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0 개 3,754 JJW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의 ‘웰빙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에서도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심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언론의 가장 큰 뉴스거리는 웰빙 예산 내용들보다는 

공식 발표전 벌어진 예산안 유출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제기한 해킹 주장이 지어낸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예산 자체도 웰빙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웰빙 예산’이라고 제목을 달고 

차별화할 정도로 이전 예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a2230506d896f58544c45d4eb67a654e_1561501391_1351.jpg
 

정부 신뢰성에 먹칠한 예산안 거짓 해킹 파문


그랜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 재무장관(Finance Minister)이 의회에서 웰빙 예산을 공식 발표한 날은 지난달 30일.

 

하지만 그 이틀 전인 28일 야당인 국민당이 예산안 일부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 예산 담당 최고 실무 책임자인 가브리엘 마크로우프(Gabriel Makhlouf) 재무비서(Treasury Secretary)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무부 컴퓨터 시스템에 ‘의도적’ 이고 ‘조직적’ 인 해킹 시도가 2,000여차례나 있었다고 밝혔다.

 

재무비서는 정부의 금융 및 경제 정책에 대해 재무장관을 보좌하는 영향력 있는 자리이다.

 

그는 “예산안에 대한 해킹 공격은 매우 심각한 사건” 이라며 “재무부는 컴퓨터 시스템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킹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정부통신보안국(GCSB)의 조언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장관은 해킹의 배후로 국민당을 지목했다.

 

하지만 정부통신보안국은 이미 28일에 재무부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해킹 시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마크로우프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로우프 비서가 거짓으로 해킹 공격 주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 조사 결과도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고 국민당은 재무부 웹사이트에서 단순히 ‘검색’ 만으로 예산안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슨 장관은 예산안이 공표 전에 그런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실망스런 일이라고 말했고, 마크로우프는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국민당은 이번 거짓 유출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로버트슨 장관과 마크로우프 비서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장관들은 보고된 사항에 충실할 뿐이라며 로버트슨 장관을 두둔했다.

 

마크로우프 비서는 9월 1일부터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되어 오는 27일자로 현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정부 세계 첫 '웰빙 예산' 도입 홍보


올해 예산안 책자의 제목은 ‘웰빙 예산’(THE WELLBEING BUDGET)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세계 최초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중심으로 2019회계연도 국가 예산안을 설계할 계획임을 밝혔다. 

 

당시 로버트슨 장관은 “국민의 주택 보유율이 6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살률과 노숙자, 식량 지원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인들이 일상에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웰빙 예산안은 4년간 총 256억달러를 편성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웰빙 예산의 우선순위는 뉴질랜드의 삶의 기준과 웰빙의 개선에 장기적으로 크게 기여하는 것들을 토대로 하게 된다.

 

로버트슨 장관은 이번 접근법은 현상 유지에서 탈피하려는 중요한 시도라며 뉴질랜드는 이제 성공을 다른 식으로 측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슨 장관은 “우리는 단지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웰빙을 개선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공동체를 강화하는 방안에 의존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아던 총리도 이번 예산이 경제적 번영을 측정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는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아던 총리는 “어려운 과제들에 조기에 개입하고 투자해, 결국에는 비용을 아끼고 삶을 구해 내라는 요구를 아주 자주 들어왔다”며 “이번 예산은 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웰빙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은 정신건강과 아동복지에 돌아갔다.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4년간 19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중증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그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이 중 5억달러를 배정했다. 특히 지난 3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 피해자의 정신 치료에도 550만달러를 따로 마련했다.  

 

아동 복지예산에는 10억달러가 편성됐다. 유니세프 뉴질랜드지부에 따르면 뉴질랜드 어린이 중 27%가 빈곤 속에서 살고 있어,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및 성폭력 대책에는 3억2,000만달러가 들어갔다.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가 심한 나라에 속한다. 

 

이전 예산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비판

 

웰빙 예산에 대해 국민당은 실체가 없는 보여주기식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민당 사이먼 브릿지스(Simon Bridges) 대표는 “경제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 정부는 경제를 자극할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예산은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여론도 웰빙 예산이 웰빙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전 예산들과 차별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뉴질랜드 헤럴드지 고정 논객인 존 로우한(John Roughan)은 칼럼을 통해 ‘웰빙 예산’이 유의어 반복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 경제성장률이 2.6%로 비교적 견고하지만 내년에 재정적자를 보여도 현 정부가 올 예산과 같은 복지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예산에는 부족한 인프라와 주택 공급, 낮은 생산성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예산의 웰빙 요소와 국민의 걱정거리 불일치

 

웰빙 예산이 보통 뉴질랜드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맞춰 조정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EY 스위니(EY Sweeney)’는 뉴질랜드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들이 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웰빙 예산이 목표 달성에 실패할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EY 스위니’가 지난 3월 1,000여명의 뉴질랜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생활비 상승을 들었고 49%는 에너지 비용 증가를, 48%는 기본 서비스 비용 상승을 각각 꼽았다.

 

‘EY 스위니’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을 차지한 원인은 임금 상승률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또한 응답자의 61%가 올해 수입 증가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번 웰빙 예산에는 그에 대한 내용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치솟고 있는 생활비

댓글 0 | 조회 13,159 | 2021.08.24
주거비, 기름값, 식료품비, 의류비, 대출이자 등 생활과 밀접한 물가들이 크게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일반 가정에서는 허리띠… 더보기

변하는 투자 패러다임

댓글 0 | 조회 6,373 | 2021.08.11
뉴질랜드는 부동산에 대한 유별난 집착 등으로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에 뒤쳐져 왔다. 하지만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늘기 … 더보기

코로나19 “결혼도 이혼도 막았다”

댓글 0 | 조회 5,774 | 2021.08.10
작년 초부터 지구촌을 휩쓸기 시작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고 지금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뉴질랜드는 다행히 초… 더보기

친환경 자동차 도입 본격 시작된 NZ

댓글 0 | 조회 5,486 | 2021.07.28
지난 7월 16일(금) 한낮에 수많은 농민들이 트랙터와 사륜구동차인 ute들을 몰고 오클랜드나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등 대도시를 포함한 전국의 55곳에 모여 ‘… 더보기

코로나보다 더욱 심각한 인력난

댓글 0 | 조회 7,747 | 2021.07.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통제로 이민자 유입이 끊기고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국내 인력난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일… 더보기

지난 한해, 당신은 행복했습니까?

댓글 0 | 조회 2,487 | 2021.07.14
작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시작된 지구촌 식구들의 고난이 지금도 여전한 가운데 지난 1년간 뉴질랜드인들의 삶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통계자료가 최근 나왔다.지난달… 더보기

렌트 일생

댓글 0 | 조회 7,807 | 2021.07.13
주택 가격이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렌트로 살고 있다. 지난 2018년 센서스에 따르면 약 140만 명의 뉴질랜드인들은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 더보기

험난한 자주 외교의 길

댓글 0 | 조회 3,600 | 2021.06.23
뉴질랜드가 호주의 일방적인 뉴질랜드 국적 범죄자 추방 문제로 호주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을 둘러싸고 호주와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최근 호주의 시… 더보기

등수 매겨진 성적표 받아든 대학들

댓글 0 | 조회 5,083 | 2021.06.22
한해 성적표, 그것도 등수까지 촘촘하게 매겨진 성적표를 받아든 뉴질랜드 대학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6월 초 ‘쿼커렐리 시먼즈(Quacquarelli Sym… 더보기

반발 부른 이민 ‘리셋’

댓글 0 | 조회 10,111 | 2021.06.10
노동당 정부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민 정책에 대한 ‘리셋(재설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경을 다시 전면 개방하면 이전의 이민 … 더보기

로켓 강국으로 떠오른 NZ

댓글 0 | 조회 4,837 | 2021.06.09
지난 6월초에 뉴질랜드 정부는 크라이스트처치의 2개 마오리 부족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1600만달러를 들여 캔터베리 바닷가의 한 땅을 구입했다.이유는 이곳에 로… 더보기

변신 중인 ‘양들의 나라’ NZ

댓글 0 | 조회 5,281 | 2021.05.26
지구촌 식구들에게는 ‘뉴질랜드!’하면 푸른 초원에 양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양들의 나라’로 각인된 지 이미 오래다.그런 뉴질랜드의 이미지가 최근 들어 조금씩 변하… 더보기

코로나로 더욱 벌어진 빈부격차

댓글 0 | 조회 6,542 | 2021.05.25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코로나19는… 더보기

집값 폭등의 시대는 끝났는가?

댓글 0 | 조회 10,653 | 2021.05.12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 여가 지났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이번 정부 대책으로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더보기

겨울, 따뜻하게 지내려면....

댓글 0 | 조회 4,473 | 2021.05.11
계절이 점차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아늑하고 포근한 집 안이 무엇보다도 그리운 시절이 다시 돌아왔다.콧등이 빨갛도록 매서운 추위라기보다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 더보기

다시 한번 ‘중간계’로 변신하는 NZ

댓글 0 | 조회 5,192 | 2021.04.29
4월 중순에 나온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 TV시리즈를 제작 중인‘아마존(Amazon)’에 1억달러 … 더보기

비용 증가로 ‘물가 상승’ 압력

댓글 0 | 조회 4,099 | 2021.04.28
사업체들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운송비 상승 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 더보기

NZ-호주 “무검역 여행 본격 시작”

댓글 0 | 조회 2,948 | 2021.04.14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의 ‘무검역 여행(quarantine-free travel)’이 오는 4월 19일(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그동안 이를 고대하던 호텔 등 … 더보기

불량 국가처럼 행동하는 호주

댓글 0 | 조회 5,839 | 2021.04.13
“호주가 불량 국가(rogue nation)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난달 15세 소년을 추방한 호주에 대해 녹색당의 골리즈 그하라만(Golriz Ghahraman… 더보기

최근의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 이유

댓글 0 | 조회 8,296 | 2021.03.24
최근 뉴질랜드 환율은 상승 추세를 보이는 한편 뉴질랜드 주가는 조정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달러화는 미국달러화에 비해 작년 3월 57센트선에서 11월 66센트, 그… 더보기

생명을 건 위대한 비행

댓글 0 | 조회 2,936 | 2021.03.23
지난주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팀 뉴질랜드’의 대활약으로 ‘아메리카스컵’이 뉴질랜드에 남게돼 온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코로나19’로 무거워졌던 … 더보기

팬데믹이 몰고온 키위의 귀환

댓글 0 | 조회 8,910 | 2021.03.10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하기 전 5년 동안 뉴질랜드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이민자를 맞았다. 매년 평균 5만~6만명의 순이민자들이 … 더보기

NZ주택소유율 “70년 만에 최저로 추락”

댓글 0 | 조회 6,015 | 2021.03.09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생애 최초 구매자들을 포함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주택소유율 역… 더보기

장기화되는 코로나와의 싸움

댓글 0 | 조회 5,935 | 2021.02.24
오는 28일로 뉴질랜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지 거의 1년이 지났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뉴질랜드는 지난 9일 현… 더보기

연간 사망자 감소는 ‘코로나19’ 때문?

댓글 0 | 조회 3,542 | 2021.02.23
작년 뉴질랜드의 출생률이 지난 30년 동안 평균보다 한참 낮은 수준까지 하락하고 사망률도 덩달아 하락했다.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와의 관련 여부가 주목을 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