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인종차별의 증가

‘캐주얼’ 인종차별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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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노동당이 부동산 중개회사 바풋 앤 톰슨(Barfoot & Thompson)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나와 있는 성(姓)을 근거로 오클랜드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중국인을 지목한 것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났다. 중국계는 중국인 구매자들이 오클랜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주장은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했고, 노동당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구매자들이 오클랜드의 주택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말고도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했다.

인종차별 논란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

지난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크라이스트처치 클럽과 링컨 대학 간의 시니어 클럽 럭비 결승전에서 한 관중이 크라이스트처치 클럽의 피지 출신 사케 아카(Sake Aca) 선수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당시 이 관중은 아카 선수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모욕하는 폭언을 해댔으며, 결국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 놓고 교체를 요청한 아카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이 오클랜드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중국인 구매자들을 겨냥한 것에 대해 인종차별 여부 논란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피지 출신 럭비 선수 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관중을 색출하기 위해 지역 럭비연맹이 나섰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논란을 가열시킨 또 다른 해프닝도 지난달 있었다.

최근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바첼러 뉴질랜드(Bachelor NZ)’로 유명해진 아트 그린(Art Green)이 한 파티에 검은 얼굴 분장을 하고 나타나자, 트위터에서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던 것.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했고, 파티를 주관한 사람과 또 다른 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린의 검은 얼굴 분장은 인종차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인종차별’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사건 증가

인종차별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기 모호하고 증명하기도 어려운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계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인 ‘캐주얼’ 또는 ‘일상적’ 인종차별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캐주얼 인종차별이란 글자 그대로 다소 우발적인 형태의 인종차별을 가리킨다.

이는 특정 인종이나 종교를 아주 증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담조로 조롱할 때 해당된다.

직접적으로 다른 인종이나 종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단어들이나 문구를 사용한다.

지난 2009년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2013년 현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현실에 대해 “거리를 걸으며 자동차 문 잠그는 소리를 듣지 않은 경험을 한 흑인은 없을 것이다. 승강기에 같이 탄 여성이 주머니를 초조하게 만지작거리며 내릴 때까지 숨을 멈추고 있는 경험을 하지 않은 흑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흑인에 대한 캐주얼 인종차별 사례들이다.

인종차별이 비교적 덜 한 것으로 인식되는 뉴질랜드에서도 캐주얼 인종차별은 엄연히 일어나고 있고 인식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질랜더 문화적 다양성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급격한 인구 변동을 겪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캐주얼 인종차별이 아직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지만 외국의 학계에서는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의 재퀄린 넬슨(Jacqueline Nelson) 교수팀은 지난해 발표한 ‘인종차별, 다양성 및 다문화 관계’ 보고서에서 인종차별이 때로는 뻔뻔스럽게, 때로는 미묘한 형태로 매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 일어나는 인종차별은 일상 생활로 녹아들고 종종 정상적인 일처럼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농담이나 사람들의 신체적 특징, 억양, 문화 관습, 무의식적 몸짓 및 표현 등으로 표출된다.

오클랜드 대학 사회학과 스콧 포인팅(Scott Poynting) 교수는 “뉴질랜드인들은 스스로를 매우 개방적이고 방문객에게 따뜻한 사람들로 여겨지길 좋아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아직 문화적 다양성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포인팅 교수는 우리의 말과 행동이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뉴질랜드인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예로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뉴질랜드 퍼스트당 대표를 인용했다.

피터스 대표는 지난해 “두 명의 중국인이 한 명의 백인과 동등하지 않다(Two Wongs don’t make a white)”라고 말해 중국인 주택 구매자들로부터 분개를 샀다.

1947년 호주의 한 정치인이 처음 사용한 이 말은 인종차별적이고 뉴질랜드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이라고 포인팅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러한 종류의 농담이 허용되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대학의 영상미디어학과 나빌 주베리(Nabeel Zuberi) 박사는 “뉴질랜드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지만 대중문화는 여전히 유럽계 후손들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베리 박사는 폴 헨리(Paul Henry)와 같은 인종차별 경력이 있는 방송인을 TV에 복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명 방송인인 헨리는 지난 2010년 당시 인도계 총독인 아난드 사티아난드(Anand Satyanand)에 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가 TVNZ에서 사직한 뒤 호주에서 잠시 방송활동을 한 후 지난해부터 TV3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베리 박사는 “프로듀서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문제”라며 “이러한 것들이 각종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해결은 개인 차원에서 시작돼야

다음달 오클랜드에서 열릴 다양성 포럼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발표할 예정인 AUT의 가일 파체코(Gail Pacheco) 부교수는 조사 대상의 10%가 지난 1년 동안 인종 또는 피부색과 관련해서 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파체코 부교수는 “캐주얼 인종차별이 계속될 경우 아무리 사소해도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고했다.

인도계와 포르투갈계의 피가 섞인 파체코 부교수는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았지만 가슴아픈 캐주얼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밝은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의 한 자녀를 두고 사람들이 의붓자식이냐고 물어본다는 것.
지난 5년 동안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불법 차별 사건은 2095건.

이 가운데 오클랜드에서 일어난 사건이 36%로 가장 많고 웰링턴 11%, 캔터베리 9%, 와이카토 5%를 각각 기록했다.

인권위원회 수잔 디보이(Susan Devoy) 위원장은 이러한 결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편이나 여전히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처럼 디보이 위원장은 해결책은 어떠한 종류의 인종차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차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보이 위원장은 “우리는 종종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 나가는 용기있는 사람들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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