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

0 개 1,091 조기조

놀이와 게임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결론은 다른 거다.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이 전혀 다르니 말이다. 오징어 게임에 왜 오징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고 cuttlefish의 squid와 calamary가 어찌 다르게 쓰이는지도 잘 모른다. 양파 링 같은 오징어 튀김은 미국의 이탈리안 식당에서 맛 본 적이 있다. 그냥 연탄불에 구우면 격한 냄새를 풍기며 오그려 드는 마른 오징어를 쭉쭉 찢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만 못하다. 생긴 대로 쪄서 먹는 숙회도 먹다보면 중독이 된다.


오징어는 ‘오적어(烏賊魚)’라는 어원에서 나왔단다. 믿긴 어렵다. 마치 죽은 시체처럼 수면에 떠서 새들을 유인하다가 특히나 까마귀가 쪼아 먹으러 오면 바다에 익사시켜 잡아 먹었다는 것이다. 오징어는 기다란 두 다리를 총처럼 쏘아 다른 고기를 낚아채 침으로 녹여 먹는다. 그러니 바다에서 까마귀를 잡아 먹어서 까마귀의 적, 오적어가 되었다는 말은 지어낸 말 같다. 


어떤 슈퍼는 오늘, 15~20 cm의 120그램 정도인 생물 오징어 한 마리를 3,990원에 팔았다. 살아있으면 ‘총알 오징어’라 해서 물차에 담아 사람 많은 골목에서 즉석으로 회를 떠 주거나 산채로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족관에도 많이 보인다. 이걸로 무와 함께 국을 끓이면 타우린이 우러나서 시원하고 후련하다. 다리 길이를 포함해서 10센치 정도인 새끼 꼴뚜기는 날것을 한입에 넣고 먹는다. 싱싱해야 하니 겨울이나 이른 봄, 항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안 그러면 익혀서 숙회로 먹어도 좋다.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인물이라지만 귀하신 보양식이다. 작은 비닐 조각 같은 뼈아닌 뼈가 있다. 삼켜도 되지만 씹히면 뱉으면 된다.


내장을 뺀 오징어 몸통에 야채와 쇠고기를 다져 넣고 찌면 오징어순대가 된다. 귀하고 맛있는 영양식이다. 마른 오징어는 20마리가 한 축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5마리 정도로 소포장을 해서 판다. 마른 오징어를 오래 씹어 먹으면 턱의 악력과 근육을 발달시키고 뇌를 자극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질기고 딱딱한 것을 씹지 않아 요즈음 아이들의 얼굴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마른 오징어를 채로 썰어 파는데 양념을 잘 해서 무쳐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썼다. 오징어 요리 중에 ‘오삼불고기’가 인기다. 동해안에서 오징어와 삼겹살을 고추장에 버무려 불고기로 먹는 겨울철의 별미지만 사철 내내 팔리고 있다. 



다리가 세 개라서 세발 낙지인줄로 알지만 낙지라는 옥토퍼스(octopus)는 8이라는 접두사 oct 처럼 8개의 다리가 있다. 그런데 오징어는 다리가 10개다. 8개라는 사람도 있지만 세어보면 10개가 맞다. 갑오징어가 귀하다. 뼈 같은 갑 오징어의 갑은 단단하지가 않아서 긁으면 부드러운 가루가 된다. 그걸 베인 상처에 지혈제로 쓰기도 했으나 효과는 잘 모르겠다.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라 피의 응고를 돕는 효과가 있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약이 좋아서 그런 걸 쓰라하면 놀라서 펄쩍 뛰지 싶다.

 

집어등을 낮 같이 밝히고 파도에 시달리며 밤새 조업을 마친 오징어잡이 배가 항구에 닿으면 그때부터 장터도 분주해진다. 오징어의 내장을 제거하는 할복은 중요하다. 먹물이나 내장은 말려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다. 그 다음, ‘대죽’에 오징어를 꿰고 세척하기까지 세 번의 사람 손을 거친다. 건조장에서는 오징어를 말리는 작업이 계속된다. 일일이 열 개의 다리를 손으로 떼어주고, 지느러미를 뒤집는 것도 손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약간 마른 피데기가 되면 건조기를 돌려 열풍 건조시킨다. 건조시킬 때 비오면 안 좋다. 잘 말라 선명한 색상이 드러나야 상품이 된다. 오징어가 풍년이면 딸 시집을 보내리라는 노래가 정겹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본 3D 영화는 해저의 생물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큰 어미 오징어들이 낳은 알은 껍질을 깐 바나나 같은 모습으로 떠다니다 서서히 해저로 가라앉았다. 명란처럼 수천수만의 알(卵) 덩어리 이다. 이게 부화해서 생명으로 자라지만 다른 개체들에게 먹히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니 알을 많이 낳는 것이다.


b658c85fd3379efeecfc3839e2e79928_1634003943_2843.png
 

나는 자라면서 마당에서 흙 묻히고 친구들과 밀고 당기며 어울려 놀았다. 자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말 타기 등을 했었고 술래잡기, 공깃돌 놀이, 고무줄놀이, 땅 따먹기 놀이는 여학생들이 즐겨했다. 그런데 ‘오징어 놀이’라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 아니다. 말려 편 오징어 같은 모습을 땅에 긋고 두 편으로 갈라 안과 밖이 지키고 막는 힘겨루기를 하는 놀이였다. 남의 영역에서는 깨금발로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공격팀이 다리를 건너면 두발로 수비팀의 집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다리를 지키느라 심한 몸싸움을 하고 흙바닥에 넘어져도 좋은 즐거운 놀이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온 누리를 뒤덮은 ‘오징어 게임’은 정작 나만 모르고 있었다. 입소문이 무섭다. 팬데믹에 언택트(untact: 비대면)하라하니 언팩트(unfact; 꾸민 이야기)가 뜨고 있다. 오늘도 ‘오징어 놀이’는 없고 대신 ‘오징어 게임’이다.

누구를 위한 인터넷인가?

댓글 0 | 조회 1,302 | 2019.12.23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고 있다. 천년도 더 전에 당(唐)나라의 장안(지금의 서안)에는 서시(西市; western market)가 대단했다. 인기상품인… 더보기

반도체가 뭣이 길래?

댓글 0 | 조회 1,296 | 2019.08.27
인간은 5감에 하나를 더하여 6감(sixth sense)을 가지고 있다. 듣고, 보고, 맛보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 알게 되는데다 그간의 경험으로 상황에 따라… 더보기

MLCC(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댓글 0 | 조회 1,289 | 2020.08.25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는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그녀와의 사랑이 켜켜이 묻어있다. 그때 지리산 계곡의 우리 집에선 물방앗간에서 돌리는 수차에 횟대를 연결해 발… 더보기

OTT, 꼭대기 위에?

댓글 0 | 조회 1,287 | 2019.09.10
미국 여행 중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넷플릭스에 들어가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노트북을 HDMI 케이블로 TV에 연결하고는 큰 화면으로 편하게 보았다. 시차 때문에 잠… 더보기

NAVER, 나베르 아닝겨?

댓글 0 | 조회 1,278 | 2020.06.23
G2, 미국과 중국이 겨루고 있다. 무역적자가 큰 미국이 그 원인과 해소 방안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국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중국이 미국에 많은 물건을… 더보기

더불어!

댓글 0 | 조회 1,266 | 2021.01.12
세 가지 거짓말이라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니 이제는 안 맞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당기간은 통했다. “장사가 안 남기고 판다.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 처녀가 시… 더보기

NIC와 DNS

댓글 0 | 조회 1,254 | 2019.10.08
도메인(domain)은 영토, 영역, 세력 범위 등을 이르는 말이다. 어떤 연구 분야나 그 권리를 지칭할 때도 도메인이란 말을 쓴다. 최근에는 인터넷 웹 페이지의… 더보기

거지같다니요!

댓글 0 | 조회 1,248 | 2022.01.26
‘거지같아요!’한다. 복불복프로그램에서 집어든 잔을 한 모금 마시고는 커피 아닌 까나리 액젓임을 알고 뱉은 일성이다. ‘거지같아요!’는 거지가 된 기분 이라는 것… 더보기

2020 도쿄 올림픽을 보고....

댓글 0 | 조회 1,217 | 2021.09.02
제 32회 도쿄 올림픽(2020)은 유난히도 더운 한 여름에 1년을 미뤄, 2021년 7월 24~8월 9일에 열렸다. 온통 마스크로 치장한 올림픽, 관중 없는 올… 더보기

클라우드는 무슨 구름?

댓글 0 | 조회 1,210 | 2019.08.14
이세돌 9단을 이긴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충격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람을 이기다니! 알파고는 ‘알파벳’이라는 회사가 만든 go(棋; 바둑)라는 프… 더보기

Dark Web, Dark Fate

댓글 0 | 조회 1,175 | 2019.11.27
어둠(dark)은 암흑, 지하, 비밀, 죽음 등과 연상된다. 시리즈로 나온 영화 터미네이터에 다크 페이트(dark fate)란 부제가 붙었다. 주인공의 힘들고 어… 더보기

피 돌기 빅뱅

댓글 0 | 조회 1,136 | 2019.07.23
중국이 막아놓아도 24억이 넘게 사용한다는 페이스북이 내년부터 금융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페이스북은 18일, 블록체인 ‘리브라’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같은… 더보기

마스크 사피엔스

댓글 0 | 조회 1,133 | 2020.09.22
융합(融合)이라는 말과 수렴(收斂)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영어로는 컨버전스(convergence)로 통하지만 물질이나 정신 등이 합하여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 더보기

빅 데이터, 커서? 많아서?

댓글 0 | 조회 1,120 | 2019.11.12
숲속, 바다 속, 땅속에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탐험을 하거나 탐사를 한다. 숲과 바다, 땅 속을 잘 알 수 있다면 먹고사는데 그리 어렵… 더보기
Now

현재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

댓글 0 | 조회 1,092 | 2021.10.12
놀이와 게임은 같은 건가, 다른 건가? 결론은 다른 거다. ‘오징어 놀이’와 ‘오징어 게임’이 전혀 다르니 말이다. 오징어 게임에 왜 오징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고… 더보기

전자증권 이야기

댓글 0 | 조회 1,089 | 2019.09.24
증권(securities)은 유가증권(有價證券)을 줄인 말로 대부분 주식(柱式)과 채권(債券)이다. 채권은 국·공채(國·公債)와 사채(社債)가 있다. 기업은 증권… 더보기

펜트하우스 유감

댓글 0 | 조회 1,086 | 2021.04.28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불가 ‘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상류사회로의 입성을 향해 질주하는 ‘여자’와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 더보기

뒷북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댓글 0 | 조회 1,065 | 2020.01.15
스마트 팩토리가 한창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 정부가 중소기업에 ERP의 도입과 생산정보화 사업을 지원했었다. 그때… 더보기

변종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1,063 | 2021.03.24
그땐 컴퓨터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옮고 그 백신이 알약이나 주사약인 줄로 알았다. 요즈음, 호흡기로 옮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조직에도 붙고 사회에도 번진다는… 더보기

입 친구라니?

댓글 0 | 조회 1,055 | 2023.01.18
한국에서 오래전에 역할대행이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SNS에서 유료 아르바이트를 신청하는 것인데 애인의 역할을 하거나 부모, 친구의 역할을 대신해… 더보기

랜선 이모, 랜선 국민

댓글 0 | 조회 1,045 | 2020.11.10
정보기술을 공부하고 가르쳐 온 내가 ‘랜선 이모’란 말이 회자되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누가 물어보기 전에 얼른 찾아보고는 뒤로 나자빠질 … 더보기

중년의 선댄스 영화제

댓글 0 | 조회 1,043 | 2020.02.11
파크 시티 메인 스트릿은 봄 햇살이 퍼져야 다 녹는 눈 더미도 볼거리이지만 매년 1월 4번째 목요일에 열리는 선댄스 영화제로 북새통을 이룬다. 왜 하필 거기서 영… 더보기

브라우저와 유투브

댓글 0 | 조회 1,034 | 2020.02.25
브라우저로 웹페이지를 보려면 HTTP(Hyper Text Transfer Protocol)나 HTTPS(~ Secure)로 시작하는 주소(URL)를 입력해야 한다… 더보기

스마트로 가는 중소기업

댓글 0 | 조회 1,033 | 2020.07.29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 종사자의 87.9%가 일하고 있다(2014년 기준). 중소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발전하… 더보기

틱톡소리

댓글 0 | 조회 1,030 | 2020.09.08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언제나 같은 소리 똑딱똑딱 하루 종일 일해요, 쉬지 않고 일해요.” 이 노래를 놀림노래로 부르면 ‘똑딱똑딱’만 반복되는 느낌이다. 째깍… 더보기