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결혼의 덫에 걸렸던 키위 남성

사기 결혼의 덫에 걸렸던 키위 남성

0 개 9,305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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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새로운 동반자를 찾던 중년의 한 뉴질랜드 남성이 ‘결혼사기(marriage scam)’에 걸려들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사기를 당했던 돈을 돌려 받게 됐다.

 

뉴질랜드에서는 종종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보도되곤 하는데, 지난 6월에 국내외 언론들에 의해 처음 내용이 알려진 후 9월 중순에 열렸던 재판을 계기로 다시 보도됐던 이번 사건의 전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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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니온 포스트에 실렸던 광고  

 

<신문광고에서 시작된 부푼 꿈>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또 새 인생을 살게 될 부푼 꿈을 안고 있다가 오히려 큰 고통만 당했던 주인공은 웰링턴에 사는 한 50대 초반의 키위 남성이었는데 그는 언론에 ‘월레이스(Wallace)’라는 자신의 성만 소개되기를 원했다.

 

그가 사기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6월 23일에 웰링턴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인 ‘도미니언 포스트(Dominion Post)’에 실렸던 몇 줄로 된 간단한 광고를 접한 뒤였다.

 

 광고에서는 싱가포르 출신 45세의 한 참한 여성이 친구가 되거나 결혼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45~60세의 경제력 있는 남성을 찾는다고 적힌 가운데, 자영업을 하는 이 여성이 가사와 음악, 여행을 좋아한다면서 국가번호가 호주로 된 연락용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당시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아들의 장래를 위해 결혼할 여성을 간절히 찾고 있었던 월레이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고, 결국 중매쟁이라고 할 수 있는 리 준 슈에(Li Jun Xue, 59)라는 중국계로 보이는 한 여성과 실제로 만나게 됐다.

 

아들을 데리고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내려 왔던 월레이스에게 중매쟁이인 슈에는, 자신이 소개하는 ‘제시카(Jessica)’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이 여성이 자신의 여동생이라면서, 월레이스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상 동료인척 해줄 것과 함께 신문광고에 대해서는 제시카에게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미리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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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레이스와 제시카

  

<재정 능력 확인용으로 요구한 거금>

 

중매쟁이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믿고 제시카를 몇 차례 만났던 월레이스는 그녀가 진정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장밋빛 부푼 꿈을 그리고 있던 그에게 슈에는, 제시카를 재정적으로 돌볼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차원이라면서 5만 달러 정도의 돈이 있는지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월레이스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10여 년 동안 모아온 3만 5천 달러가 통장에 들어 있었는데, 그는 슈에의 요청을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결국 이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월레이스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금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았을 당시 자신의 심정을 밝혔었는데, 그때 자신은 제시카와 어차피 결혼을 할 것이고 또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난 후에는 그 때부터 한 가족으로서 새롭게 작은 사업이라도 시작하면 돈은 금방 다시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당시 슈에는 그가 수표를 갖고 크라이스트처치로 와주기를 원했고 결국 그날 밤에 곧바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한 월레이스는 이 돈을 제시카에게 ‘결혼 선물(marriage gift)’로 준다는 내용에 동의하는 서명을 수에와 함께 한 후에 수표를 넘겨주었다.

 

월레이스는, 당시 슈에와 제시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 모든 과정이 아주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후 제시카를 데리고 웰링턴으로 함께 돌아온 월레이스에게 그녀는, 값비싼 결혼반지를 하나 사주고 자신과 그의 공동계좌를 개설한 후 1만 달러를 추가로 입금시켜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러나기 시작한 충격적인 사실들>

 

그러나 이후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던 월레이스의 새로운 인생 출발은 그가 제시카의 ‘이민 자격(immigration status)’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는데, 언론을 통해 내용이 자세히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제시카의 체류 신분은 슈에가 이야기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그녀는 지난 2012년 9월 21일에 호주의 울롱공(Wollongong)에서 이미 다른 호주 남성과 결혼까지 한 상태이며, 게다가 이번 재판에서 법정에 제출된 결혼증명서를 통해 그녀가 싱가포르인이 아닌 말레이시아 출신이라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이 같은 허위 사실이 속속 드러나자 중매쟁이였던 슈에는 월레이스에게, 만약 1만 달러 이상을 추가로 자신에게 준다면 제시카와 호주 남편 간의 이혼 절차를 밟은 후 그와의 결혼 계획을 계속 진행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게 된 월레이스는 지난 6월에 슈에를 사기범으로 경찰에 신고하게 됐고,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사기로 부당한 이득을 취한 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하고 법정에 슈에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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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카(오른쪽)와 소개자였던 슈에(왼쪽)  

 

<명백한 범행에 단호한 판결 내린 법정>

 

한편 사건을 접수한 크라이스트처치 지방법원의 톰 길버트(Tom Gilbert) 담당 판사는 은행 관계자와 경찰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나서 전격적으로 만 하루 만에 단독으로 사건을 심리한 후, 슈에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3만 5천 달러 중 전액, 또는 일부를 편취한 혐의가 있다고 유죄로 인정했다.

 

길버트 판사는 즉각 그녀의 호주 여권을 압수하는 한편 보석을 명하면서, 만약 그녀가 피해 금액을 전액 변제하지 않으면 뉴질랜드를 떠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또한 길버트 판사는 9월 9일(금) 선고 재판을 할 것이라면서, 만약 그때까지 피고가 피해금액을 변제하지 않으면 이후 재판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피고인을 압박했다.

 

문제를 일으킨 슈에는 호주 울롱공에 거주하면서 크라이스트처치에도 지진으로 파손된 후 수리 중인 집을 한 채 가지고 있고 식당도 한 곳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9월 9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렸던 재판에는 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당일 열린 재판에서 슈에의 담당 변호사는, 그녀가 일도 할 수 없고 학교에도 못 가는 등 고혈압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 비행기조차 탈 수 없는 형편이라 이번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호주에서 이메일로 보내온 ‘건강진단서(medical certificate)’를 법정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변호사는, 자신이 선임된 지 얼마 안 되는데다가 재판을 준비하는 동안 피고인은 물론 시드니에 있는 그녀의 담당 변호사와도 제대로 연락이 안 됐으며 겨우 재판 직전 며칠 동안만 연락됐다고 말해 출정하지 않은 피고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마음 상처 컸지만 돈 돌려 받게 된 피해자>

 

한편 경찰 측은 이미 슈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데다가 월레이스가 피해자 보고서를 통해 현재 재정적인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말하는 만큼 재판의 계속 여부에 관계없이 즉각 예치된 돈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에 대해 담당 변호사도, 재판장의 판단과 이미 내려진 유죄 평결, 그리고 그 돈은 현재 법정에서 처리가 가능한 돈인 만큼 반환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담당 판사 역시 피고가 출정하지 않아 선고를 내릴 수 없다면서, 그러나 3만 5천 달러는 사기에 의해 편취한 돈이 확실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한 판사는 피고에 대한 재판을 오는 11월 4일(금)에 속개한다면서, 만약 그때도 피고가 출정하지 않는다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를 잊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달간 마음 고생이 심했던 월레이스는 다행히 돈은 돌려 받게 됐는데, 그는 제시카가 대단히 근사하고 사교성도 좋은 매력적인 여성이었다면서, 그 당시 자신이 한마디로 ‘미인계(she was like a big carrot to a rabbit or a honey trap to a bear)’에 당한 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도 여전히 배우자 감을 찾고는 있지만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라면서, 큰 돈을 건네주는 그 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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