈라비는 ‘붉은목 왈라비’와 ‘검은 꼬리 왈라비(black-tailed wallaby)’, 그리고 ‘다마 왈라비(dama wallaby)’와 ‘록 왈라비(rock wallaby)’ 등 모두 4종류였다. 

 

나중에 이 왈라비들 중 일부는 카와우 인근의 랑기토토(Rangitoto)섬, 그리고 로토루아 인근 지역과 더불어 남섬에서는 사우스 캔터베리의 와이마테(Waimate) 인근에 있는 헌터스 힐스(Hunters Hills) 등에 추가로 방사됐다. 

 

지금 시대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이 같은 행위는 생태계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당시에는 별다른 법적 제한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권장받기도 한 사업이었다. 

 

그 결과 당시 왈라비는 물론 포섬과 함께 히말라야 산양(Himalayan tahr), 야생 염소(Feral goat), 담비(stoat) 등 갖가지 외래 동물들이 국내로 무분별하게 도입되면서,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현재 뉴질랜드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들과 전쟁을 치르는 실정이다. 

  

<영국과 하와이의 숲에까지 퍼진 왈라비> 

 

한편 관련 보도나 자료들에 따르면 왈라비가 이전부터 살지 않던 지역의 야생으로 퍼져나간 사례는 비단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영국 왕실 자치령인 맨 섬(Isle of Man, 면적 572km2)에서도 지난 1970년에 자연동물원을 탈출한 한 쌍의 붉은목 왈라비들의 후손 100여 마리 이상이 야생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잉글랜드의 피크(Peak) 지역에서는 1940년대 인근 동물원에서 빠져나갔던 5마리 왈라비들의 후손으로 여겨지는 개체들이 2017년 9월에 야생에서 목격됐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스코틀랜드의 한 섬에서도 1920년대 도입해 방사했던 붉은목 왈라비가 야생으로 퍼져나갔으며  아일랜드의 한 섬에서도 방사된 왈라비들이 서식 중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람볼레(Rambouillet) 숲 남부에는 30여 마리의 베넷 왈라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은 1970년대 에망세(Emance) 동물원에서 폭풍을 틈타 탈출했던 것들의 후손들로 보인다. 

 

하와이에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우(Oahu)섬의 북쪽 지역인 카리히(Kalihi) 계곡에 소수의 ‘긴꼬리 록 왈라비(brush-tailed rock-wallaby)’가 서식 중인데 이들 조상 역시 인근 동물원에서 탈출했다. 

 

반면에 원산지인 호주에서는 문제의 ‘긴꼬리 록 왈라비’가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가 보호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원래 뉴 사우스웨일스 북부에 수천여 마리가 살았지만 인간의 남획과 천적들에게 잡혀 먹히면서 단 몇 마리만이 극적으로 남은 상태였다. 

 

그러자 호주 정부는 먼저 시드니 인근 ‘워터폴 스프링스 보존공원(Waterfall Springs Conservation Park)’에 천적을 없애는 등 보호구역을 만든 후 2003년에 카와우 섬에서 33마리를 도입해 방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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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츠 왈라비 

 

<수십만 마리가 서식하는 캔터베리 남부>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북섬 로투루아 호수 일대에서 ‘다마 왈라비(Dama wallaby)’가 급증하면서 인근 와이카토는 물론 삼림 보호지인 ‘테 우레웨라(Te Urewera)’와 ‘카이마이 산맥(Kaimai range)’ 까지 서식지가 넓혀지고 있다. 

 

또한 남섬에서도 일명 ‘베네츠 왈라비(Bennett’s wallaby)’ 로도 불리는 붉은목 왈라비가 와이타키(Waitaki)강과 테카포(Tekapo)호, 그리고 랑기타타(Rangitata)강으로 둘러싸인 사우스 캔터베리의 90만헥타르에 서식 중이다.

 

베네츠 왈라비는 대형으로 키 88cm에 체중이 15~25kg이나 나가 작은 캥거루만하다. 

 

‘포레스트 앤 버드’의 캔터베리 지역 매니저인 니키 스노잉크(Nicky Snoyink)는 이들이 자연적 장애물이었던 와이타키강을 넘어 현재는 생태적으로 취약한 매켄지 분지(Mackenzie Basin)는 물론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서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왈라비 수가 수십만 마리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2016년 11월 ‘국립연구원(Crown Research Institutes, CRIs)’ 산하 ‘Landcare Research’ 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베네츠 왈라비는 당초 알려진 5322km2보다 훨씬 넓은 1만4135km2에서 목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북섬도 마찬가지인데 로토루아 인근 2050km2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2016년 당시 이미 2배 이상인 4126km2 지역에서 다마 왈라비가 목격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관계자는 제대로 개체 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50년 이내에 베네츠 왈라비는 서식지가 4만4226km2, 그리고 다마 왈라비는 4만579km2까지 늘어나면서 국토의 1/3 지역에 왈라비가 서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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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표 1: 왈라비 서식 지역 및 확산 예상도 

 

 

<시기 놓치면 더욱 어렵게 작업해야> 

 

비단 이들 지역뿐만 아니라 현재 왈라비는 오클랜드와 웰링턴 주변, 노스랜드는 물론 남섬의 웨스트 코스트와 말버러 등 전국 각지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 

 

왈라비는 토종 생태계 훼손에 그치지 않고 목장에서는 초지를 놓고 가축들과 경쟁도 벌여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은데, 문제는 개체가 늘어나면서 피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현재 1차산업부(MPI)는 왈라비로 매년 28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나고 있지만 만약 개체 수를 제대로 조절 못하면 향후 10년 안에 매년 8400만달러로 손실액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체 수 조절에 최소한 향후 10년 동안 매년 740만달러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러나 ‘포레스트 앤 버드’ 측은 현재 턱없이 부족한 지원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 토지 소유자들이 왈라비 퇴치에 사용한 돈은 불과 138만달러였다. 

 

‘포레스트 앤 버드’ 관계자는 왈라비 개체 수 조절에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면서 더 많은 지원이 신속히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일단 개체가 늘어난 뒤에는 피해 확산은 물론 더 많은 예산과 더 어려운 작업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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