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야 같이 살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잡초야 같이 살자

0 개 1,152 한일수

우리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늘 푸른 들판 풍경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남 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를 떠 올렸다. 전국의 산과 들이 초록의 카펫을 깔은 듯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의 품속을 그리며 뉴질랜드에서 행복을 가꾸리라 다짐했던 기억을 되살린다.


어떤 교민은 뉴질랜드의 초록에 반해서 이민을 왔는데 몇 년 동안 초록을 관리하느라 진을 뺏더니 이제는 초록의 ‘초’ 소리만 들어도 뱃살이 뒤틀린다고 했다. 그 후 그 교민은 호주로 재 이민을 갔다. 


다른 어떤 이는 쿠메우 지역에 정원이 잘 정비된 저택이 맘에 들어 이민 정착을 시도했다. 정원은 금잔디로 곱게 덥혀 있어 신흥 귀족 같은 여생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이사해서 살다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풀은 어찌도 빨리 잘 자라는지 이발은 못해도 제 때 잔디는 깎아 주어야 되는 일이 반복 되었다. 또한 나무도 잘 자라 수시로 트리밍(Trimming)을 해 주어야 되고 원하지도 않은 잡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했다. 멋진 정원을 감상하며 마음의 평안을 누리고자 이사 왔으나 오히려 정원의 노예가 되어 심난한 상태가 되었다. 어느 날 한국에서 방문한 아들이 이 집에서 오래 살다간 아버님 건강이 악화될 지경이라 걱정이 된다고 하여 집을 옮겼다고 한다.


6290afc2715596f44c543eef9de22b2e_1636501368_763.png
 

또 다른 어떤 교민은 잔디밭 하나 만큼은 완벽하게 관리 해보겠노라고 다짐하고 매일 잔디밭에 매달렸다. 잡초를 하나하나 발라내기 시작했고 하루해가 모자라 저녁에도 전기 불을 켜 놓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한쪽 면을 다하고 나면 다른 한쪽 면에서 잡초가 다시 출몰하고 다시 저쪽 면에서, 다시 저쪽…… 결국 자기 자신이 아파 들어 누었다는 얘기이다.   


잡초는 인간 생활의 악(惡)인가? 잡초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똑 같이 조물주의 섭리대로 이 세상에 태어났고 주어진 대지에서 자기의 능력대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일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서 잡초를 배척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농경 생활을 하면서 작물을 경작하기 시작했고 작물의 수확에 방해가 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수 천 년 동안 잡초와의 싸움을 계속해 온 것이다. DDT나 BHC가 발명된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잡초는 일일이 뽑아내야 했으며 넓은 경작지를 관리해야 했던 농민들의 피어린 고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인간의 먹 거리가 되는 작물은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원하지도 않는 잡초는 억척같이 잘 자라고 뿌리도 깊게 뻗으며 잡초가 세력을 형성하면 작물은 죽어버리고 만다. 구 상 시인은 “옛 부터 일러 오기를 하늘이 녹(祿)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싹트지 않는다 하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고 부르짖으면서 길섶이나 밭두렁이나 산비탈에 어느 누구의 신세도 안 빌고 자연으로 싹 터서 자연의 구실을 하다가 자연히 스러지는 우리들의 本命! 그대 시인이란 것들마저 함부로 잡초라 부르고 소외(疎外)하는가!”라고 읊었다. 


잡초는 인간에 의해 구분된 식물 집단이며, 과거에 잡초였다가 나중에 숨은 가치를 인정받아 농작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쑥 밭에 자라난 삼(蔘)은 잡초로 취급당하고 삼밭에 자라난 쑥은 잡초로 역시 취급된다. 뉴질랜드에서 잡초로 취급되는 쑥, 머위, 들깨, 미나리 등도 한국에선 중요한 약초 식품이다. 바람을 타고 온 씨앗이 세상에 멀리 퍼져 창문틀이나 시멘트 틈 어디가 됐던 뿌리를 내리고 생존하는 민들레도 약초로 성분이 입증되면서 작물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이는 야심차게 민들레 농장을 개척했으나 그렇게 억척스러운 생명력을 자랑하던 민들레도 막상 작물로 가꾸려고 하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작물이 아닌 잡초이다 보니 이름도 없이 생존하기 마련이며 종류도 수도 없이 많다. 예로부터 그냥 불리어져 왔을 뿐이다. ‘바랭이, 피, 쇠비름, 명아주, 뚝새풀, 냉이, 민들레, 질경이, 갈대, 쑥, 애기수영, 올방개, 가래, 억새방동사니, 너도방동사니, 매자기, 올챙이고랭이, 망초, 토끼풀, 비름, 물달개비, 가막사리’ 등이다. 


잡초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 염류를 퍼 올리는 역할을 하며 땅을 섬유화시켜서 표토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에 잡초가 아주 없어도 안 된다. 기후가 건조한 미국 텍사스의 한 과수원에서는 잡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나머지 주변의 잡초를 아예 씨를 말려버렸더니 극심한 토양침식과 모래 바람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는 과수 사이에 잡초를 키워둔다고 한다. 방목을 하는 목초지에선 잡초가 소의 배설물을 분해해 토양이 더 기름지도록 도와주며 질긴 생명력 덕분에 어떻게든 자라서 토양의 건조를 지연시켜 황폐화를 막아준다.


작년 초부터 나타나 인류를 괴롭혔던 코로나 19가 몇 달이 지나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위기를 조성하더니 2년이 되어가는 지금 까지도 물러나지를 않고 있다. 각 나라에서는 어차피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와 함께 가자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 박멸이 쉽지 않으니 어느 정도 코로나 사태를 인정하고 인간들의 생활도 정상을 회복하자는 방편이다. 잡초도 어차피 박멸은 되지도 않을뿐더러 같은 생명체로서 인간에게 유용한 면도 있으니 적절히 구획을 지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삼천리 병든 강산

댓글 0 | 조회 1,241 | 2017.04.12
삼천리금수강산이 삼천리 병든 강산으로 변하고있다. 강이 죽으니 그 안에 사는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인간마저……4월이 되니 한국의 봄이 그립다. 어찌 봄뿐이겠는가… 더보기

배달의 넋

댓글 0 | 조회 1,238 | 2017.11.22
사람에게 넋이 없다면 허수아비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넋은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그것을 거느리고 목숨을 붙어 있게 하며 죽어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더보기

단절의 시대

댓글 0 | 조회 1,236 | 2018.07.25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정보화 사회, 세대 간의 단절은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대화를 시도해야……20세기 중 경영학의 아버지… 더보기

핵무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댓글 0 | 조회 1,232 | 2017.09.27
현재 지구상에 1만 5천개의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으며그 중 1%만 폭발해도 지구상의 동식물이 절멸한다는데,한반도의 운명은 ……​난장이하고 거인(巨人)하고 싸우면 … 더보기

단군조선 역사의 재조명

댓글 0 | 조회 1,227 | 2018.10.10
​단군조선 역사는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상처를 받았고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홍익인간의 기치아래 8천 5백만 한민족이 똘똘 뭉쳐 ……초등학교 2학… 더보기

위대한 탐험가 - 아문센의 발자취

댓글 0 | 조회 1,226 | 2020.10.14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더보기

개 스토리

댓글 0 | 조회 1,196 | 2017.11.08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인간과 가장 친숙하게 지내온 개이다.그렇다고 하더라도 견권이 인권을 앞설 수는……“사람하고 개하고 100m 달리기 시합을 열었다.… 더보기

한 많은 한민족의 한풀이

댓글 0 | 조회 1,196 | 2018.02.14
잘 사는 게 최대의 복수이다.핏 속에 응축된 한풀이의 에너지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이민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개척해나가야……벌써 26년 전의 일이다. 1992년 말… 더보기

라이프 리엔지니어링

댓글 0 | 조회 1,179 | 2021.03.09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이라는 개념은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박사가 1990년 ‘Harvard Busin… 더보기

가장 길었던 기해년 끝자락과 경자년 정초

댓글 0 | 조회 1,179 | 2020.01.14
일 년이 한 달 같이, 한 달이 일주일 같이, 일주일이 하루같이 빨리 지나가버리는 요즈음 생활이다. 흔히 떠도는 말로 인생의 속도를 10대는 시속 10km, 20… 더보기

그 해 겨울과 봄을 잃어 버렸네

댓글 0 | 조회 1,170 | 2017.10.25
개인의 운명은 각자 의지의 산물이다.운명처럼되어버린 그날 12월 9일,54세 생일에 뉴질랜드로왔다.그리고 새로운 인생 54년을 시작하는데……​세월을 만드는 것은 … 더보기
Now

현재 잡초야 같이 살자

댓글 0 | 조회 1,153 | 2021.11.10
우리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늘 푸른 들판 풍경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남 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 더보기

코리안 키위 - 50년을 날다

댓글 0 | 조회 1,110 | 2021.06.09
생활 26년차인 지금도 나는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Korean in New Zealand)’ 인가? 아니면 ‘한국계 뉴질랜드인(Korean New Zealan… 더보기

3.1절 100주년의 의미와 우리의 각오

댓글 0 | 조회 1,100 | 2019.03.13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가 해방되었을 때의 일이다. 한 흑인 노예가 전에 모시고 있던 주인을 살해한 것이다. 그 노예가 내 뱉은 말은 “왜 나를 해방시켜… 더보기

생활의 발견과 창조

댓글 0 | 조회 1,093 | 2018.11.14
살아가면서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말고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라.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인생의 목적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더보기

은총으로 맞이한 새해

댓글 0 | 조회 1,075 | 2018.01.17
작년에 죽어간 이에겐 새해가 없다.은총으로 맞이한 황금개띠 새해에새로운 결심으로 행복이 충만한 삶을……가는 세월 붙잡을 수도 없으려니와 오는 세월 막을 수도 없는…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2)

댓글 0 | 조회 1,070 | 2022.10.11
바다는 지구상에서 최초로 생명체가 탄생한 곳이며 플랑크톤, 해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갑각류 등 약 33만 종이 살고 있다. 또한 지구표면의 71%를 차지… 더보기

바다 물속을 맨발로 걸었더니…… (1)

댓글 0 | 조회 1,043 | 2022.09.13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2020년 초부터 우리의 생존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생활환경을 바… 더보기

권력투쟁

댓글 0 | 조회 1,000 | 2021.04.13
“주사위는 던져졌다(The die is cast)” 율리우스 카이사르(라틴어 Julius Caesar, 영어발음은 줄리우스 시저)는 BC 59년에서 51년까지 8… 더보기

기다림의 미학 - 솔베이지의 노래

댓글 0 | 조회 999 | 2021.07.13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0)여자의 변신(變身)이 무죄라면 여자의 변심(變心)도 무죄이던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남자는 비로소 철이 들… 더보기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댓글 0 | 조회 975 | 2021.05.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 더보기

주간 활동 보고서

댓글 0 | 조회 965 | 2023.05.10
논어의 첫 구절인 학이편(學而編)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說은 悅과 같은 ‘기쁠 열’의 뜻이다. 그리고 “유붕이 … 더보기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960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찾아 갈 곳도 또한 찾아 올 사람도 마땅치 않아 할 일 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다 … 더보기

100년은 지나야 뿌리 깊은 나무가 된다

댓글 0 | 조회 944 | 2022.04.12
1976년 발표된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드라마로도 전 세계인들에게 방영된 바 있는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1767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노예로 팔려… 더보기

마이너스 인생 살아가기

댓글 0 | 조회 942 | 2024.04.09
개념적으로 마이너스 인생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적자만 기록한 인생, 빚진 인생,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헛되이 보낸 인생 등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