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급여를 포함한 뉴질랜드의 급여 체계는 복잡해서 교사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휴가 산정 및 지급 오류가 늦게 발견되어 복원하는데 수 십 억달러가 소요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그동안 많은 사업체들과 노조 단체 등은 급여 체계 개편을 요구해 왔다. 지난달 정부가 마침내 그에 대한 해결책을 발표했다. 관련 법 개정 등 시행되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새로운 급여 체계가 다양한 고용 형태의 근로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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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 기준으로 휴가 급여 계산
정부는 지난 6월 주 1일 근무하는 직원과 주 5일 근무하는 직원에게 동일하게 연간 10일의 병가를 주는 것이 불공평하다며 병가 일수를 현행 일괄 방식에서 근로 시간이나 근로 일수에 비례하는 방식으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몇 개월의 검토 끝에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급여 변경안은 병가를 포함한 휴가 급여의 기준을 근로 시간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무 장관인 브룩 반 벨덴(Brooke van Velden) 직장관계 장관은 “문제의 발단은 고용인의휴가 자격을 주 단위로 산정하고 있는 점이다”며 “그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엄청난 복잡성과 혼란, 규정 불이행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 측은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휴가 산정을 제시했다.
즉 실제로 일한 시간에 비례하여 연차 휴가 및 질병 휴가가 증감하는 것이다.
반 벨덴 장관은 “현행 급여 체계와 비교하면 표준 근로 시간이 늘어나는 고용인들은 휴가가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고, 반대로 표준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고용인들은 휴가가 과거만큼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며 “고용주도 고용인의 근로 형태가 바뀌더라도 더 이상 연차 휴가 등을 재산정해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병가 산정 변경에 따라 풀타임 고용인의 연간 10일 병가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파트타임 고용인의 병가는 최저 기준이 없어진다.
반 벨덴 장관은 이러한 방법이 고용인이 일한 시간에 비례하여 병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주는 고용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항목별로 된 급여 명세서를 제공해야 한다.
반 벨덴 장관은 고용인의 휴가 적립이 고용주에게 나중에 큰 휴가 급여 채무 부담을 준다는 점을 우려하며 즉각적인 휴가 급여 지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녀는 2년 안에 현행 휴일법을 대체할 고용휴가법을 제정한 후에 새로운 급여 체계가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교사들에 대한 급여는 교육부가 급여 시스템을 조사하는데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급여 체계가 변경돼도 곧바로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급여 체계 변화는 계약된 근로시간을 가진 220만 고용인들과 수 십 만 캐주얼 고용인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년된 현행 휴가 규정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적용하기 어려우며, 특히 관광업, 요식업, 의료업 등과 같이 비전통적인 근로 형태가 많은 부문에서 다양한 고용 상황의 근로자들에게 정확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8월 현재 뉴질랜드 보건부는 7만2,296명의 고용인에 대한 잘못된 급여 지급으로 인한 복원에 5억4,420만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연차 휴가
현행 고용인은 계속해서 1년의 고용 기간이 지난 후에 4주의 연차 휴가가 주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변경안에 따르면 연차 휴가는 고용 첫 날부터 일한 시간당 0.0769시간의 비율로 적립된다.
한 시간당 0.0769시간의 비율은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는 풀타임 고용인의 현행 4주 연차 휴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연차는 고용인이 일한 시간에 비례하여 적립된다.
많은 시간 일하면 연차도 늘고 일한 시간이 적으면 연차도 적게 된다.
반 벨덴 장관은 이러한 변경이 고용인에게 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더 큰 유연성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변경안에 따르면 고용인은 연차 잔고의 25%를 현금화 요청할 수 있다.
현행은 연차의 1주만 현금화할 수 있다.
병가
현행 시간제 및 임시직을 포함한 모든 고용인은 주당 평균 10시간 이상을 지속적으로 근무하면 입사 6개월 이후부터 10일의 병가를 받을 수 있다.
6개월 이후 매년 10일의 병가를 추가로 받을 수 있고 휴일법상 누적 가능한 병가 일수는 20일로 제한돼 있지만 고용인과 고용주는 그보다 많은 휴가를 합의할 수 있다.
변경되는 병가는 고용 첫 날 부터 일한 시간당 0.0385시간의 비율로 적립된다.
한 시간당 0.0385시간의 비율은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는 풀타임 고용인의 현행 10일 병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주당 20시간 일하는 파트타임 고용인은 연간 40시간의 병가를 얻게 되어 현행 10일에 비해 줄어든다.
육아 휴직
변경안에 따르면 육아 휴직에서 복귀한 고용인은 바로 전체 급여를 지급받게 된다.
현행은 육아 휴직 동안의 소득에 기초한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장례 휴가 및 가정 폭력 휴가
연차 및 병가처럼 장례 휴가와 가정 폭력 휴가도 고용 첫 날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장례 휴가와 가정 폭력 휴가는 현행과 같이 일 단위로 산정된다.
휴가 보상 지급
시간당 임금의 12.5%인 ‘휴가 보상 지급(LCP, Leave Compensation Payment)’이 새로 도입된다.
캐주얼 고용인은 연차와 병가를 적립하는 대신에 일한 시간의 12.5%를 LCP로 지급받게 된다.
현행 캐주얼 고용인은 연차를 적립하는 대신에 총급여액의 8%를 지급받는데 동의할 수 있게 돼있다.
풀타임 임금 고용인이 추가로 일한 경우 그 추가 시간에 대한 연차를 적립하는 대신에 12.5%의 LCP를 지급받게 된다.
노사 반응
뉴질랜드 노동조합연합(NZCTU)은 급여 체계 변경이 예기치 않은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NZCTU는 고용 첫 날부터의 병가, 장례 휴가, 가정 폭력 휴가 신청을 지지했지만 파트타임 근로자의 병가 감소와 보너스 및 수수료에 대한 연차 휴가 산정 제외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NZCTU의 리차드 와그스태프(Richard Wagstaff) 회장은 “관련 규정이 단순화되는 것은 좋지만 근로자들이 힘들게 일해서 얻은 휴가 자격을 없앨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마오리, 파시피카, 여성, 그리고 파트타임 또는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취약 계층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용주.제조업주협회(EMA)는 정부 발표가 혼란과 비용을 초래했던 급여 제도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환영했다.
EMA의 알란 맥도널드(Alan McDonald) 전략수석은 “새로운 체계는 휴가 적용에 필요했던 명확성과 단순성을 가져 올 것”이라며 “고용주와 고용인은 규정을 더욱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중소업체들에 혜택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리테일 뉴질랜드(Retail NZ)도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휴가 발생과 일한 시간에 비례하는 병가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제도가 복잡성과 준수비용을 크게 줄일 것이라며 지지했다.
하지만 캐롤라인 영(Carolyn Young) 리테일 뉴질랜드 회장은 캐주얼 고용인에 대한 높은 LCP와 육아 휴직 복귀 직후 전면적인 연차 적용은 사업체에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덴톤스(Dentons)의 고용 관계 변호사 제임스 워렌(James Warren)은 정부의 이번 급여 체계 변경이 보다 확실하고 단순하다며 지지했다.
워렌 변호사는 “고용주들이 몇 년 동안 요구해온 사항들이 마침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며 “정부의 변경안은 현재의 복잡하고 불명확한 휴가 규정들을 고치는데 필요한 단순성과 확실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미스 던(Smith Dunn)의 고용 관계 변호사 브릿지트 스미스(Bridget Smith)도 전반적인 변화가 좋아 보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스미스 변호사는 “휴가 산정을 시간 단위로 변경한 것과 고용인의 입사 첫 날부터 연차와 병가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변경안처럼 실제 시행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세부사항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렌 변호사는 고용인의 남은 연차 또는 병가가 새로운 급여 제도가 시행된 후에 어떻게 처리될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과실 수확과 같이 시급이 아니라 성과급으로 받는 근로자에 대한 급여 체계 변경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승자
병가 사용을 위해 입사 후 6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연차 사용을 위해 12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현행에 비해 입사 첫 날부터 연차, 병가, 장례 휴가, 가정 폭력 휴가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고용인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한 두 시간 의사를 방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하루를 병가내야 했던 고용인과 몇 시간 자녀를 돌보기 위해 하루를 연차 신청했던 고용인은 시간 단위로 신청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 고용인은 현행 연간 10일보다 많은 병가를 받을 자격이 생긴다.
캐주얼 고용인은 현행 연차나 병가를 적립하지 않고 급여액의 8%를 휴가 보상금으로 지급받는데 급여 체계 변경으로 12.5%의 LCP를 지급받게 된다.
4주 이상의 연차 잔고가 남은 고용인은 현행 1주만 현금화할 수 있지만 앞으로 잔고의 25%를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급여 체계가 더욱 단순화됨에 따라 더욱 많은 급여 시스템 회사들이 뉴질랜드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자
휴가 급여 변경의 가장 큰 피해자로 파트타임 고용인이 꼽힌다.
현행 입사 6개월 후에 10일의 병가를 얻을 수 있지만 새로운 제도에서는 일한 시간에 따라 병가가 발생하기 때문에 한 주에 2일 근무할 경우 연간 4일의 병가만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이번 휴가 급여 변경에서 가장 논란을 불러온 부분이다.
노동당의 잔 티네티(Jan Tinetti) 의원은 “정부의 휴가 급여 변경은 병가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사람들을 위험에 몰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일한 시간에 비례하여 아프지 않는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티나우 투이오노(Teanau Tuiono) 의원은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고, 그들은 일과 함께 가족을 돌보는 책임도 지고 있는데 병가 감소는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제일노조의 데니스 마가(Dennis Maga) 위원장은 “파트타임 근로자의 병가 축소는 현실을 모르는 정부의 멍청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공공서비스협회(PSA)의 플레워 피츠시몬즈(Fleur Fitzsimons) 전국위원장은 “많은 우리 회원은 여성이고 충분한 병가를 얻기 위해 일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연봉 기준으로 지급받는 고용인은 현행 보너스나 수수료를 추가로 받으면 연차 휴가에 산정되지만 새로운 급여 체계에서는 고용주와 별도로 협의하지 않는 한 연봉만 연차 휴가 산정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