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집값, 자재독점과 규제 개혁이 바꾼다

뉴질랜드 집값, 자재독점과 규제 개혁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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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비 절감의 비밀과 미래 변화 전망


오클랜드에 사는 교민 A씨는 가족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오래 품어왔지만,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혔다. “적금 몇 년을 쌓아도 새집 가격이 따라 올라 버려요. 건축도 어렵고, 비용이 너무 부담돼요.” 이는 많은 뉴질랜드 거주자와 교민이 겪는 공통된 고민이다.


뉴질랜드의 부동산 가격은 세계 상위권 수준이며, 2020년 이후 팬데믹 시기 공급난, 인구 유입, 저금리 여파로 집값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그런데 이 폭등의 이면에는 ‘건설비 역설’이 있다. 


주택의 실제 건설비, 즉 땅값과 자재, 인건비, 복잡한 승인 절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최종 집값에 집중 반영된다. 그 가운데 최근 정부와 업계, 대중의 초점을 모으는 것은 바로 “건설 자재 시장의 독점”과 “경직된 제도”다.


가장 먼저 짚을 부분은 자재비와 시장 구조다.


뉴질랜드 주택 실거주 거래 및 신축 현장에 대한 자료를 종합하면, 주택 개발 총비용의 약 24%가 순수 자재비, 35%가 토지•인프라비용, 그리고 인건비와 기타 비용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서 문제는, 자재비 자체가 아주 비싸고 대안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석고보드(플라스터보드, ‘gib’라 불림)는 Fletcher Building이라는 한 기업이 94%를 장악, 사실상 독점시장을 형성했다. 실제로 오클랜드에서 gib를 구하는 데 수개월 대기를 감수해야 하거나, 국내 시장 가격이 호주보다 평균 38%, 미국보다 67% 비싸다. 창호와 문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덧붙여, 수입 자재를 쓰고 싶어도 까다로운 현지 인증•승인제도 때문에 사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골라 쓸 자유” 자체가 없는 현실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나?


① 자재시장의 과점과 폐쇄성


소비시장이 작고 운송•유통 비용이 비싸 ‘국산 중심 구조’가 고착화됐다. 소수 기업은 안정적으로 생산•유통권을 보장받고, 중소 건설사나 소비자는 높은 가격과 한정된 자재 선택지를 힘 없이 받아들일 뿐이었다.


② 규제와 관료주의


해외 자재 하나를 쓰려면 NZ 표준을 따르는 인증을 새로 받아야 했다. 이 과정은 길고 비용이 많이 들었고, 업계 관계자들조차 “정말 불필요하게 복잡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저가•고품질 자재가 국내 시장에 거의 진입하지 못했다.


③ 개발 인허가 및 토지규제


RMA(Resource Management Act) 등 기존 인허가 제도 역시 복잡하고, 단일 필지에 여러 채 짓는 것도 어렵게 만들어 비용과 시간 부담을 키웠다.


정부 개혁 - 지금 바뀌고 있는 것들


이처럼 얽힌 구조를 깨기 위해, 최근 정부와 업계가 나선 개혁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해외 자재 자동 승인 시범도입


2025년 정부는 수천 가지의 해외 건축 자재를 인증 없이 바로 현지에 들여와 쓸 수 있게 만들었다. 호주 Watermark 인증 제품도 올해 안에 추가로 자동 승인될 예정. 덕분에 플라스터보드, 창문, 도어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실제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② 인허가 제도 개편


새롭게 개정된 RMA에 따르면 한 토지 내 최대 3채까지 건축이 간소화 절차로 가능해졌고, 대기 기간이 현저히 단축됐다. 이로써 공급량 그 자체•개발 속도•단위당 인허가비용이 모두 개선되고 있다.


③ 표준화 및 모듈러 건축 유도


정부 및 산업계는 공장제 조립 방식의 패널화•모듈러 건축을 장려해 현장 작업과 인건비를 줄이려 한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실제 건설 기간•단가 인하에 성공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비용 절감, 실제로 체감되나?


이런 제도 변화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부 자료 및 시장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주요 자재가 해외 경쟁에 노출될 경우 플라스터보드, 창호 등은 건당 수천 달러, 많게는 만 달러 넘는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표준화된 설계와 패널화 시공이 확산될 경우, 현장 인건비와 시간도 동반 하락해 전체 건설비의 10~20% 절감 전망도 나온다.


물론 단순 자재비 외에 토지•인프라비, 운송비, 개발수수료 등은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번 개혁이 “필수비용을 눈에 띄게 낮춰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계는 분명… 여전히 남은 숙제들


제도 변화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


■ 시장 규모 한계


뉴질랜드 인구 500만에 불과하고, 건설 시장 자체도 소규모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처럼 대량 조달•대규모 생산에 의한 자재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다.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망 충격도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 물류•운송비 부담


외국에서 자재를 들여와도, 항구에서 내륙까지 운송비가 비싸 가격 경쟁력을 일부 상쇄한다. 또, 연안 운송 인프라 미비•세관 문제 등도 지속적 고민거리다.


■ 노동시장•소규모 시공 한계


건설 산업이 중소 건설사 위주로 분산돼 있고, 현장 숙련이 낮은 인력 중심이다. 시간당 인건비와 마진이 호주(8%)보다 뉴질랜드(12%)가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표준화된 교육, 자격체계, 규모화된 전문 업체 육성이 병행되어야 일관된 품질과 비용 경쟁력이 발생한다.


뉴질랜드 주택건설 비용 구조는 단순히 비싼 재료 문제를 넘어서, 과점적 시장구조, 규제의 경직성, 물류•노동 문제 등 복잡한 원인이 얽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연쇄적 제도 개혁은 단기적으로는 자재비 인하 및 공급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혁신과 구조개혁에까지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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