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끝, 아직은 이른 봄”; 2026년을 바라보는 가계와 주택 시장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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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어떤 한 해였나 - “고금리의 그림자, 완만한 회복의 서막”
2025년의 뉴질랜드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통스러운 조정 후, 조심스러운 회복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다.
뉴질랜드 경제는 2021~2022년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의 후유증을 2023~2024년에 걸쳐 고스란히 겪었다. 주택 가격은 정점 대비 약 16% 빠졌고, 가계•사업자들은 이자 부담과 매출 부진을 동시에 견뎌야 했다.
2025년 들어 정부와 준비은행(RBNZ)은 본격적인 경기 부양 모드로 방향을 틀었다. 2024년 8월 이후 기준금리(OCR)를 연속 인하해 2025년 11월, 결국 2.25%까지 낮췄다.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1년 3개월 동안 총 3.25%포인트를 낮춘 결과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곧바로 ‘호황’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경기는 여전히 약했고, 실업률은 5.3%까지 올라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2025년은 “수술은 끝났지만 재활은 아직 진행 중인 해”였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숫자로 본 2025년 뉴질랜드 경제 - “낮은 성장, 식어가는 물가, 약해진 노동시장”
1) 성장률 – 예상보다 둔한 1%대 초반
민간 은행과 싱크탱크들은 2025년 뉴질랜드 실질 GDP 성장률을 대략 1~1.5% 수준으로 본다.
웨스트팩은 2025년 성장률을 약 1.2%로 하향 조정했고, NZIER 컨센서스 전망 역시 2026년 3월까지 연간 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이는 과거 평균(연 2~3%)보다 훨씬 낮다.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된 탓이다. 준비은행도 11월 통화정책보고서에서 “국내 수요가 약하고 경제에 상당한 잉여 생산능력(spare capacity)이 남아 있다”고 인정했다.
2) 물가 – 목표 구간으로 복귀했지만 체감 부담은 여전
좋은 소식도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CPI)는 2025년 3분기 기준 3% 수준으로 드디어 준비은행의 목표 구간(1~3%) 안에 들어왔다.
RBNZ는 “인플레이션은 2026년 중반쯤 2% 근처로 안정될 것” 이라고 전망하며 앞으로는 추가 인하보다는 현 수준에서의 관망기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식료품•주거•지방세•전기요금 등 필수 지출이 크게 오른 후 “더 이상 안 오른다”일 뿐, 가격 수준 자체는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3) 노동시장 – 5%대 실업률, “일자리 구하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2025년 3분기 실업률은 5.3%. 준비은행과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었지만, 체감으로는 “일자리 경쟁이 확실히 치열해졌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자리 수는 정체된 반면 인구 유입과 경제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경력 단절자•청년층•이민자들이 취업 시장에서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가계가 느낀 2025년 - “버티면서도,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해 본 한 해”
경제 지표만 보면 “그래도 통제 가능한 수준”처럼 보이지만,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체감은 다소 달랐다. 높은 생활비에 이미 지친 상태에서 고정금리 만기 도래와 함께 모기지 이자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었고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뉴질랜드 재무부의 10월 경제 업데이트는 “국내 수요가 기대보다 약하고, 고금리 환경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도 희망의 조짐은 있었다.
2024~2025년에 걸친 연속적인 금리 인하와 물가 안정, 그리고 농산물•수출 가격의 회복이 서서히 통장과 소득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2025년 부동산, “바닥을 다져가며 기지개 켜는 시장”
1) 집값 – ‘추락’에서 ‘좁은 바닥 다지기’로
주택 시장은 2021년 말 정점을 찍은 뒤 전국적으로 약 17~18% 빠졌다가, 2023년 중반 바닥을 찍고 이후 2025년까지 3% 안팎의 완만한 반등을 보였다.
REINZ 주택가격지수(HPI)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전국 주택 가치는 전년 대비 0.3% 상승에 그쳤다. 오클랜드는 -0.3% 하락, 오클랜드 외 지역은 +0.7% 상승으로 나타났다.
또 9월 기준 전국 중앙가격(median)은 77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 하락했다. 숫자로 보면 크지 않은 변화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더 이상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예전처럼 가파르게 오르지도 않는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 거래량 – 얼어붙었던 시장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돌아오다
한때 30~40%씩 빠졌던 거래량은 2025년에 들어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2025년 6월, 전국 매매 건수는 전년 대비 20.3% 증가(5,865건)했고, 9월에도 전년 대비 3.1% 증가해 6,346건을 기록했다.
“가격은 크게 안 오르는데, 매매는 늘어난다”는 의미는 시장에 실수요자와 장기 투자자들이 조심스럽게 다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3) 공급 측면 – 건설 허가 급증, 2~3년 뒤 물량 증가 예고
주택 건설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5년 9월 한 달 동안 승인된 신규 주택은 3,747채로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 최근 2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5년 9월까지 1년 동안 승인된 새 주택은 34,882채,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이는 금리 인하, 인구 증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예: Fast-track Approvals Act, 주택•인프라 프로젝트 인허가 간소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늘 승인된 집은 통상 1.5~3년 후 실제 입주로 이어진다. 따라서 2027년 전후에는 새 아파트•타운하우스 공급이 다시 눈에 띄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 규제 변화 – 첫 주택구입자에게 조금 더 열린 문
RBNZ는 2025년 10월, 주택담보대출 LVR(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완화해 2025년 12월 1일부터 은행들이 자기자본 20% 미만 차주에게 더 많은 비중의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DTI(소득 대비 부채비율) 규제는 유지돼 “레버리지 과도 확대는 막되, 첫집 마련 문은 조금 더 연다”는 균형 잡힌 접근을 취하고 있다.
2026년 경제 전망 - “낮은 금리와 수출 호조, 그러나 실업과 세계경제는 변수”
1) 성장률 – 2026년은 2025년보다 ‘조금 더 나은 해’
NZIER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6년 3월까지 연간 GDP 성장률은 1.5%, 2027년에는 2.8%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웨스트팩 역시 “2025년 성장률은 1.2%에 그치지만, 2026년에는 금리 인하 효과와 수출•관광•농업 가격 회복으로 보다 뚜렷한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2025년 예산•경제 전망도 “금리 인하와 함께 성장세가 점차 강화되고 실업률은 2025년 중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 물가•금리 – 2%대 물가, 2%대 금리의 조합
RBNZ는 11월 통화정책 성명에서 OCR 2.25%, 인플레이션 2026년 중반 2% 근처, 2026년 내내 금리는 대체로 현 수준에서 유지라는 시나리오를 기본 전제로 제시했다.
즉, 2026년은 저금리•안정 물가 조합이 유지되는 첫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모기지 이자 부담 완화, 기업의 투자 여건 개선, 정부의 재정 부담 일부 완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가 다시 과열되지 않도록” RBNZ가 금리 인상 카드도 언젠가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3) 위험 요인 – 세계경제•노동시장•재정
그러나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AI 투자 붐이 둔화되면 2026년 이후 글로벌 성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나온다. 실업률이 5%대에서 얼마나 빠르게 내려올지도 관건이다.
재정수지는 2024/25~2025/26년에 여전히 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확장 재정 여력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2026년은 “완전한 회복”이라기보다 “조심스럽게 숨을 돌리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주택 시장 전망 - “뜨겁지 않지만, 서서히 온기가 도는 시장”
1) 가격 – 완만한 상승, 지역별 차이는 더 커진다
ANZ는 최신 리포트에서 2025년 전국 집값 상승률: 2.5%, 2026년 상승률: 5.0% 정도로 전망했다. 이는 과거처럼 두 자릿수 급등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을 조금 웃도는 정도의 완만한 회복”이다.
REINZ 지표도 2025년 중후반부터 소폭의 플러스 구간에 머물고 있어 “2023년 바닥 이후 길고 얕은 회복 구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지역별 온도차는 분명하다.
• 오클랜드: 가격은 정체 또는 약보합, 거래량 회복
• 주요 지방도시(해밀턴•타우랑가•크라이스트처치 등): 이민•인구 증가로 서서히 상승세
• 일부 지방: 여전히 약한 수요와 높은 이자 부담으로 회복 속도가 느린 곳도 존재
2) 수요 – 첫 주택구입자•이민자•업그레이드 수요가 키가 된다
수요 측면에서 2026년의 키워드는 “First-home & Family-upgrade”다.
RBNZ의 LVR 완화로 첫 주택구입자의 진입 장벽이 다소 낮아졌고, 이민 회복과 유학생 증가로 장기 거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투자용 주택 수요는 엄격한 DTI 규제, 임대 규제•세제 변화 가능성 등으로 이전만큼 과열되기 어렵다.
3) 공급 – 2~3년 후를 향한 파이프라인이 다시 채워진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25년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명확한 반등세를 보였다.
정부 역시 각종 규제 완화와 Fast-track Approvals Act를 통해 주택•인프라 프로젝트를 촉진하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2027~2028년에는 공급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선택지가 많아지는 시장”이 될 수 있다.
2026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경제•부동산 생존 전략
1) 가계•모기지 전략
• 만기 분산: 1년•3년•5년 등 여러 만기로 균형 있게 나누기
• 원금 상환 여력 점검: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 비상자금 확보: 최소 3~6개월 생활비 수준 권장
2) 실수요자•은퇴자•투자자별 포인트
• 첫 집을 준비하는 젊은 가족
- LVR 완화와 낮은 금리를 활용하되,
- DTI•장기 상환 부담을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 은퇴를 앞둔 60대 이상
- “집값 차익”만 바라보기보다는
- 의료 접근성•대중교통•관리비•단열•에너지 효율 등 ‘삶의 질’을 중심에 둔 다운사이징•재배치 전략이 중요하다.
• 투자자
- 레버리지보다는 임대 수요가 꾸준한 입지와 장기 보유 전략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 세제•규제 환경이 바뀌기 쉬운 시기인 만큼 수익률만 보고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3) 자영업•소상공인
•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더 늘릴까?”가 아니라 “지금 구조로 3년을 버틸 수 있는가?”를 먼저 체크해야 한다.
•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고려해 임대료•인건비•재고 구조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5년을 보내며 - “위기는 길었고, 회복은 조용히 온다”
올해 1년을 돌아보면 많은 가정•기업에게 2025년은 “마음의 체력이 많이 소모된 해”였다.
집값 조정, 모기지 이자 부담, 생활비 상승, 일자리 불안,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뉴질랜드 경제는 완만하지만 회복 방향으로 돌아섰다.
둘째, 주택 시장은 과열에서 정상화로, 투기 시장에서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 천천히 체질을 바꾸고 있다.
“2026년, 불안과 기회가 공존하는 전환기”
2026년은 “위기 이후의 첫 번째 숨 고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는 낮고, 물가는 안정 구간에 들어서며, 집값은 급등이 아닌 완만한 회복세, 실업률과 세계 경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누가 더 많이 벌까?” 보다 “누가 더 오래,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독자 한 분 한 분의 가계와 사업, 그리고 주거 계획을 세우는 데 이번 1년 평가와 2026년 전망이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